아폴로 우주선, 유쾌한 10호와 진중한 11호

[이름들의 오디세이] 9, 10, 11호 호출 부호와 미션 배지에 얽힌 사연

아폴로 9호부터는 달착륙선(LM)이 모선(CSM)에서 분리되었기에 LM과 CSM에 각각 호출 부호가 붙었다. 그 작명권은 NASA가 아니라 해당 탑승 우주인들이 가졌다.

우주인들은 자신들의 임무(mission)를 상징하는 배지(insignia)도 만들었다. 그 이름들과 배지의 사연을 알아보자.

아폴로 9호의 미션 배지. LM의 분리와 도킹이 주요 임무임을 보여준다. ⓒ 위키백과 자료

아폴로 9호의 미션 배지. LM의 분리와 도킹이 주요 임무임을 보여준다. ⓒ 위키백과 자료

아폴로 9호는 달까지 가지 않았다. 지구 궤도에서 LM을 CSM에서 분리하고, 다시 도킹하는 과정을 점검했다.

10일간 지구 궤도 체류 후 귀환한 아폴로 9호 우주인들은 달에서 쓸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 밖으로 나와 우주복의 성능도 시험했다. 비상시를 대비해 LM을 탈출하여 우주유영으로 CSM으로 옮겨 타는 연습도 했다.

아폴로 9호의 호출 부호는 CSM ‘검드롭(Gumdrop),  LM ‘스파이더(Spider)’였다. 검드롭은 젤리 과자의 이름으로 모선이 그 과자를 닮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거미를 뜻하는 스파이더 역시 비슷한 모양에서 따온 것이다.

아폴로 10호의 미션 배지. 방패 모양으로, 지구를 멀리 둔 채 달 표면에 떠있는 로마 숫자 10이 보인다. 위에는 모선이, 아래에는 착륙선이 보인다.  ⓒ 위키백과 자료

아폴로 10호의 미션 배지. 방패 모양으로, 지구를 멀리 둔 채 달 표면에 떠있는 로마 숫자 10이 보인다. 위에는 모선이, 아래에는 착륙선이 보인다. ⓒ 위키백과 자료

아폴로 10호는 달까지 날아가 달 착륙 ‘예행 연습’을 하고 왔다. 달 궤도에서 2명을 태운 LM을 분리해 달의 하늘(?)로 내려보냈다.

하지만 착륙하지는 않고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2배 정도인 15,000미터 상공에서 아폴로 11호의 착륙 예정지를 살펴본 후 재상승했다. 이후 LM은 달 궤도로 돌아와 모선과 도킹하였다.

아폴로 10호의 모선은 ‘챨리 브라운(Charlie Brown), 착륙선은 ‘스누피(Snoopy)’로 불렸다.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만화 ‘피너츠(Peanuts)’에 나오는 주인공들이다.

아폴로 11호의 미션 배지. 하얗게 빛나는 달 크레이터 위로 내려 앉는 독수리가 보인다.  ⓒ 위키백과 자료

아폴로 11호의 미션 배지. 하얗게 빛나는 달 크레이터 위로 내려 앉는 독수리가 보인다. ⓒ 위키백과 자료

아폴로 11호의 모선은 ‘컬럼비아(Columbia)’, 착륙선은 ‘이글(eagle)’이었다. NASA 고위층은 아폴로 10호에 붙여진 호출명이 다소 장난스럽다고 생각됐는지, 11호에는 좀 더 진중한 이름이 붙여지면 좋겠다는 압력을 은근히 넣었다고 한다.

더구나 아폴로 11호는 달에 사람을 처음 실어줄 우주선이 아닌가? 다른 우주선들은 다 잊어도 역사는 아폴로 11호를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 아폴로 프로그램 중 가장 심오한 이름이 붙었다.

컬럼비아는 ‘컬럼부스가 발견한 땅’이란 뜻으로 그의 탐험 정신을 의미한다. 지금의 ‘아메리카’라는 이름은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Amerigo Vespucci)에서 유래됐지만, 정작 이 ‘신세계’에 첫 발을 디딘 사람은 컬럼부스(Christopher Columbus)다.

인간의 달 탐사 역시 컬럼부스처럼 신세계에 대한 탐험이다. 달도 언젠가는 아메리카처럼 인간이 정착하고 번성하는 곳이 될 지 누가 알겠는가?

아울러 쥴 베른의 SF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From the earth to the Moon)’에 등장하는, 달까지 포탄을 발사한 양키들의 거대한 우주 대포 컬럼비아드(Columbiad space gun)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폴로 11호의 미션 배지에는 하얗게 빛나는 달 크레이터 위로 내려 앉는 독수리가 보인다. 이 독수리는 나뭇가지를 쥐고 있는데, 이는 당연히 승리(소련과의 우주경쟁에서 최종 승자)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다.

좀 더 살펴보면, 지구가 어두운 하늘이 아닌 우주 공간에 떠 있는 것이 보인다. 어떻게 보면 한반도처럼 보일 법도 한데, 사실은 아폴로가 발사된 미국의 플로리다 반도다. 미국 우주인들의 영원한 고향은 휴스턴이 아닌 케네디센터인 모양이다.

특이하게도 아폴로를 발사한 날은 모두 초승달 무렵이다(음력 2~6일). 3일 정도 걸리는 여정을 감안하면 아폴로 우주인들은 지구에서 보는 달이 상현달 혹은 약간 통통한 상현달인 무렵에 달에서 탐사 활동을 펼쳤다.

아폴로

아폴로 우주인들은 모두 지구가 보이는 쪽에서 활동했기에 달로 치면 이른 아침 시간이었다. 때문에 해는 환하고, 그림자는 길고, 하늘은 새카맣다.

양력을 쓰는 NASA 과학자들도 달로 사람을 보낼 때는 모두 음력 달력을 찾아보았다. 우리에겐 익숙한 음력이지만 그들은 고생 좀 했겠다.

(2147)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