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창의 진화는 어디까지?

[아파트 속 과학] 창의 역할과 열 성능 개선 기술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 오대수는 영문도 모른체 15년 동안이나 독방에 감금된다. 영화에서 그가 감금된 방에는 그림으로 그려진 가짜 창(窓)이 등장하는데, 이는 오대수로부터 햇빛과 바람은 물론 밤낮 구분과 시간 감각, 현실감까지 빼앗아버린다.

창이 없는 방은 감옥과 같다. 정확히 감옥에도 쇠창살로 막혀 있고 크기가 작기는 하지만 창이 있다. 창이 없는 경우는 창고나 공장, 주차타워처럼 사람이 생활하는 건물이 아닐 때뿐이다. 창은 건축요소 중 사람의 행위와 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데, 사람이 사는 집에 창이 없으면 우울증, 불면증, 무력증, 비타민 부족, 면역체계 약화와 같은 심리적, 생리적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건축가 중 한 명인 루이스 칸은 “자연의 빛이 도달치 못하는 방은 생명이 없는 죽은 방”으로 표현했다. 역시 위대한 건축가인 프랭크 로이 라이트는 “태양은 모든 삶의 거대한 발광체로서 어떤 건물에서도 그 기능이 발휘되어야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외부에 있는 자연의 태양 빛을 건축물 내부로 가져와 공간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창이다.

햇빛과 바람이 드나들며 바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창은 공간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 LG하우시스

사전적으로 창은 공기나 햇빛을 받을 수 있고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벽이나 지붕에 낸 문으로 정의하는데, 창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창을 뜻하는 영어 윈도우(Window)는 고대 스칸디나비어인 바람(Vind)과 눈(Auga)이 합쳐서 탄생한 말로, 바람이 드나드는 길이면서 바깥을 내다보는 눈이라는 의미가 있다. 창과 비슷한 말로 창호(窓戶)가 있는데, 창호는 창과 문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기 때문에 범위가 더 넓다.

채광과 조망, 환기, 프라이버시 차원에서 중요

한국인의 대표적인 주거공간인 아파트에서 창은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 우선 아파트에서 창은 크기나 방향을 통해 햇볕이 얼마나 잘 드는지 결정한다. 채광이 좋을수록 공간은 쾌적하고 건강을 위협하는 곰팡이나 세균 번식이 줄어든다.

아파트에서 창은 바깥을 내려다보는 조망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조망은 공간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소로 심리와 정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아파트에서 창을 활짝 열면 신선한 바깥 공기가 집안 내부로 들어오고 오염된 실내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창의 개폐를 통한 통풍과 환기는 채광만큼 쾌적한 생활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아파트에는 여러 사람이 모여 살기에 창은 프라이버시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인간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적당한 프라이버시가 보장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창을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가리는 일과 청각적으로 소리의 전달을 차단해주는 일 모두 중요하다. 이 외에도 창은 아파트의 내·외관을 꾸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축 디자인 측면에서 창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당기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창을 얼마나 확보해야 하는지는 창면적비(WWR, Window-to Wall Ratio)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창면적비란 지붕과 바닥을 제외한 건축물 전체 외피면적 중 창이 차지하는 면적의 비율이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전체 창면적비는 대략 35~40% 정도 되는데, 대략 아파트 외피의 3분의 1 이상이 창으로 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창의 면적은 남향은 적정 창면적을 확보하고 북향은 이보다 축소하며 동서향은 창면적을 최소화한다. ⓒ 한국에너지공단

창의 면적은 직접적으로 채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향에 따라 달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향은 겨울철 태양 고도가 낮아지면 햇빛이 깊게 들어와 따뜻하고 여름철 태양 고도가 높아지면 햇빛이 얕게 들어와 시원하다. 가장 장점이 많은 향으로 창 면적비는 40~45% 정도로 넓게 낸다.

북향은 햇빛이 직접 들어오지는 못하고 유리 등에 반사된 확산광이 들어오는데, 창 면적비는 35~40%로 줄이는 게 적절하다. 한편 동향과 서향은 태양이 뜨고 질 때 집안 깊숙이까지 햇빛이 들어오게 되는데, 특히 서향은 여름철에 가장 더운 오후 최대 일사량이 유입되므로 창 면적비를 25~30% 정도로 작게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창의 열 성능을 개선하는 다양한 기술들

창은 채광과 조망이 가능하도록 유리를 주된 재료로 사용하고 환기를 위해 개폐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다 보니 피할 수 없는 약점이 생긴다. 바로 건물에서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빠져나가는 열적으로 가장 취약한 구멍이 되는 것이다.

건물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은 건물 벽체나 지붕, 창 등을 통해 이뤄지는데, 창을 통한 손실량은 전체 열 손실량의 20~40%를 차지한다. 더욱이 여름에는 창에서 과다한 햇빛을 받아들여 냉방부하를 많이 증가시키기도 한다. 결국 총 에너지사용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건물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창을 통한 열 손실과 유입을 줄이는 일이 필요하다. 창의 열 성능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연구주제가 되는 까닭이다.

창의 열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지표가 활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열관류율(U-value)인데, 전도와 대류, 복사 등 복합한 형태로 일어나는 열전달의 모든 요인을 혼합하여 하나의 값으로 나타낸 것이다. 표면적이 1㎡인 물체를 사이에 두고 온도차가 1℃일 때 물체를 통한 열류량을 W(와트)로 표시하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열이 쉽게 빠져나간다고 이해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건물외피의 열관류율 0.4~0.5W/㎡K인데 비해 일반창의 열관류율은 3.3W/㎡K로 에너지손실이 7배 이상 크다.

일사획득계수(SHGC, Solar Heat Gain Coefficient)는 창을 통한 일사 획득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직접 투과된 일사량과 유리에서 흡수된 후 실내로 유입된 일사량의 합으로 계산하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여름철 냉방부하가 커짐을 알 수 있다.

가시광선투과율(VT, Visible Light Transmittance)은 태양 복사에너지 중 파장이 380~780nm인 가시광선이 창의 유리를 투과하는 비율이다. 한편 기밀성능(Air Tightness)은 창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압력차가 발생했을 때 틈새를 통해 공기가 빠져나가는 흐름을 억제하는 성능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창호의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소비자가 건물 용도에 적합한 창호를 선택하도록 돕고 생산자에게는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목적이 있다. 1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열관류율이 1W/㎡K 이하이고 기밀성능이 1등급이어야 한다. 현행 등급제도는 건축물 내부의 열손실을 막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냉방 부하의 원인인 일사획득도 고려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열관류율, 일사획득계수 등 창호의 성능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들(위)과 창호 성능 개선 기술들(아래). ⓒ 국토부 『건축물 에너지 절약을 위한 창호 설계 가이드라인』

창의 열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복층유리는 단판유리의 열적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유리와 유리 사이에 건조 공기를 밀봉함으로써 열관류율을 낮춘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6mm 유리 사이에 12mm 공기층을 둔 24mm 복층유리가 많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단열성능을 강화한 삼중 유리 사용이 늘고 있는 추세다.

창의 열 성능을 보다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유리 사이의 공기층에 열전도도가 낮으며 점성은 크고 움직임이 적은 아르곤(Ar)이나 크립톤(Kr)과 같은 비활성 기체를 주입한다. 이를 통해 복층유리 사이 공간에서의 대류나 가스를 통한 열전도가 최소화되기 때문에 창호의 열관류율을 줄이고 단열성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가장 각광받는 기술은 로이(Low-E) 코팅이다. 로이 코팅은 복층유리 내측면에 은(Ag) 등의 투명금속을 증착시켜, 그 피막으로 열복사를 감소시킴으로써 유리를 통한 열흐름을 억제한다. 가시광선은 그대로 투과하는 데 비해 열을 가진 적외선 영역은 반사한다. 결과적으로 채광에는 전혀 문제없지만, 여름에는 일사열이 실내로 입사되는 것을 차단하여 냉방부하를 저감하고, 겨울철에는 실내의 열이 실외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므로 난방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복층유리와 삼중유리를 만들 때 유리와 유리층 사이에는 스페이서를 두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 스페이서는 구조적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스테인레스 스틸 등 금속재료를 사용했으나 열전도율이 낮은 폴리우렌탄 등의 소재를 사용한 스페이서로 점점 바뀌고 있다. 이는 유리를 구조적으로 지지하면서 유리 모서리 부분에서 발생하는 열 손실을 감소시켜 창호 전체의 열관류율을 개선시키는 역할을 한다.

창틀은 강성과 내구성이 높고 가공이 용이해 알루미늄 많이 사용했는데 높은 열전도율로 인해 창문 전체의 열관류율을 높이는 문제가 있다. 요즘 대다수 아파트의 창틀은 PVC 소재를 사용하는데, 열전도율이 낮고 마모, 부식, 오염에 강한 저항성이 있어 창틀 재료로 적합하다.

진공유리 이어 스마트 윈도우 본격 확대 전망

창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통풍과 환기를 위해 여닫을 수 있어야 한다. 창을 개폐하는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슬라이딩(Sliding) 방식이다. 창이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데, 문제는 움직임으로 인한 작은 틈새에 의해 침기(틈새 바람)가 발생하며 열적으로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슬라이딩 방식을 보완해 리프트 앤 슬라이딩(Life & Sliding)이 사용되고 있다. 창을 움직일 때는 손잡이를 90°로 꺾어 창호를 조금 들어 올리고 움직임을 멈출 때는 다시 내려놓는 방식이다. 마찰력이 감소돼 여닫기가 쉽고 창을 닫았을 때 밀착력이 더 좋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완벽하게 밀폐할 수 있는 형태는 독일식 시스템창호에서 사용되는 틸트 앤 턴(Tilt & Turn) 방식이다. 환기할 때는 손잡이를 위로 90°로 꺾어 틸트 방식을 선택해 창문 윗부분이 10~15도 가량 경사지게 열어 실내의 탁한 공기를 환기시킨다. 창을 개폐할 때는 손잡이를 아래로 90°로 꺾어 밀거나 당겨서 좌우로 창을 열고 닫게 된다.

국내 창호업체들은 유리와 유리 사이 공간층을 진공화한 진공 유리를 개발하면서 최근 건설되는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진공층을 형성하여 전도와 대류에 의한 열전달을 차단시킨 진공 유리는 진공층과 로이유리를 구성하면 단열성능을 최대 0.36W/㎡K까지 낮출 수 있다. 일반적인 로이유리보다 3배 이상 단열성능을 높인 수준이다.

고분자겔 미립자에 의해 반응하는 스마트 윈도우. 온도가 32℃ 이하일 때는 태양빛이 통과하지만 32℃ 보다 높아지면 투과되는 것을 막는다. ⓒ Nature

향후에는 스마트 윈도우가 창의 열 성능을 높이는 가장 대세인 핵심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윈도우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빛의 투과도가 실내외 환경조건에 반응하여 자동조절돼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제어기술이다. 외부 온도가 낮아지면 유리가 투명한 상태여서 외부의 열이 건물 내부로 흘러가도록해 온도 조절을 도와주고, 외부 온도가 높아지면 자동적으로 유리가 불투명하게 변해 외부의 열이 건물 내부로 투과되는 것을 막아준다.

스마트 윈도우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면서 국내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한국에너지연구원을 주축으로 하는 연구팀에서 광감응 자동 색변환 스마트 윈도우의 반응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재료과학분야 저명학술지인 ‘나노 에너지’에 게재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팀에서 급속광소결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 윈도우 생산비용을 40% 절감할 수 있는 공정 개발에 성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마트 윈도우의 성능과 내구성 향상되고 생산비용은 줄어들면서 국내 아파트에 상용화되는 날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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