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아파트 범죄를 줄이는 다섯 가지 방법

[아파트 속 과학] (5) 범죄예방 환경설계

희대의 범죄자 출소를 앞두고 사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살인 등 전과 17범이었던 그는 2008년 악마와 같은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후 고작 12년 동안 감옥에 격리돼 있었다. 12월 13일 만기 출소할 범죄자가 경기도 안산지역 모 아파트에 정착할 것으로 알려지자 지역사회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범죄 실행을 못하도록 심리적으로 압박

범죄는 발생한 후에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기기에 사전 예방이 최선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고밀도로 혼잡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서로 잘 알지도 못한 체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범죄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특히 근래에 여성과 어린이,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걱정은 더 커진다.

안전은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 이론에서 생리적 욕구 다음을 차지할 정도로 인간에게 필수적으로 중요한 사항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범죄 발생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고 입주민들에게 안전하다고 느끼게 할 의무를 갖고 있는 셈이다. 아파트가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이 바로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다.

범죄예방 환경설계는 영문 약자를 따 흔히 ‘셉테드’라 부르는데, 범죄를 유발하는 물리적 환경을 변형시키고 방어 공간 특성을 높임으로써 범행 기회를 사전에 제고하고, 범죄를 실행하지 못하도록 심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범죄의 실행을 어렵게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프루트 아이고는 33개동 2762세대로 구성된 공공아파트였으나 범죄의 온상이 되면서 폭파 철거되었다. ⓒ 경찰청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 방안’ 재인용

셉테드의 개념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가인 제인 제이콥스가 처음 제시했는데, 1970년대 미국의 범죄학자 레이 제프리가 이를 구체화해 셉테드라는 용어와 기본 개념을 만들었고, 건축학자인 오스카 뉴먼이 방어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환경설계에 적용했다.

셉테드를 논의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례가 195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세워진 아파트 프루트 아이고(Pruitt Igoe)다. 당대의 건축가 미노루 야마사키가 설계한 프루트 아이고는 유명 건축상을 수상하는 등 공동주택의 새 장을 열었다고 극찬을 받았으나 공공기물을 파손하는 반달리즘이 횡행하고 마약거래 등 온갖 범죄가 들끓는 범죄 소굴이 되면서 건립된 지 18년 만에 폭파되는 최후를 맞이했다.

자연적인 감시와 접근통제, 영역 구별

1980년대 미국과 영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발전한 셉테드는 2005년 경찰청이 범죄 예방을 위한 설계 지침을 만들면서 우리나라에 도입돼 판교 신도시 등에 반영됐다. 2015년 국토교통부가 ‘범죄 예방 건축기준’을 고시해 500세대 이상의 아파트는 범죄 예방 건축기준을 의무 준수하게 됐고, 2019년부터는 100세대 이상 아파트로 범위가 확대됐다.

우리나라 아파트에 적용되는 셉테드는 범죄 시도를 좌절시키고, 주민들이 범죄로부터 공포를 덜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또한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도움을 요청하기 쉽게 만들고, 도시의 미관을 개선하기 위해 다섯 가지 기본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첫 번째 ‘자연적 감시’는 주민들이 침입자의 발생과 활동을 신속히 알아차릴 수 있도록 가시권을 최대화하는 설계 개념이다. 감시가 있는 곳에서는 범죄가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 건물 외관은 은신 공간이나 사각지대가 없도록 계획하고, 출입구는 도로나 인접 건물에서 볼 수 있는 곳에 설치한다.

공동현관은 투시형 구조를 사용해 출입구에서 직선으로 만들고, 놀이터나 보행자 통로는 범죄자에게 은신처를 제공하지 않도록 전방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간에는 가시성 확보를 위해 출입구, 도로, 보행로, 주차지역, 정원 벤치 등에 적절한 조명을 설치한다.

자연적 감시를 위해 아파트 동 출입문은 직선으로 내부가 보여야 하며(왼쪽), 접근통제를 위해 출입구에 경비실을 설치하고 영역성을 위해 구조물과 울타리 등을 설치한다(오른쪽). ⓒ 국토교통부 등 ‘실무자를 위한 범죄 예방 환경설계 가이드북’

두 번째 ‘자연적 접근통제’는 범죄 예방에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으로 사람들의 동선을 도로와 보행로 등 일정 공간으로 유도하고, 그 외는 비정상적인 진출입을 차단해 범죄 목표물에 접근을 어렵게 만들어 범죄 기회를 원천봉쇄하는 설계 개념이다.

이를 위해 아파트 단지의 출입구는 외부인과 주민들의 이용 편의를 고려하되 최소로 설치하고 경비실과 차량 출입 차단기를 함께 배치한다. 아파트 동별 출입문에는 보안키와 CCTV 등 보안시설을 설치한다. 특별한 용도가 없는 옥상과 지하공간에는 접근통제시설을 설치하고 배관은 침입 도구로 활용되지 못하도록 벽면에 매립하거나 방범시설을 설치한다.

세 번째 ‘영역성’은 특정 지역에 대해 입주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점유함으로써 그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하는 설계 개념이다. 경계를 만들어 해당 지역에 대한 정당한 이용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별하고 지역주민들 간에는 공감대를 형성해 지역공동체를 만들면 범죄가 발생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아파트 단지의 출입구는 영역성을 강화시킬 있는 구조물 등을 설치하고, 단지 외곽을 조경수나 울타리 등으로 둘러쌓아 입주민의 영역감을 증진시킨다. 표지판, 조경, 조명, 도로포장 같은 소유권을 표현하는 물리적 방안을 사용해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을 구별한다.

활동의 활성화에 유지 관리는 기본

네 번째 ‘활동의 활성화’는 입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활발한 사용을 유도함으로써 범죄 기회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공용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적 거리의 눈 역할을 맡겨 범죄 위험을 감소시키고 주민들이 안전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단지 내 공원과 산책로에는 벤치 등을 설치해 자연적 감시가 이뤄지도록 하고, 놀이터에는 보호자가 쉬면서 어린이들을 감시하고 이웃들과 교류할 수 있는 시설을 함께 설치한다. 필로티 하부에는 무인택배 보관함이나 휴게 벤치 등을 배치해 공간 이용을 활성화시킨다.

필로티 공간에 휴게공간을 배치해 활동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왼쪽), 놀이터 주변은 시선이 트이도록 조경을 유지 및 관리해야 한다(오른쪽). ⓒ 국토교통부 등 ‘실무자를 위한 범죄 예방 환경설계 가이드북’

다섯 번째 ‘유지 및 관리’는 시설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처음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사용자들의 일탈행위를 방지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유지 및 관리의 중요성은 ‘깨어진 창문 이론(Broken Windows Theory)’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유리창이 파손된 상태로 방치하면 사람들에게 통제나 관심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줘 무질서와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파트에서는 시설물을 항상 말끔하게 정비하고 쓰레기를 방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나무와 풀이 계속 자라서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산책로나 놀이터 주변의 조경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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