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아파트의 쓰레기 처리 ‘더 편하고 깨끗하게’

[아파트 속 과학] (9) 자동집하시설과 RFID 기반 관리 방식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쓰레기를 남긴다. 속담을 살짝 비틀어 만든 말인데, 쓰레기는 자연계에서 오직 인간만이 남기는 흔적이라고 한다. 한 예로 선사시대 사람들이 먹다 버린 조개껍질 등 생활 쓰레기 더미인 패총(貝塚)은 오늘날까지 남아 당시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 되고 있다.

쓰레기는 사전적으로 버리는 물건, 더 이상 사용 가치가 없는 물건, 못 쓰게 되어 내다 버릴 물건이나 이미 버린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정의할 수 있다. 인간이 입고 먹고 자는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쓰레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쓰레기는 인류가 더 풍요로워질수록 더 심각해지는 부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류 문명의 그림자라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쓰레기가 골칫거리인 이유

우리나라에서 쓰레기는 얼마나 심각한 상황일까? 환경부가 지난해 말 공표한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하루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5만 6035톤에 달했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5톤 쓰레기 차량으로 1만 대 이상 되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쓰레기가 매일 새로 생기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쓰레기 발생량이 특별히 많은 것은 아니다. 2017년 발표된 OECD 자료를 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1일 평균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0.973kg으로 OECD 국가 전체 평균인 1.425kg의 3분의 2에 불과했다.

환경부의 가장 최근 통계인 2018년 자료도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은 1.06kg으로 소폭 증가 추세를 보이지만 낮은 수준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쓰레기 발생량은 일반적으로 선진국들이 가난한 나라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배출량에 따라 처리 비용을 차등 부담하는 종량제 덕분에 배출량이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 기준 OECD 국가별 1인당 1일 평균 생활폐기물 발생량(왼쪽). 우리나라의 1인당 1일 평균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최근 증가 추세이기는 하지만(오른쪽) OECD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 한국환경공단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은 적더라도 워낙 많은 인구가 좁은 지역에 몰려살고 있기 때문에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은 전 사회적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에서는 새로운 쓰레기 매립지와 소각장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지자체들의 계획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연일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진공청소기처럼 쓰레기 모으는 자동집하시설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쓰레기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처리할지는 환경 관리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는 아파트 내 생활환경을 유지하고, 입주민의 건강과 위생을 보전하는 일과 밀접히 연관된다.

일단 첫 과제는 아파트 각 가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옥외(때로는 지하)에 설치돼 있는 쓰레기 보관소까지 나르는 일. 대다수의 아파트들은 입주민이 종량제 봉투에 담아 쓰레기를 직접 나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 나르는 일은 불편하기도 하고 승강기 이용이 가중되며 나를 때 냄새와 위생이 신경 쓰이기도 한다.

한때 우리나라 아파트는 각 층마다 더스트 슈트라는 쓰레기 투입구를 설치하던 시절이 있었다. 뚜껑을 열고 전용관로를 통해 1층으로 쓰레기를 떨어뜨리는 대단히 편리한 방식으로 승강기 사용을 줄여 에너지까지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던진 쓰레기봉투가 터지는 등 악취와 해충, 소음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으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에서는 쓰레기 투입구를 자동으로 잠기게 하고 이중 밸브를 설치하고 내부 압력을 낮춰 냄새가 흘러나오지 않도록 하는 등 악취와 해충, 소음 문제를 해결하면서 다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주방 옆에 음식물 쓰레기 전용 투입구를 만드는 등 편의성도 한층 강화되는 모양새다.

아파트의 쓰레기 보관소에 모인 쓰레기들이 가야 할 다음 행선지는 쓰레기 중간 집하장이다. 중간 집하장에서 쓰레기들은 매립, 소각, 재활용할 종류로 분류된 다음 각각 처리된다.

아파트의 쓰레기 보관소에서 중간 집하장까지 쓰레기를 나르는 데는 일반적으로 차량을 이용한다. 하지만 특정 요일을 정해 수거가 이뤄지기 때문에 쓰레기가 노출돼 미관상 좋지 않고, 여름에는 악취와 파리 등 해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아파트 단지 지상으로 차량이 다니면서 발생하는 소음과 공해, 교통안전 문제도 신경이 쓰인다.

최근 조성된 아파트 단지에 가면 쓰레기를 우체통 같은 통에 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AVWCS, Automated Vacuum Waste Collection System)로, 쓰레기를 투입하면 지하 임시저장고에 떨어진 후 진공흡입기를 통해 지하에 설치된 관로를 따라 2~3km 떨어진 쓰레기 중간 집하장으로 자동 이송되는 방식이다.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AVWCS)은 지하관로를 통해 쓰레기를 자동 수거하는 방식이다. ⓒ 한국토지주택공사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은 1960년대 스웨덴에서 처음 개발됐는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차츰 도입되고 있으며 가까운 일본의 경우 1980~1990년대 건립된 신도시에 대거 적용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용인 수지 2지구에 1만 세대 규모로 처음 도입된 후 송도와 광명, 판교, 영종, 김포장기, 은평뉴타운 등으로 계속 확산되는 추세다.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은 지하 매설 관로를 통해 보통 하루 두 차례 쓰레기를 모으는데, 진공청소기와 똑같은 원리를 사용한다. 송풍기를 가동해 지하관로 내 압력을 낮춘 후 밸브를 열면 시속 60~70km에 이르는 강력한 공기흐름이 발생해 쓰레기들이 순식간에 중간집하장까지 이동하게 된다. 중간집하장에서는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쓰레기 분류까지 자동으로 이뤄진다.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은 수거차량이 필요 없고 관리 인원이 적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언제든지 쓰레기를 버릴 수 있어 편리하며,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 위생적이다. 하지만 설치비용이 많이 들고 쓰레기 지하 임시저장고가 꽉 차면 투입구가 열리지 않아 쓰레기를 버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RFID 도입 후 음식물 쓰레기 감량 효과 상당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중 가장 관리가 어려운 것이 음식물 쓰레기다. 음식물 쓰레기는 사람들이 먹고 남긴 음식 또는 먹을 수 없게 되어 버려야 할 식자재와 음식물을 가리키는데, 쉽게 부패하면서 악취와 해충 등이 문제가 된다.

음식물 쓰레기는 과거 매립하는 방식으로 주로 처리했는데, 땅에 묻을 경우 침출수가 유출돼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주민들의 반대로 매립지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2005년부터 음식물 쓰레기의 직접 매립이 금지됐고, 2013년부터는 음식물 쓰레기를 무게에 따라 처리 비용을 부과하는 종량제가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됐다. 따라서 음식물 쓰레기 관리의 핵심은 감량화와 재활용이라 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는 전용봉투를 사용할 경우 수수료 징수는 편리하나 악취가 발생하고 미관을 저하하며, 자원화 처리 과정에서 봉투가 공정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전용용기를 사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할 수도 있지만 종량제에 필요한 정확한 계량이 곤란하고 용기 관리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아파트들이 가장 활발히 도입하는 방식은 RFID(무선주파수인식,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를 활용한 음식물 쓰레기 관리 방식이다. 아파트 단지 내 설치된 장비에 RFID 태그를 인식시킨 후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면 배출자와 무게, 시간 등 정보가 중앙시스템으로 전송되고 수수료가 등록된 충전카드에서 바로 차감된다.

한국환경공단의 RFID 음식물 쓰레기 관리 시스템 홍보자료. 최근 보급이 늘면서 음식물 쓰레기 감량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 한국환경공단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20년 8월 기준으로 587만 세대가 RFID 방식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데, 이는 전국 공동주택의 52%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수료 차감이 직접 눈에 보이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절감하는 노력도 증가해 평균 35%의 감축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도시환경 미관과 사용자 만족도 측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의 배출과 관련해 불편함과 혐오감,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서 최근 새롭게 시도되는 방식이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다.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는 건조하여 말려서 양을 줄이는 건조 방식과 미생물을 활용해 분해하는 바이오 방식이 있는데, 아파트 단지에서는 하루 최고 100kg를 처리하는 대형 감량기가 주로 사용된다. 감량기를 사용하면 음식물 쓰레기 양을 80% 이상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데, 전력 소모와 건조시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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