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아파트의 살과 뼈 ‘콘크리트’의 비밀

[아파트 속 과학] (8) 콘크리트의 현재와 미래

20세기 중반 SF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는 미래에 인류가 강철 도시에서 살 것이라고 예상하며 소설 ‘강철도시(The Caves of Steel)’를 썼다. 그러나 실제 도시를 이루고 있는 것은 콘크리트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를 대체할 재료가 출현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 인류의 대략 70%는 콘크리트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인간은 콘크리트로 살 집을 만들고 일하는 건물과 공장, 다리, 터널, 도로, 항만, 댐, 상하수도관 등을 만든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300억 톤에서 400억 톤 사이의 콘크리트가 사용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콘크리트는 인간이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물질이다

콘크리트가 최고의 건설재료인 이유

아파트의 살과 뼈를 이루는 것도 역시 콘크리트다. 정확히 말하자면 5층 이상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콘크리트가 있었기에 탄생했다. 아파트 하면 워낙 강하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콘크리트이기 때문에 아파트가 밀집된 모습을 콘크리트 숲이나 콘크리트 정글로 표현하기도 한다.

콘크리트는 자갈과 모래, 시멘트에 물과 혼화재료를 함께 섞어서 굳힌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콘크리트를 만들 때는 기본 강도를 결정하는 자갈과 모래가 60~70%, 재료를 접착하는 역할을 하는 시멘트가 10~20%, 마실 수 있을 정도의 깨끗한 물이 10~20%, 그리고 콘크리트에 특성을 부여하는 혼화재료가 소량 배합돼 만들어진다.

인류 문명을 이루고 있는 콘크리트(왼쪽). 콘크리트는 자갈과 모래, 시멘트, 물, 혼화재를 섞어 만든다(오른쪽). ⓒ www.GharPedia.com

콘크리트를 구성하는 각 재료의 양은 나중에 굳은 콘크리트의 최종 특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시멘트 함량을 높이면 최종 콘크리트의 강도와 내구성이 증가한다. 반면 물의 경우는 많이 첨가하면 경화된 콘크리트 강도가 약해지게 된다. 하지만 물을 적게 넣으면 콘크리트의 작업성이 떨어지니 적절한 배합이 생명이다.

콘크리트가 건설재료로 각광받는 이유는 재료를 처음 배합했을 때는 마치 빵 반죽 같아서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굳히면 높은 강도와 내구성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재료인 시멘트와 물, 모래, 자갈 등은 전 세계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는 바닥이나 기둥 등 만들려고 하는 부분에 반죽 상태일 때 부은 후(타설이라고 함), 적당한 진동을 주어 공기를 제거하고 내부를 치밀하게 하는 다짐을 거쳐, 소정의 물성이 발현되기까지 외계의 변화로부터 보호하는 양생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양생은 습윤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일주일 정도 콘크리트 표면을 덮어두는 걸 말하는데, 콘크리트가 강해지는 핵심 과정이다. 양생을 통해 콘크리트는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충분한 수분을 가지게 되며, 굳을 때까지 물리적인 충격과 햇빛과 바람, 비 등 외부요인으로부터 보호받게 된다. 콘크리트가 양생되면서 시멘트와 골재들은 더 단단하게 접합하게 돼, 균열이 적어지고 내구성은 강화된다.

철근과의 환상의 만남으로 강점이 배가

아파트를 만드는 기본 재료는 최고의 건축재료 콘크리트지만 만능인 것은 아니다. 구조물을 세우려면 다양한 힘을 고려해야 하는데, 줄어드는 압축력과 늘어나는 인장력, 면을 가위처럼 끊는 전단력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콘크리트는 압축력에는 매우 강하지만 인장력과 전단력에는 상당히 취약하다는 것. 이때 해결사로 등장하는 것이 철근이다.

철근 콘크리트 시공 모습(왼쪽). 건축물 바닥에 하중이 실리면 윗면은 줄어드는 압축력을 받는 반면 밑면은 늘어나는 인장력을 받는다(오른쪽). ⓒ 포스코건설(왼쪽), www.concretedecor.net(오른쪽)

철근은 압축력도 강하지만 인장력과 전단력에도 매우 강하다는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콘크리트 속에 철근을 넣으면 압축에 잘 견디는 콘크리트의 강점과 인장과 전단에 강한 철근의 강점을 모두 살릴 수 있다. 철근 콘크리트(R/C, Reinforced Concrete)가 탄생한 이유다.

콘크리트와 철근의 환상적인 궁합은 거의 동일한 열팽창계수 때문에 더욱 돋보인다. 콘크리트와 철근을 일단 붙어놓으면 외부 온도가 오르락내리락하더라도 서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붙어있게 된다. 콘크리트가 강알칼리성이라는 점은 철근의 약점인 부식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설 현장에서 철근은 정글짐처럼 배근하는데, 수평 철근은 인장력을, 수직 철근은 전단력을 강하게 한다.

콘크리트와 철근과의 만남은 서로 사이가 깨질 때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콘크리트는 혼자 있을 때 강한 힘을 받으면 한 번에 박살이 나면서 부서지는 특성을 보인다. 하지만 철근 콘크리트로 구조물을 만들면 콘크리트 파괴 전에 철근이 먼저 변형돼 처짐과 균열이 발생하면서 붕괴 위험을 사전에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초고층을 만드는 초고강도 콘크리트 기술

콘크리트는 강도를 표시하기 위해 MPa(메가파스칼)이라는 단위를 쓴다. 1MPa는 단위면적인 1㎠당 1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강도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건설에는 20~40MPa 정도 강도를 갖고 있는 콘크리트가 사용된다.

건축물을 더욱 높이 만들고 싶은 인류의 욕망과 맞물리면서 콘크리트의 강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연구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건축물을 높게 만들면 전체 무게가 증가하면서 아래층의 기둥이나 벽체를 두껍게 만들어야 하는데, 철근량도 증가하고 사용면적이 줄어들면서 경제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하면 이런 문제가 없어서 안전성과 내구성은 물론 경제성까지 함께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는 포스코건설이 2019년 부산 해운대에 건설한 엘시티 더샵이다. 지상 85층, 339.1m 높이인 이 주상복합아파트에는 1㎠가 800㎏의 하중을 견디는 80MPa 고강도 콘크리트가 사용됐다(사무동은 101층, 411.6m로 건설).

2016년 롯데건설이 완공한 지상 123층, 높이 554.5m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이자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는 150MPa의 초고강도 콘크리트가 사용됐다. 1㎠가 1.5톤의 하중을 견디는 강도인데, 성인 손바닥 넓이에 중형 승용차 100대를 쌓아 올려도 버틸 수 있는 정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해 KCS에서 상용화한 초고강도 콘크리트(UHPC, 가운데). 마이크로 충전재와 나노 혼화재를 사용해 일반 콘크리트(왼쪽)와 고강도 콘크리트(오른쪽)보다 강도를 대폭 높였다. ⓒ KCS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1㎛ 이하의 충전재와 나노사이즈의 특수혼화재를 사용하고, 미수화물의 반응을 활성화시키는 양생 방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압축강도 300MPa까지 가능한 슈퍼콘크리트(UHPC)를 개발해 상용화까지 성공했다.

슈퍼콘크리트 기술은 2020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도 선정됐는데, 일반 콘크리트에 비해 강도가 5배 이상 크고, 물처럼 흘러서 시공성이 우수하며, 내구성이 뛰어나서 수명도 4배 이상이다. 사용량이 적어 경제성도 뛰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외 다양한 건축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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