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아일랜드의 역사를 바꾼 빗줄기

[기후와 전쟁] 계속된 비로 농업 황폐화… 대기근·이민자 속출

‘사이언스타임즈’와 ‘국방일보’가 지난해 6월 29일 MOU를 맺고 콘텐츠를 제휴하기로 했다. 이로써 사이언스타임즈의 과학·창의교육 콘텐츠가 70만 국군장병들에게 보급되고, 국방일보의 글로벌 이슈에 관한 우수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활용하게 됐다. 이에 사이언스타임즈는 국방일보에 연재 중 ‘기후와 전쟁, 역사와 기상’을 연속 게재한다.

기후와 전쟁 “아일랜드의 풍부한 강수(rainfall)를 음악으로 만들었습니다. 강수량은 각 지역의 위도와 경도에 따라 각각 다른 악기로 연주하지요. 바이올린은 북부지방, 비올라는 문스터 지방, 첼로는 레이스터 지방의 강수량을 표현한답니다.”

아일랜드의 음악가 미카엘 펜스톰은 아일랜드의 강수 데이터를 토대로 ‘비의 한 해’라는 작품을 만들어 대박을 터뜨렸다.

아일랜드는 서울보다 3배 정도 비가 많이 내리는 기상학적 특성을 보인다.영국의 식민지로 가난에 찌들어 살아가던 아일랜드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감자가 전파되면서부터다. 1600년대 초반에 감자가 신대륙으로부터 들어왔다. 감자를 심어 보니 기가 막힌 식품이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아일랜드에서도 엄청난 수확을 보였다. 감자는 아일랜드의 주 식량이 됐다.

전 국토가 감자밭으로 개간되기 시작했다.1770년대에는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공업화되면서, 1800년대에는 나폴레옹 전쟁으로 엄청나게 많은 감자를 수출할 수 있었다. 곡물가격이 상승하자 아일랜드는 신이 났다. 곡물 경작지 확장이 계속됐다. 일손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급속한 인구증가가 뒤따랐다.

1700년대에 200만 명이던 인구는 1845년에는 850만 명에 도달했다. 감자는 아일랜드에 미다스의 손이나 다름없었다.호사다마(好事多魔)라던가? 아일랜드 역사상 가장 풍성한 먹을거리와 경제적 풍요를 주었던 감자가 대기근을 불러온 원흉이 됐다.1845년 10월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밭에 남아 있던 감자들과 저장해 놓았던 감자들이 썩어갔다.

후에 감자잎마름병으로 알려진 재앙이 아일랜드를 덮친 것이다. 감자잎마름병균은 10도 이상인 기온과 90% 이상의 상대습도를 오랫동안 유지할 때 급속히 증식하는 특성을 보인다.1846년 여름에 대서양 부근에 저기압 지역이 위치하면서 많은 비가 계속 내렸다. 감자 수확량의 4분의 3 이상이 썩어 버렸다. 1847년 7월에 다시 엄청난 비가 내리면서 수확량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5년간 계속된 감자 흉년, 아일랜드 초토화

1848년 7월 날씨가 냉랭해지면서 비가 자주 내렸다. 다시 감자잎마름병이 발생했다. 5년 동안 연속해서 발생한 감자잎마름병은 아일랜드를 초토화시켰다.

아일랜드의 대기근은 처참했다. 5년 동안 계속된 감자 흉년은 굶주림에 따르는 영양실조를 불러왔다. 발진티푸스와 재귀열이 창궐했다. 이질 등이 만연했다. 사람들은 굶어서 또 병에 걸려 죽어 갔다. 시골은 점점 비어 갔다. 토지가 폐허한 전쟁터같이 변했다.

이제 살려면 아일랜드를 탈출하는 길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이 미국으로 떠났다. 대기근 6년 동안에 240만 명이 행방불명됐다. 사망자가 140만 명, 이민자가 100만 명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끊임없이 내리는 비에 몇백 만 명의 사람이 죽어 나갔다. 전쟁 때문이 아니라 최악의 기후 조건과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병균이 나라를 파멸로 몰고 갔고 역사를 바꾼 것이다.

살기 위해 미국행 배에 몸을 실었던 아일랜드인들은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대기근 이민의 4대 후손인 케네디가 미국의 제35대 대통령으로 당선될 정도로 미국 사회의 주력이 됐다.

아일랜드 이민자들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성 패트릭의 날’을 만들어 퍼레이드와 함께 대형 행사를 한다.그럼에도 아일랜드인들은 후손에게 ‘힘이 없으면 비참하다’는 말을 대대로 전한다.

아일랜드인은 여전히 기억한다. 추적추적 비가 쉬지도 않고 내리고, 땅 속의 감자는 속절없이 썩어가고, 사람들은 굶주림과 전염병으로 죽어갈 때, 아일랜드를 지배했던 영국은 모른 체했다는 것을.

그뿐만 아니라 식량과 가축을 잔뜩 실은 배들이 아일랜드 항구에서 그들을 지배했던 영국 방향으로 떠나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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