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뢰침 패션서 남녀 간 ‘스파크’까지…흥미로운 전자기학의 역사

[2020 온라인 과학축제] 사이언스 클래스(3) 임경순 교수

19세기 초반 조선의 한 가정집. 유리공 모양의 신기한 장치에 많은 구경꾼이 몰려들었다. 이윽고 누군가 이를 돌려서 불꽃을 만들자 많은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짜릿짜릿한 느낌을 전달시킨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이 집필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나오는 진풍경이다. 뇌법기(雷法器)라는 이름의 장치는 바로 정전기를 발생시키는 기계로서, 17~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과학실험이 일본을 거쳐 서울까지 도달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역사 속 전자기학 이야기를 전달하는 강의가 지난 21일 진행됐다. 사이언스 클래스 세 번째 시간인 ‘어서와, 과학사는 처음이지?’다. 강의를 맡은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는 수 천 년에 달하는 전기와 자기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고도 흥미롭게 전달해 과학사의 권위자 다운 면모를 뽐냈다.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는 수 천 년에 달하는 전기와 자기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고도 흥미롭게 전달해 과학사의 권위자 다운 면모를 뽐냈다. ⓒ 사이언스올 캡처

대항해시대 이끈 자석의 역사

“자석, 나침반에 대한 발견과 활용은 중국 등 동양이 서양보다 월등히 빨랐습니다. 하지만 이에 관한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관련 학문을 발전시킨 것은 서양이죠.”

임 교수는 먼저 자석의 역사를 짚어주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자석의 특성을 보다 빨리 파악하고 이를 활용한 쪽은 동양이다. 약 2000 년 전에 자석의 극성을 확인하고 이를 택지나 묏자리의 방향을 잡는 데 쓰는 등 본격적인 활용에 이르렀다는 것. ‘남쪽을 가리키는 물고기’라는 뜻의 지남어(指南魚)를 만들어 정확한 방향을 확인하기도 했다.

항해에서 자석을 활용한 것도 중국이 먼저다. 이미 11세기 항해에 나침반을 활용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아랍 상인 등을 통해 유럽에 전달되면서 서양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 임 교수는 “서양은 나침반에 대해 늦게 알았지만, 결국 이를 통해 대항해시대를 이끌고 큰 발전을 하게 됐다”라며 “자석의 역사가 인류 문명권 충돌에 커다란 역할을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휩쓴 피뢰침 패션? 과학 유행의 단면

자석에 비해 전기는 일찍 발견된 편이다. 전자를 뜻하는 ‘electmron’은 그리스어 ‘호박’에서 나온 것으로, 호박을 고양이털과 문지르면 작은 물질을 끌어당기는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정전기의 존재 자체는 기원전 600년경부터 알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후 강의에서는 다양한 그림들을 바탕으로 정전기 등을 알기 위한 다양한 실험 모습을 생생하게 전했다. 임 교수는 “1672년 오토 폰 괴리케(Otto Von Guerieke)가 유황을 문질러 전기를 발생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다”라며 “이것이 최초의 정전기 발생 장치”라고 말했다.

스티븐 그레이(Stephen Gray)의 정전기 전달 현상 실험. 아이를 실제 공중에 매달아놓고 진행한 이 비정한 실험을 통해 정전기 현상이 접촉에 의해 아주 멀리 전달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 scihi.org

이후 정전기 현상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그중 유명한 것이 당시 아마추어 실험가였던 스티븐 그레이(Stephen Gray)의 정전기 전달 현상 실험. 아이를 실제 공중에 매달아놓고 진행한 이 비정한 실험을 통해 정전기 현상이 접촉에 의해 아주 멀리 전달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강이중’이라는 이의 집에서 진행됐다는 뇌법기(雷法器) 시연 퍼포먼스 역시 이의 연장선상이다. 임 교수는 “이렇게 재미있는 장치가 조선시대에 존재했음에도 아직까지 사극에 등장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라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활용한 드라마 등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전기와 자기에 대한 과학적 사실이 점차 알려지면서 다양하고 흥미로운 실험이 다수 진행됐다.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연을 날려 번개가 전기 현상임을 증명하는가 하면, 남녀가 모인 살롱에서는 서로의 손끝이 닿으면 스파크가 일어나게끔 하는 실험이 진행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전자기학 관련 실험이 당시 사람들에게 꽤나 ‘핫’한 유행이었다는 점이다. 임 교수는 이에 대해 “유럽의 사고방식이었던 계몽사조(독단, 미신, 무지로부터 사회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의 영향”이라고 분석하며 “우산 위에 피뢰침을 꽂고 다니는 등 피뢰침 패션이 유행하기도 했다. 과학이 생활과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엽기적인 실험도 다수 진행됐다. 가장 유명한 것이 이탈리아 과학자 지오반니 알디니(Giovanni Aldini)가 진행했던 전기 충격 실험. 그는 죽은 동물이나 사형수의 시체에 전기를 가해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고자 했으며, 이는 널리 알려진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모티브가 됐다.

엽기적인 실험도 다수 진행됐다. 가장 유명한 것이 이탈리아 과학자 지오반니 알디니(Giovanni Aldini)가 진행했던 전기 충격 실험. 그는 죽은 동물이나 사형수의 시체에 전기를 가해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고자 했으며, 이는 널리 알려진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모티브가 됐다. ⓒ 위키미디어

전자기학 거두들의 흥미로운 이야기

한편 알렉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가 진행했던 전지 실험은 위험하지만 이후 획기적인 발명의 토대가 됐다. 금속의 접촉으로 전기가 발생하는 현상에 관심을 가진 그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금속을 접촉시키며 실험을 진행했다고.

임 교수는 “단일 접촉은 전기가 약하기 때문에 여러 개를 기둥으로 연결해 강한 전류를 얻어낸 것”이라며 “사람이 다칠 정도로 위험한 수준까지 진행됐지만, 결과적으로 인공 전기 기관인 볼타 전지를 제작하는 바탕이 됐다”고 부연했다.

전자기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로 13세에 제본소로 취직한 패러데이가 위대한 과학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가 일하는 제본소에서 취급하는 서적 중 하나가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이었고, 이를 보게 된 패러데이가 전기 관련 부분을 독학하면서 과학의 기초를 쌓았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결국 영국 왕립연구소에서 활동하던 전기화학자 험프리 데이비(Humphry Davy)의 조수가 되면서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됐다”고 전했다.

패러데이는 과학대중화를 이끈 선구자이기도 했다. 그가 1826년 시작한 ‘영국 왕립연구소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RI Christmas Lectures)’은 오늘날까지도 대표적인 대중 과학 강연으로 남아있다. ⓒ 위키미디어

이런 패러데이는 과학대중화를 이끈 선구자이기도 했다. 오늘날까지도 대표적인 대중 과학 강연으로 남아있는 ‘영국 왕립연구소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RI Christmas Lectures)’을 1826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정식으로 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는 이 강연을 통해 많은 이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알려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패러데이와 함께 전자기학의 거두로 꼽히는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역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그때까지의 전자기 이론을 수학적으로 정리해 전자기학의 기초를 다진 그가 수학에 능통했던 비결이 다름 아닌 시험 때문이었다는 것.

임 교수는 “당시 케임브리지 대학 졸업시험의 예상문제로 어려운 수학 문제가 많이 나왔다”라며 “맥스웰이 이를 위해 공부한 편미분 방정식, 유체역학 등이 결과적으로 전자기학의 기초를 쌓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후 전자기파와 텔레파시, 상대성이론, 저온물리와 초전도 현상, 고온 초전도체 등 최근까지의 물리사가 이어졌다. 임 교수는 “나침반에서부터 현재까지 약 2000 년간의 역사를 숨 가쁘게 살펴봤다”라고 회상하며 “지금도 전기와 자기의 역사는 계속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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