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아이돌 가수, 조리사도 연구에 일조”… 발표 달인이 전하는 ‘소통’의 가치

[인터뷰] 부가연 ‘2020 페임랩코리아’ 대상 수상자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대학자이자 독특한 유머 감각의 소유자인 리처드 파인만은 강의를 맛깔나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의 강의 내용을 편집한 책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The Feynman Lectures on Physics)’는 일명 ‘빨간 책’으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전문용어나 수학적 이론을 세세히 설명하지 않고도 물리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해시키는 탁월한 능력 덕분이다. 최고의 ‘학자’가 꼭 최선의 ‘교육자’는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의 이런 재능이 얼마나 희소하고 귀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20 페임랩코리아’ 대상 수상자인 부가연 씨에겐 ‘농담 잘 하는 파인만 씨’와 비슷한 재능이 언뜻 엿보인다. 귀에 착 감기는 목소리와 또박또박한 발음, 어려운 개념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찰진 비유법, 적당히 시선을 모으는 바디랭귀지, 안정적인 시선처리 등이 모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남다른 소질을 증명한다.

포항공과대학교 석박사통합과정에서 재학 중인 부가연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발표의 달인이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역지사지’라 답하며, 환하게 웃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발표 비결은 역지사지… ‘나’ 아닌 ‘남’의 시선이 중요”

“발표 잘 하는 비결이 뭐냐고요? 제가 사실 이해력도, 집중력도 떨어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예상치 못한 대답이 들려왔다. 누가 봐도 ‘넘치는’ 소질을 가진 부 씨는 되레 ‘부족함’을 자신의 주무기로 삼았다.

“학창 시절 수업을 듣다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경험들이 발표를 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됐던 거죠. 거꾸로 ‘내가 말을 할 때 듣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 쉽고, 덜 지루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특히 이를 위한 노력이 ‘외부의 시선으로 보기’다. 부 씨는 “역지사지를 위해서는 ‘나’ 아닌, ‘남’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녹음을 하거나 촬영을 통해 꾸준히 나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인들 앞에서 발표를 진행하며 신랄한 피드백을 받는 작업은 기본이다.

“과학은 마케팅… 내용만큼 홍보도 중요”

꾸준한 수련의 대가는 달콤했다. 지난 2018년 포항공과대학 내부 토크 대회인 ‘내 연구를 소개합니다’에서 대상을 차지한 데 이어 2020년 페임랩코리아마저 석권한 것. 어느덧 발표의 달인으로 거듭난 부 씨에게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대회 수상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과학에 있어 소통과 전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

“학부생 때 한 스타트업 회사의 인턴 마케터로 일한 적이 있었어요. 기술력뿐만 아니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기획과 홍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혹시 엘리베이터 스피치(Elevator speech)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엘리베이터 스피치는 ‘엘리베이터에서 투자자를 만나는 짧은 시간 내에 설득할 수 있는가’를 뜻하는 마케팅 용어다. 부 씨는 이에 대해 “신속하게 내가 하는 일의 핵심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동의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라며 “어떤 분야든 홍보과 소통은 중요하지만, 특히나 과학 분야에서 갈수록 중요해지는 개념”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8일 진행된 2020 페임랩코리아에서 발표를 진행 중인 부가연 씨의 모습. ‘광학 집게’라는 어려운 주제를 훌륭히 설명하며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 사이언스올 캡처

모든 이에게 연구를 알려야 하는 까닭

이는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소신으로 이어졌다. 현재 포항공과대학교 석박사통합과정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부 씨는 ‘과학과 소통’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비용을 지원받고, 각종 시설들을 사용하는 등 연구를 가능케 하는 환경은 결국 사회, 즉 대중들로부터 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게는 연구 과제 참여를 위한 제안서 작성에서부터 크게는 해당 과학기술의 유용함과 사회적 의의를 널리 알리는 것까지. 더 나아가서는 많은 이들이 과학적 사고를 통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이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와 공유돼야 한다는 의미다.

“조금 엉뚱한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실험하는 사람’인 제 과업에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는 밥을 먹고, 유튜브로 아이돌 영상을 보면서 심신을 다듬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말해 “학생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조리사 선생님, 멋진 무대를 통해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아이돌 가수 역시 연구에 일조하는 것”이라는 설명. 부 씨는 “그렇기 때문에라도, 이분들에게 제가 무슨 연구를 하는지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소통이 연구에 필수? 융합 연구만 봐도 알 수 있어”

한편 과학을 일반에게 알리는 외적인 소통 말고도, 연구를 진행하는 이들의 내적인 소통 역시 과학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거칠게 얘기해서, 커뮤니티 그리고 소통이 연구의 ‘전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학자들이 자신의 논문을 저널에 게재하고, 학회에 이를 발표하면서 서로 리뷰하는 기본적인 과정 역시 일종의 소통이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같이 연구의 경계가 겹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부 씨의 소통론은 더 힘을 받는다. ‘생물물리학(Biophysics)’이라는 융합학문을 파고드는 그에게, 이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자, 이번 대회의 발표 주제인 광학 집게(Optical tweezers)만 해도 수많은 분야가 얽혀있습니다.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단위의 작은 구슬을 만들고, 단백질을 정제하며, 강력한 빛을 제어해 이 둘을 결합시키는 등 여러 과정에는 광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생화학 등 수많은 학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죠. 또한 실험을 통해 얻어낸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인공지능과 관련 컴퓨팅 기술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종합적으로 “융합이 되지 않는 분야는 살아남기 힘들며, 학문 간 ‘소통을 잘 하는 것’이 곧 ‘과학을 잘 하는 것’과 동의어가 될 것”이라는 것이 부 씨가 내린 결론. 그는 “이것이 바로 과학에 있어 소통이 중요한 이유”라고 재차 강조했다.

부가연 씨는 “리처드 파인만, 칼 세이건과 같은 소통 잘 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며 최고의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향한 의지를 보였다. ⓒ 김청한 / Sciencetimes

“파인만, 칼 세이건 같은 과학자 되고파”

부 씨는 대중과 연구자들을 모두 대상으로, ‘소통 잘 하는 과학자’가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 중이다. 실험을 진행하는 사이, 남는 시간 하나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사회 뉴스를 검색하고 다른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콘텐츠를 찾아보고 있다고.

“어렸을 적부터 리처드 파인만, 칼 세이건과 같은 학자들을 보면서 ‘로망’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결국 물리학을 전공하고 과학 대중화에 신경 쓰게 된 것도 그러한 영향이겠죠.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계속 공부를 이어가고 내실을 다져나간다면, 전문성을 갖춘 과학자이자 뛰어난 커뮤니케이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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