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뉴미디어 작가들의 실험

‘끝없는 도전, 인피니트 챌린지’ 전시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3,4 전시실에서 7월 13일까지 아시아 출신여성 뉴미디어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조명한 전시회 ‘끝없는 도전, 인피니트 챌린지’를 만날 수 있다.

뉴미디어 작품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쉽지 않은 아시아에서 새로운 예술에 대한 도전과 시도를 멈추지 않았던 7명의 여성 작가들. 그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사회적 편견을 넘어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어떻게 실험을 하고 새로운 예술을 창조해내는지 보여주고 있다.

위안화도시.세컨드라이프도시계획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위안화도시.세컨드라이프도시계획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중국의 변화를 다양하게 시각화

먼저 3전시실 들어가기 전 복도에서 세 개의 대형 화면에서 영상이 나온다. 어느 해안가에서 외국인들이 다양한 종류의 연을 날리는 장면이 나오는 이 작품은 우리나라의 김순기의 ‘조형상황’이다. 1970년대 초반 비디오 아트를 시작한 작가는 시․공간의 만남에서 생성되는 우연성과 일회성에 대한 관심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3전시실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 작품은 차오페이의 ‘그림자 인생’, ‘위안화 도시: 세컨드 라이프 도시계획’, ‘힙합 시리즈’이다. 세 작품 모두 급격하고 혼란스러운 변화를 겪고 있는 현대 중국사회의 모습들이 반영되어 있다.

‘그림자 인생’인 경우에는 예전 벽에다 대고 했던 ‘그림자놀이’와도 닮았다. 다른 점이라면 동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적 사상이 담겨있던 중국의 과거를 담아내는 듯해 보인다. 갑자기 커진 하나의 손이 다른 손들을 지배하고,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처럼 변하기도 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위안화 도시: 세컨드 라이프 도시계획’은 인터넷 기반의 가상세계인 ‘세컨드라이프’를 배경으로 컴퓨터 게임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만든 영화나 짧은 영상인 ‘머시마나’이다. 천안문광장과 팬더곰, 고층빌딩, 샨사댐, 바다로 흘러나오는 엄청난 해운 물류, 우주산업 등 중국의 산업화를 생생히 표현해내고 있다.

‘힙합 시리즈’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위트있게 표현했다. 작가는 일반인들에게 힙합 춤을 추는 영상을 보여주는 따라하게 한 후, 자신의 영상에 일반인들을 담아냈다. 중국, 일본, 미국 세 장소에서 찍은 이 영상 속 일반인들이 추는 힙합은 엉성하기 그지없는데, 이는 지역마다 사람마다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모습의 다름을 그려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의 양면성을 담다

틴틴 울리아의 ‘나비 발생기’와 ‘우리는 꽃에 주목하지 않는다.’라는 작품이 그 다음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윤지현, 이재민 작가와 협업을 한 ‘나비 발생기’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과 연결된 작품이자 관람객들과 인터랙티브하는 설치물이다.

나비 발생기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나비 발생기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치 기도실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공간에 놓여있는 설치물. 그런데 그 작품 안에 또 다른 빈공간이 있는데, 그곳에는 꽃잎과 알록달록한 버튼, 거울, 자명종이 놓여있다. 그리고 그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영상물이 보인다. 하지만 이 버튼을 누르면 이 설치물에서 소리를 내는 동시에 과천관에서 소리가 난다.

과천관에 누군가가 버튼을 누르면 여기서도 소리가 나면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영상으로 비춰진다. 이는 ‘동시대성’을 갖는 인터넷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서로 연결된 듯 하지만 실제로는 거리감을 갖는 ‘동시대성’의 허상을 보이면서 지구 반대편의 일이 내게 영향을 미친다는 ‘나비효과’를 표현을 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꽃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작품은 8개에 미디어를 벽에 설치한 작품이다. 바닥에 꽃을 배치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신기하게 그들은 꽃에 주목하기보다 배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꽃이 그 목적이 달라질 때는 그 정체성마저도 변화됨을 보이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슈리쳉은 인터넷을 매개로 한 넷 아트를 통해 거대권력이 은폐하고 있는 진실을 폭로하는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은 ‘아기 작품’과 ‘인터넷 구성’ 등이 있다. 두 작품 모두 마치 오락실 같은 소리가 난다. TV 패널 아래는 마우스 볼이 부착된 자판이 놓여있어 관람객은 이를 이용해 작품을 눌러볼 수 있다. 참여 관람객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키보드는 복잡한 소리를 내며 복잡다단한 소리를 낸다.

뿐만 아니라 회로도 같은 느낌이 나는 영상과 프로그램 코딩언어가 떨어지는 영상이 화편에 가득 차는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대체 노동력을 만들기 위해서 인간 복제를 하는 2030년의 미래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벽으로 가려져 있어 같은 전시실 내에서 독립적 공간으로 보이는 곳에 샤흐지아 시칸더의 ‘시차’라는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가로 2m는 넘어 보이는 영상이 세 개가 연결되어 상영되고 있다. 붉은 색감이 도드라지게 느껴지기도 하고 붕괴되고 파괴되는 느낌도 든다. 다양한 문명의 이기를 쇠사슬로 묶어버린 장면도 나온다.

파키스탄인인 작가는 그림을 세밀하게 그리는 전통적인 세밀화와 애니메이션, 음악을 결합시킨 영상작업을 해오고 있었는데, 이 작품도 작가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호므무즈’ 해협을 둘러싼 패권의 변화를 소재로 삼아 서로 다른 집단 간의 마찰과 충돌을 보이는 작품으로 추상적이면서 구체적인 이미지들이 생성, 변화, 확산을 반복하고 있다.

모국 인도: 고통의 구축에  관한 보고서

모국 인도: 고통의 구축에 관한 보고서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여성들의 참혹한 경험, 그 트라우마

4전시실에는 날리니 말라니의 ‘모국 인도: 고통의 구축에 관한 보고서’라는 작품만 있다. 5분 30초 영상으로 시작하는 순간 여성이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가 들린다. ‘피난가는 사람들, 파괴된 마을, 무언가를 끊임없이 말하는 붉은 입술’ 등 장면과 계속적으로 듣기 거북한 사운드가 나온다.

인도와 유럽의 전통 사이에서 여성의 역할과 인도와 접경 지역에서 발생한 인종 및 종교 분쟁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에 주목해 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인도와 파키스탄 분리 분쟁의 희생자로 집단 강간을 당한 여성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성적, 신체적 폭력에 시달린 여성들의 참혹한 경험에 대한 트라우마를 다룬 대작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WMYEOAIUSRT’ 작품은 교육동 옥상에 전시되어 있다. 이 작품의 작가는 쉴파 굽타인데, 그는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서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신의 작품 대부분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특징도 보이고 있다.

이번 작품도 알 수 없는 문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명이 들어온 알파벳만 읽게 되면 ‘마이 이스트 이즈 유어 웨스트(MY EAST IS YOUR WEST)’라는 문장이 완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서구 중심적인 시각에 따라 ‘동양’으로 정의된 아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관람객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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