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명화, 디지털로 감상하기

디지털 명화 오디세이-시크릿뮤지엄

지난 2010년 파리 5대 미술관인 프티팔레는 ‘Revelation_레벨라시옹’이라는 디지털 명화 전시회를 열었다.

당시 프티팔레는 고성능 카메라로 명화를 촬영하고 난 후, 작품의 디테일과 숨은 의도를 담아내기 위해 그 이미지를 가지고 애니메이션, 특수효과, 3D, 음향을 활용했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공개해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9월 22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전시장에서 열리는 ‘디지털 명화 오디세이-시크릿뮤지엄’전 역시 ‘레벨라시옹’과 비슷하다. 대형모니터, 멀티스크린, 3D, 홀로그램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명화를 재해석했을 뿐만 아니라 명화를 보는 색다른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명화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다. 

▲ ‘디지털 명화 오디세이-시크릿뮤지엄’ 은 명화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예술의 전당


‘시크릿뮤지엄’전은 8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다. 미술의 핵심 테마인 선, 색, 빛, 그림자, 시간, 원근법, 마티에르, 감정이 그것이다. 각 섹션에는 대형 디지털 기기들은 눈에 띄지 않는 작품 속 구석구석까지 비춰주며 명화가 가진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선과 색이 만들어내는 그림의 느낌

‘선’ 섹션에서는 그림에서의 ‘선’이 갖고 있는 의미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비드의 ‘호라티우스의 맹세’는 빈틈없는 선과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성성 상징인 골격과 뼈대를 부각하는 해부학적 선을 통해 강인함과 굳건함이 놀라울 정도로 잘 드러나고 있다.

천재적인 초상화가인 앵그르는 자신만의 이상적인 데생을 위하여 우아한 곡선과 교묘한 기술로 ‘그랑드 오달리스크’를 완성했다. 그랑드 오달리스크는 이슬람문화권에서 첩 혹은 여자 노예라는 뜻이다. 그 의미처럼 여성 인체를 왜곡하여 아주 매끈하게 표현했다. 이는 리듬감 있는 인체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디지털모니터를 통해 그림에서 드로잉의 역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예술의 전당


‘색’ 공간에서는 그림에서의 조형성이 느껴진다. 루벤스는 ‘페르세포네의 납치’에서 밑그림을 구성할 때 선을 쓰지 않고 오로지 색만을 사용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의 강력한 붓 터치는 화면에 역동감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밝은색과 어두운 색의 강한 대비는 숨 가쁜 납치 순간의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들라크루아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서 낭만적인 색조에서 강조되는 열정과 격렬함을 드러내고 있다. 대형화면을 통해 이 그림의 배경장소와 주변에 흩어져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시간으로 표현되는 명화

‘빛’ 섹션에서는 자연의 빛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터너는 ‘빛, 증기, 속도’에서 비 오는 날 증기를 뿜으며 달려가는 기관차를 하늘 위에서 비스듬히 조망한 구도로 포착해냈다.

디지털 캔버스로 옮겨진 이 작품은 위로 안개가 비속에서 떠다니는 장면, 비가 물가에 떨어졌을 때 생기는 동심원 등이 디테일하게 구현되고 있다. 게다가 비가 떨어지는 소리까지 더해져 한 편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마저 준다.

모네의 ‘라바쿠르 지역의 센 강의 일몰, 겨울효과’에서는 대기 속에서 느껴지는 빛과 색채가 고스란히 묻어있다. 특히 차가운 대기 속에 퍼져 있는 옅은 안개는 생생하게 전해지는데, 이 역시 큰 화면을 통해 붓 터치를 어떤 방식으로 해서 이런 감성을 전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 터너, ‘빛, 증기, 속도’ ⓒ예술의 전당


빛에 의해 만들어지는 검은 색인 그림자는 명암대비가 아주 극적이다. 그래서 ‘그림자’ 공간에서는 그림에서 극한의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에서는 도끼자루, 찢긴 군복, 부러진 돛대, 성난 파도들이 확대되면서 천천히 나타난다.

바다와 뗏목, 죽음 직전에서 절규하는 생존자들, 널브러진 시체 등 주요 모티브들이 명암대비로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다. 절단된 시체와 생존자의 표정은 공포와 처참함 등이 고스란히 관람객들에게 전달된다.

라 투르의 ‘목수 성 요셉’에서는 요셉과 그의 아들 예수가 어두운 작업실 안에서 뭔가를 하는 그림이다. 디지털로 재현된 이 그림에서는 초의 심지가 타는 소리와 나무를 돌리면서 요셉이 내는 숨소리가 들려 진짜 그림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시간’에서는 그림이 선택한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밀레의 ‘만종’에서는 일상적인 짧은 시간일 수도 있고, 자연 순환처럼 영원히 반복되는 삶이기도 하다. 반면 아르침볼트가 과일, 채소 등을 사용해서 의인화한 ‘여름’처럼 한 계절의 긴 시간일 수 있다. 그림을 통해 ‘시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거리감과 재료로 드러나는 그림의 감정들

원근법은 하나의 점을 화면에 고정해놓고 이를 근거로 다양한 그림 속 요소들을 일정비율로 그려내는 기법이다. 만테냐는 ‘그리스도 죽음에 대한 애도’에서 몸의 길이를 줄인 극적인 단축법을 사용하였다.

예수의 고요한 얼굴, 못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손과 발 등 1m가 채 안 되는 작은 크기의 그림을 훨씬 큰 대형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홀로그램을 통해 정상적인 원근법으로 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되는지도 알 수 있다. 홀바인의 ‘대사들’도 인상적이다.

바닥에 일그러진 형상은 처음에는 무너지 잘 모르지만 옆에서 바라보면 해골형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 대사와 친구를 그린 초상화인 이 작품에서는 확대되는 화면에서는 대사의 신분을 상징하는 단검 같은 장신구도 자세히 볼 수 있다.

▲ 고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 ⓒ예술의 전당


마티에르는 불어로 그림의 표면을 덮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 즉 ‘재료’를 말한다. 그래서 ‘마티에르’ 섹션에서는 질감이 주는 느낌을 감상할 수 있다. 앙리 레뇨의 ‘무어왕들의 참수 집행’은 디지털을 통해 처형과 피의 강렬함을 더 생생하게 표현한다.

디지털 작품에서 참수당한 자의 목에서 나온 피가 계단을 따라 계속 흘러내리는 장면 구현으로 섬뜩함이 느껴진다.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하나의 폐쇄된 공간 사방을 모두 이용해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관람객의 아를 밤 하늘 아래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두터운 붓 터치가 만들어내는 입체적 재질감으로 푸른 밤하늘의 별빛, 수면 위 가로등 불빛, 코발트 블루빛 하늘에서 느껴지는 서정성이 그대로 전달되기도 한다.

‘감정’ 섹션에서는 샤르댕의 ‘팽이를 가지고 노는 소년’은 작고 하찮은 팽이 앞에서 누린 어린 시절의 행복감을 준다. 뵈클린의 ‘죽음의 섬’에서 명상적 경건함을 느끼게 한다. 이 두 작품은 3D 안경을 착용하고 보도록 제작됐다. 영혼을 저승으로 안내하는 자의 배가 강을 건너갈 때 물결을 일으키거나 팽이가 계속 돌고 있는 장면은 누가 보더라도 기억에 남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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