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생명 구하는 스마트 액세서리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28) 쿠시베이비와 터모텔

몸에 착용할 수 있는 기기라고 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라고 불리는 디지털 기기들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원활하게 움직이려면 사물인터넷(IoT)과의 연결이 필요한데, 그런 이유로 ICT 선진국조차도 아직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완전히 상용화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목걸이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스마트 액세서리 ⓒ UNICEF

목걸이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스마트 액세서리 ⓒ UNICEF

그런데 최근 들어 이들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저개발 국가의 어린이들을 살리는 의료기기로 활용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목걸이와 팔찌, 그리고 밴드 형태로 어린이들의 몸에 착용되는 스마트 액세서리들이다.

예방접종 기록이 담긴 웨어러블 건강기록부

아기가 탄생하면 소아마비 같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주사를 꼭 맞아야만 한다. 그래야 아기들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지 않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예방 주사가 하도 많다 보니 아기의 부모들이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의료 선진국의 부모들은 아기가 태어난 이후 어떤 예방주사를 맞았는지를 일일이 기억할 필요가 없다. 예방접종 기록이 모두 병원의 전산시스템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대면 그 자리에서 조회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저개발 국가에서 탄생한 아기들은 이런 혜택을 볼 수 없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하다 보니, 부모들은 아기가 어떤 예방주사를 맞았는지를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 많은 의료진들이 저개발 국가를 방문한다 해도 아기들은 필요로 하는 예방주사를 맞지 못할 때가 많다. 그 결과 해마다 1000만 명 이상의 아기들이 예방이 가능한 질병에 걸려 목숨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 예일대의 학생들이 유니세프(UNICEF) 및 개발사인 암(ARM)의 지원을 받아 목걸이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쿠시 베이비(Kushi Baby)’라는 이름의 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아기들의 예방접종 내용 및 건강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쿠시베이비는 아기들의 개별 건강기록부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 UNICEF

쿠시 베이비는 아기들의 개별 건강기록부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 UNICEF

의사가 아기들의 목에 걸린 쿠시 베이비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저장되어 있던 예방접종 내용 및 건강과 관련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예일대 학생들은 개발된 쿠시 베이비를 인도의 한 낙후된 마을에 처음 적용하여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주민들이 쿠시 베이비에 대해 호평을 한 이유에는 필요한 예방 주사가 무엇인지를 빠르게 알려준 성능이 가장 크지만, 목걸이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한몫을 차지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검은색 실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면 질병으로부터 아기를 보호한다는 미신이 인도 사람들의 오랜 전통이었기 때문이다.

쿠시 베이비를 개발한 ARM의 관계자는 “저장되어 있던 정보를 바탕으로 아기에게 필요한 백신 예방주사의 종류나 기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소개하며 “특히 인터넷으로 연결하면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전송하여 다양한 분석 도구를 통해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첨단 기술을 탑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개발 국가의 아기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 기술성을 인정받아 쿠시 베이비는 유니세프가 주관한 ‘웨어러블포굿챌린지(wearable for good challenge)’ 대회에서 25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받는 영광까지 누렸다.

또한 쿠시 베이비는 ‘킥스타터’라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약 3만 달러 정도의 투자를 받아 제품 개발을 마쳤으며, 2015년부터 진행된 시범사업은 현재 100여 개가 넘는 인도의 농가에서 본격적인 보건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아기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팔찌와 밴드

쿠시 베이비가 아기들의 건강기록부 역할을 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라면 지금 소개하는 ‘터모텔(TermoTELL)’과 ‘와!(WAAA!)’는 아기들의 건강 상태를 직접 모니터링하는 웨어러블 기기들이다.

터모텔은 아기의 온도와 땀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팔찌이다. 매년 50만 명 이상의 저개발 국가에서 태어난 아기들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는 비극을 조금이라도 막아보기 위해 유니세프의 지원하에 미국에서 개발되었다.

말라리아는 모기에게 감염되어 발생하는 급성 전염병이다. 증상으로는 갑자기 몸에 열이 나면서 추위를 느끼는 오한 증세와 끊임없이 식은땀이 분비되는 발한 증세가 대표적이다. 터모텔에는 온도와 습도 센서가 탑재되어 있어서 아기 몸의 온도와 습도가 비정상적인 수치에 다다르면 경고등을 깜빡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팔찌 형태의 터모텔은 아기의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 UNICEF

팔찌 형태의 터모텔은 아기의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 UNICEF

반면에 ‘와!’는 아기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스마트 밴드 형태의 디바이스다. 아프가(APGAR) 지수를 문자로 전송해 주는 건강 모니터링 기능을 갖고 있는데, 아프가 지수란 출생 직후의 아기 상태를 피부색(Appearance)과 심박수(Pulse), 그리고 반사(Grimace) 및 근긴장(Activity), 호흡(Respiratory) 등의 항목으로 나눠 평가한 지수를 가리킨다.

각 지수들이 7점 아래로 내려가면 빠른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와!’는 아프가 지수를 실시간으로 부모와 의료진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송하여 재빨리 처치가 이뤄지도록 돕는다.

역시 유니세프의 지원으로 영국 허더즈필드대가 개발한 이 스마트 밴드는 이제 갓 태어난 아기의 가슴과 발에 부착되도록 만들어졌다. 밴드에는 2개의 부드러운 패치 센서가 부착되어 있는데, 센서에서 감지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에 전송되도록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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