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어 보이는 연구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 연구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됐을지라도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지식을 축적하다 보면 그 과정 속에서 놀라운 발견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은 분야로 연결되고 융합되어서 세상을 변화시킬 놀라운 과학적 성과를 이룰 수 있다.”
200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콜롬비아대학교 마틴 챌피 교수의 말이다.
그는 22~23일 열린 제3회 세계과학문화포럼 글로벌강연에서 쓸모없는 연구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쓸모없는 연구를 계속해야 하는 까닭은?
아울러 “노벨상은 베스트 과학자나 스마트한 과학자가 아니라 연구를 통해 세상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그런 변화는 끈기 있는 연구 끝에 얻어지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생화학자 시모무라 오사무 교수도 그런 우연한 기회로 ‘녹색형광단백질(GFP)’을 발견하게 됐고, 마틴 챌피 교수와 노벨화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게 됐다.
챌피 교수는 “해파리 발광의 이유를 알고 싶다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그의 연구가 시작됐다. 여러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했지만 매번 실패를 했다. 어느 날 밤, 싱크대에 실험물을 버리고 집에 가려고 불을 껐을 때 우연히 싱크대에서 빛이 나는 것을 발견했다. 싱크대에는 바닷물이 남아있었고, 그 속의 칼슘과 반응해 발광하게 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당시만 해도 해파리 발광의 메커니즘을 찾는 것이 그리 유용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쓸모없어 보였던 GFP가 질병과 관련된 생체분자를 추적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로 응용되면서 생체연구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이는 오사무 교수의 끈질긴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챌피 교수는 “노벨상 수상 후 강연을 갔을 때 한 현미경 회사 사장으로부터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밝혔다. 판매가 저조해서 현광현미경 사업을 접으려고 할 때 GFP가 발견되어 형광현미경이 살아남게 됐다는 것.
그는 “GFP 연구가 형광현미경에까지 영향을 미치리라고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기초연구들이 다양한 응용으로 이어지면서 노벨상 수상의 명예를 얻게 되거나 사업에서 큰 돈을 벌게 되는 등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챌피 교수는 “거듭된 실패로 쓸모없어 보이는 연구라도 끈질기게 계속하다보면 큰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 ‘연결과 융합’으로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과학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챌피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지금의 애플 아이폰이 가능했던 것은 수 천 년 전부터 수 천 명의 과학자들이 시행해 온 끈질긴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영광은 아이폰이 차지했고, 그것을 가능케 했던 수많은 기초연구는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챌피 교수는 “최종적으로 인류에게 유용한 발명을 한 사람은 물론, 그것이 가능하도록 밑바탕이 되어준 기초과학의 공로도 인정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며 “과학자나 연구자들이 직관을 이용해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쓸모없어 보이는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와의 연결과 융합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라고 피력했다.
같은 날 글로벌강연에서 오덕성 충남대 총장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연결과 융합을 강조했다.
그는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시작됐다며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동차, 3D프린터, 나노기술, 생명공학, 재료공학, 에너지 저장기술, 양자 컴퓨터 등 폭넓은 분야에서 끊임없이 지식들의 연결과 융합을 통해 놀라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3회째인 세계과학문화포럼은 2015년 열린 세계과학정상회의 대전선언의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과학과 사회의 소통, 과학과 문화의 융합을 통해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기반을 강화하고 한국과 미래사회에 영향력이 큰 글로벌 과학이슈들을 논의해 왔다.
(3198)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나사 풀림 위험을 감지하거나 내·외부 물리적 변형 요인을 구분할 수 있는 지능형 금속 부품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UNIST에 따르면 기계공학과 정임두 교수 연구팀은 3D 프린팅 적층제조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인지 가능한 스테인리스 금속 부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 인공지능 기술과 증강현실 융합기술로 금속 부품 단위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현했다.
원자력발전소의 배기가스나 산업체·병원 등에서 유출될 수 있는 극위험물질 '방사성 요오드'를 고습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 황영규·홍도영 박사 연구팀은 현재 쓰이는 탄소계 흡착제보다 280배 높은 방사성 요오드 제거 성능을 보이는 다공성 흡착제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절단된 신경을 수술용 봉합실 없이 홍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해 이어붙일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포항공대(포스텍)는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정호균 박사 연구팀과 이화여대 화공신소재공학과 주계일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성형외과 전영준 교수·이종원 교수·재활의학과 이종인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홍합접착단백질 기반 의료용 하이드로젤 접착제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물리학과 김용현 교수 연구팀이 수천 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난제 가운데 하나인 마찰전기 발생 원리를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두 물질을 마찰시킬 때 경계면에서 발생하는 열에 의해 전하가 이동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마찰전기의 작동원리를 찾아냈다. 마찰전기와 관련한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현상이 마찰열과 전기적 성질을 띠는 대전현상인데, 연구팀은 마찰전기를 '마찰열에 따른 대전현상'으로 설명하기 위해 미시적 열전효과(열과 전기의 상관 현상)에 주목했다.
한국의 첫 지구 관측용 민간 위성인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그룹의 '세종1호'(Sejong-1)가 한국 시간 26일 오전에 궤도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한컴에 따르면 세종1호는 발사 후 예정된 궤도에 안착했으며, 한국 시간으로 오전 11시 11분에 지상국과의 교신이 성공적으로 완료됨에 따라 궤도 진입의 성공이 확인됐다.
종양 내부에 발생하는 저산소증만 감지해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신개념 조영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바이오융합연구부 홍관수 박사 연구팀은 미국 텍사스대 세슬러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종양의 저산소증에 반응해 신호를 내는 감응성 바이모달(MRI·광학 혼합) 이미징 프로브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국가안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우리나라가 대응해 필수적인 AI 기술을 중점 육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4일 학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최근 펴낸 '국가안보를 위한 인공지능과 3대 전략 기술'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보호·육성해야 할 AI 기술로 ▲ 지능형 반도체 ▲ 자율무기 ▲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등 3가지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