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기원은 중국” 美연구진 밝혀

기원설 논란에 종지부 찍을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도 꼭 밥을 먹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다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현대인의 식습관이 서구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쌀은 우리의 주식이다.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민족의 주식은 사실 보리, 밀, 조 등의 잡곡이었다. 하지만 약 1천여 년 전, 발해와 통일신라가 병존하던 남북국 시대에 벼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점차 주식이 쌀밥으로 전환됐다. 초기엔 쌀이 귀해 귀족들만 먹을 수 있었지만 쌀 생산량이 다른 곡식들에 비해 높아지면서 주식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물론 쌀이 주식인 나라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중국, 인도, 일본 등 동양국가들은 대부분이 그렇다.

현재 재배되는 쌀은 자포니카와 인디카

쌀은 여러 요리에 사용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섭취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쌀의 품종에도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 지역적 환경이나 민족의 입맛 특성에 맞게 여러 형태로 품종개량이 이루어 졌다.

사실 벼에는 20여개의 종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중의 대부분이 야생벼이며 우리가 쌀로 섭취하게 되는 재배벼는 두 가지 밖에 없다. 바로 아시아종(Oryza sativa)와 아프리카종(Oryza glaberrima)인데, 이 중 아프리카 종은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되며 유전적 변이가 단순해 널리 퍼지지 못했다. 즉, 현재 식용으로 재배되고 많은 개량품종을 낳은 것은 아시아종이다.

쌀은 다시 재배 지역과 형태적 차이에 따라 흔히 두세 가지로 분류하게 된다. 자포니카(japonica)와 인디카(indica) 그리고 자바니카(javanica)가 그것이다. 자바니카의 경우는 인디카와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보통 자포니카와 인디카로만 분류하기도 한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쌀은 자포니카다. 자포니카는 둥글고 짧은 형태를 띠며 끈기가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북부가 자포니카의 주산지다.

인디카는 우리에겐 생소한 쌀이다. 동남아 지방으로 여행을 가면 같은 쌀이라지만 우리의 밥맛과는 전혀 다른 것을 맛볼 수 있는데 바로 그것이다. 인디카는 납작하고 긴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끈기가 적다. 중국남부와 동남아, 베트남에서 주로 재배한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사실 인디카는 전 세계 쌀 무역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즉, 세계인들에겐 우리가 먹는 자포니카가 더 생소하다.

그 동안 학계에는 이런 쌀의 기원에 대해 많은 가설과 논란이 있었다. 물론 ‘벼’라는 식물 자체의 기원을 따져나가는 것은 무의미 하다. 하지만 인류가 벼를 재배하고 식품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따질 수 있다. 재배벼의 기원에는 인도 기원설, 중국 기원설, 동남아 기원설, 아삼·운남설 등 다양한 가설이 존재했다. 또한 자포니카와 인디카의 두 분류에 따라서도 각기 다른 가설이 존재했다.

자포니카는 중국에서, 인디카는 인도에서 기원했다는 다중기원설과 자포니카와 인디카는 같은 쌀을 기원으로 두고 있다는 단일기원설이 그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와 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만한 연구가 발표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전자와 분자시계 분석으로 쌀의 기원 밝혀

본 연구에는 뉴욕대의 유전체 시스템 생물학 센터와 생물학과, 워싱턴대 생물학과, 스탠퍼드대 유전학과, 그리고 퍼듀대 경종학과의 연구진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기존에 각 품종으로부터 분석한 유전체 정보를 통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이전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유전체 정보를 분석한 결과, 자포니카와 인디카는 같은 종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들은 다른 야생벼들에 비해 유전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연구진은 분자시계를 통해 쌀의 기원 시기를 예측했다. 분자시계는 유전자나 단백질 등의 분자 내 특정 부분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그 변화의 차이를 조사하면 해당 식물의 분화 시기나 품종간의 연관성도 확인할 수 있다.

분자시계 분석 결과, 쌀의 기원은 약 8천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한 자포니카와 인디카는 약 3천900년 전 분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고학자들은 이미 양쯔강 유역에서 8~9천년 전에 벼를 재배한 증거를 찾아낸 바 있으며 인도에서는 갠지스강 유역에서 4천년 전 쯤에 벼농사를 시작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분자시계와 고고학적 연구에 따라 중국이 현재 우리가 섭취하고 있는 쌀의 기원지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뉴욕대의 생물학자 마이클 프루개넌은 “이주한 농민이나 무역상인 등으로 인해 쌀이 중국에서 인도로 넘어갔으며 그것이 인도 현지의 야생 쌀과 잡종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하며 “한 때 인도에 기원을 뒀다고 여겼던 쌀 품종도 사실은 중국이 기원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서 발견된 1만 5천살 최고(最古)의 볍씨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발굴된 ‘소로리 볍씨’다. 이는 1998년 충남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서 구석기 유적을 발굴하던 도중 발견됐다. 이것을 서울대 AMS(방사선탄소연대측정) 연구실과 미국 지오크론 연구실로 보내 각각 조사한 결과, 무려 1만 3천~1만 5천년 전에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또한 이 사실은 2003년 영국 BBC방송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소로리 유적에서 발견됐다”고 보도돼 전 세계에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소로리 볍씨는 발견 당시부터 여러 논란에 부딪혀왔다. 재배벼인지 야생벼인지, 또한 1만 5천년 전의 한반도 기후에서 자랄 수 있었는지 등이 그것이다.

이중 기후의 문제는 그 당시가 빙기의 끝 무렵이었기 때문에 현재보다 기온이 낮았을 것으로 예상돼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냉해실험을 통해 당시에도 벼가 발아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돼 일단락 된 상태다. 또한 볍씨를 전자주사 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야생벼와 재배벼의 중간단계인 순화벼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소로리 볍씨의 DNA를 분석한 결과 야생벼-재배벼와는 39.6%의 낮은 유전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벼와는 유전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소로리 볍씨를 우리가 섭취하는 쌀의 기원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학문적으로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벼의 진화과정을 밝히거나 농경문화를 연구하는데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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