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가까워도 환경이 맞아야 이사 성공
심해는 생물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므로, 연안에 비해 생물 숫자가 훨씬 적다. 그렇지만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심해 열수분출공 주변은 동물들로 북적인다. 열수분출공은 심해 바닥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나오는 온천이다.
최근 미국 몬터레이만수족관연구소(MBARI) 과학자들이 무인잠수정을 이용해 캘리포니아만 남부에서 열수분출공을 탐사하였다. 채집한 동물을 분류하고 비디오로 찍은 영상을 분석하여 동물상을 파악하였다. 또한 열수분출공 주변 바닷물에 떠있는 저서동물 유생의 유전자 DNA를 분석하였다.
가까워도 환경이 다르면 동물상도 달라져
연구팀은 알라르콘 해저융기부(Alarcon Rise)와 페스카데로 해저분지(Pescadero Basin)에 있는 열수분출공의 동물상을 북쪽으로 400킬로미터 떨어진 과이마스 해저분지(Guaymas Basin)와 남쪽으로 300킬로미터 떨어진 동태평양 해저융기부(East Pacific Rise)의 동물상과 비교하였다. 해저융기부는 해저지형이 넓게 솟아오른 곳으로 해팽(海膨)이라고도 하며, 해저산맥보다 경사가 완만하다. 그 결과 알라르콘 해저융기부와 페스카데로 해저분지는 가까이 있지만, 두 곳에서 발견한 총 61개 동물 종류 가운데 고작 7개만 양쪽 모두에서 나타날 정도로 동물상이 달랐다.
탐사 결과는 의외였다. 이웃한 열수분출공 사이에 동물상이 비슷할 거라는 기존의 생각과는 달랐다. 연구팀은 열수분출공 주변의 지질학적인 환경과 솟아나오는 뜨거운 물의 성분이나 온도 차이로 동물상이 다르다고 판단하였다. 이런 사실은 최근 영국왕립학회지(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되었으며, 2017년 7월 24일자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하였다.
알라르콘 해저융기부와 페스카데로 해저분지는 지리상으로 가깝지만, 지질학적으로 아주 다르다. 알라르콘 해저융기부는 최근 분출된 용암으로 덮여 있고 섭씨 360도나 되는 아주 뜨거운 물이 솟아나온다. 물속에는 금속 황화물이 많아서 마치 시꺼먼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이곳 동물상은 훨씬 더 멀리 떨어진 동태평양 해저융기부의 동물상과 오히려 유사하다.
그렇지만 페스카데로 해저분지에서는 뜨거운 물이 바닥에 쌓인 두꺼운 진흙층을 통과한다. 이때 진흙 속의 유기물이 열을 받으면서 메테인(methane)과 기름처럼 보이는 탄화수소가 만들어진다. 이곳은 황화물이 아주 적으며, 대신 탄화수소가 많다. 밝은 색깔을 띠는 탄산염 성분의 열수분출공이 만들어지고, 다른 데서 보기 힘든 오아시시아 앨비내(Oasisia alvinae)란 관벌레 군집이 발달하였다. 이곳에서 발견되는 동물은 대부분 우리가 잘 모르는 종들이다. 놀랍게도 이곳 동물의 약 3분의 2는 캘리포니아만 다른 곳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열수분출공 주변 동물의 이사 방법
지난 20년 동안 해양생물학자들은 열수분출공에 사는 동물이 어떻게 서식지를 넓혀 가는지 연구해왔다. 이들은 아주 작은 어린 시기에 동물플랑크톤 형태로 서식지를 옮겨간다. 유생은 해류 흐름을 따라가다 적당한 장소를 찾으면 바닥으로 내려와 정착한다. 만약 이 유생들이 다른 열수분출공에 도달할 때까지 살아남으면, 새로운 열수분출공에서 성체로 성장할 것이다.
이러한 유생 이주설은 인접한 열수분출공의 동물상이 서로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렇지만 이번 탐사로 다른 열수분출공에서 온 유생이 인근의 새로운 열수분출공에 정착하지 못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연구팀은 페스카데로 해저분지 주변에서 유생을 채집한 후 DNA를 분석하여 이들이 다른 열수분출공에서 왔음을 확인했지만, 이곳에서 성체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민을 간다고 모두가 새로운 장소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처럼.
열수분출공 굴뚝에는 금과 은 같은 귀금속이 들어있어, 심해저 광물자원 가운데 가장 개발 관심이 높다. 그렇지만 열수분출공은 환경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다행히 열수분출공은 시간이 흐르면서 구멍이 막혀 열수 분출이 중단되고 생태계도 저절로 소멸된다. 광물자원 개발은 이렇게 활동을 멈춘 열수분출공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이번 탐사로 환경이 파괴되더라도 인근에서 저서동물 유생이 이주해와 군집이 다시 복원될 거라고 쉽게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개발을 위한 환경영향 평가에는 이런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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