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심해저 동물, 절반은 처음 보는 종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망간단괴 채굴하면 서식지 사라져

심해는 인류가 사용할 많은 광물자원을 가지고 있는 보물창고이다. 심해저에서는 생물학적, 화학적, 지질학적 과정을 통해 구리, 니켈, 코발트, 망가니즈(망간) 등 우리가 산업적으로 꼭 필요로 하는 금속들이 들어있는 망간단괴가 만들어진다.

망간단괴는 심해저에 있는 검은색 광물덩어리로 작게는 콩, 크게는 수박덩이만한 것까지 있다. 망간단괴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자란다. 그렇지만 자라는 속도는 아주 느리다. 100만년에 고작 평균 6㎜가 자란다. 감자덩이만큼 자라려면 최소한 천만년 이상 걸린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이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에 면적 7만5천㎢에 달하는 배타적 광구를 각각 확보하고 있다.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은 하와이와 북아메리카 대륙 사이 북동태평양에 있으며, 넓게 펼쳐진 심해저평원에는 망간단괴가 많다.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공해인 이곳에 광구를 확보하려면 국제해저기구(ISA; 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현장 조사를 하여 자원 분포나 심해 환경 등을 파악해야 한다.

망간단괴가 널린 심해저평원을 기어가는 긴꼬리해삼.  ⓒ 김웅서

망간단괴가 널린 심해저평원을 기어가는 긴꼬리해삼. ⓒ 김웅서

심해에서 찾은 동물 절반은 처음 보는 것

하와이대학교 연구팀은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 심해저에서 사는 저서동물의 개체수와 다양성을 파악하였다. 이들은 심해잠수정을 이용해 영국 심해저자원개발회사가 국제해저기구로부터 탐사권을 얻은 지역에서 4곳, 그리고 탐사권 지역 밖에서 한 곳 등 모두 5곳을 정해 심해 동물상을 조사하였다.

망간단괴 광구를 가지고 있는 여러 나라들은 앞으로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에서 망간단괴를 채광할 것이며, 이에 앞서 환경조사를 하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 다양한 동물이 채집되었고, 그 가운데 절반이상은 우리가 아직 모르고 있는 종들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가 얼마나 심해 생태계와 이곳 동물상에 대해 모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탐사 결과는 2016년 7월 29일자 ‘사이언스 데일리’에 실렸다.

현장조사 결과, 망간단괴가 많은 곳에 더 많은 동물이 살고 있었다. 더욱이 크기가 2㎝보다 큰 대부분 저서동물들은 망간단괴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듯하였다. 더 자세히 분석해보아야겠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망간단괴 채광으로 단괴가 없어지면 이곳에 사는 동물들은 서식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하와이대학교 연구팀은 현장조사로 밝혀진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곳 동물다양성이 예상보다 높고, 많은 새로운 종이 발견되었으며, 그 종의 절반 이상은 망간단괴에 의존해 산다는 것이라고 한다. 필자도 다년간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 현장 조사를 하면서 망간단괴 표면을 서식지로 삼아 사는 동물을 많이 발견했다.

환경 피해를 최소화해야

우리가 심해 생태계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 정도는 미미한데, 앞으로 심해저자원 개발은 점점 활발해질 전망이다. 망간단괴가 널려있는 심해저 환경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개발로 인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곳 생태계에 대한 기초조사가 필수적이다. 어떤 생물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 이들의 생활 습성은 어떠한지를 잘 알아야, 개발로 인한 피해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탐사 프로젝트 책임자인 하와이대학교의 크레이그 스미스(Craig Smith)교수는 망간단괴 지역에 사는 동물의 개체수, 다양성, 분포범위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크레이그 교수와는 한 달 넘게 심해탐사를 같이 한 적이 있고, 국제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만나 친분이 있다.

그는 생물학자답게 심해저자원 개발로 인한 생태계 피해에 대해 항상 목소리를 높인다. 육상자원이 부족해지면, 바다에 있는 자원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현명하게 자원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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