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의 수은 오염, 범인 밝혀졌다

표층수 물고기에 축적된 것이 심해까지 내려가

미국 미시간대학 연구진은 바다의 표층수에서 살다가 죽은 물고기의 사체가 세계 해양의 가장 깊은 곳까지 수은 오염을 진행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심해를 오염시키는 수은의 대부분은 석탄을 연료로 하는 화력발전소와 광산 작업장, 시멘트 공장, 소각장 등 인간의 활동에서 배출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런데 이 연구 결과는 지난 7월에 발표된 중국 연구진의 연구 결과와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마리아나해구에서 채집한 심해 어류를 분석하고 있는 연구진. ©Paul Yancey

위의 연구결과와 다르게, 중국 연구진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의 발표에서 수은이 심해의 유기체에서 발견되는 원인이 바로, 빗물에 함유된 수은이 해양동물의 배설물이나 플랑크톤의 사체 등의 유기물질에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심해를 오염시키는 수은이 방출되는 원인이 표층수에서 가라앉는 물고기의 사체에서 나온 것인지, 혹은 비를 맞은 유기체의 잔해에서 나온 것인지 밝혀내는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 동안 북미와 유럽에서는 수은 배출량이 감소한 반면, 중국과 인도는 석탄 사용을 계속 확대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수은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다. 과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전 세계 수은 배출량의 변화가 해산물에서 발견되는 수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어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동위원소 분석 결과, 표층수 어종과 일치해

수은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원소다. 하지만 그중 2000톤 이상은 매년 인간 활동으로 인해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이 같은 무기 수은은 육지와 바다 표면에 퇴적되기 전에 수천 ㎞를 이동할 수 있으며, 그중 일부는 미생물에 의해 메틸수은으로 전환한다.

유기 수은 화합물의 한 종류인 메틸수은은 물고기에 축적되며 인간과 야생동물에게도 해로운 수준으로 축적될 수 있는 독성이 높은 수은의 형태다. 이 수은에 노출되면 중추신경계, 심장, 면역계 등이 손상될 수 있으며 발달 중인 태아 및 어린이의 뇌는 특히 취약하다.

먼저 해산물이 수은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알기 위해선 세계적인 모델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 같은 세계적인 모델을 사용하려면 수은이 바다 내에서, 그리고 바다와 대기 사이에서 어떻게 순환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연구를 주도한 미시간대학의 조엘 블럼 교수. ©University of Michigan

미시간대학 지구환경과학부의 조엘 블럼(Joel Blum) 교수팀은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해구와 뉴질랜드 북동부의 케르메덱해구의 심해에 서식하는 꼼치와 갑각류의 조직에서 얻은 메틸수은의 동위원소 조성을 분석했다.

수은에는 7개의 비방사성 동위원소가 있는데, 이 같은 동위원소의 비율은 다양한 장소의 환경 샘플을 비교할 때 진단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고유한 화학적 지문이 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화학 지문 인식 기술을 사용한 결과, 심해 지역에서 채집한 꼼치와 갑각류에서 검출된 수은은 중앙 태평양의 표층수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어종의 수은과 일치하는 화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이 조사한 심해 어류는 마리아나해구의 최대 1만 250m, 케르메덱해구의 최대 9,997m 깊이에서 채집한 것이다.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수은이 심해까지 오염

또한 연구진은 중국 연구진이 주장하는 수은 순환 메커니즘인 유기물질의 침전물 입자에 있는 수은의 동위원소 구성이 심해에 서식하는 생물체에서 검출되는 수은의 화학적 특성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심해 생물체에 축적된 수은의 대부분은 인간 활동에 의해 오염되는 표층수 부근에서 서식하는 물고기의 사체가 썩어서 그곳까지 운반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연구를 주도한 조엘 블럼 교수는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수은은 주로 해양의 상층 1000m에 국한되어 있으며, 심해의 수은은 화산 분출구 등 지질학적인 기원을 지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심해에서 발견되는 수은의 대부분은 인간으로부터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말했다.

미시간대학, 하와이대학, 뉴캐슬대학 등의 공동 연구진이 참여한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PNAS(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11월 16일 발표됐다.

마리아나해구 같은 심해는 인간의 활동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생태계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납이나 핵실험에서 나오는 탄소-14와 같은 오염물질이 심해에 서식하는 생물체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인간 활동에서 배출되는 수은은 강우나 바람에 날리는 먼지의 퇴적, 강과 하구의 유출 등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심해 생물체에서의 인위적인 수은의 발견은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에까지 인간 활동이 미치고 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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