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그 이상의 의미

프리다 칼로 ‘두 개의 프리다’

피를 우리 몸에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심장은 다른 기관과 달리 대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움직이는 신체기관이다. 따라서 의학계에서는 뇌가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심장이 뛴다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삶과 죽음의 중심에 있는 심장은 생명의 근원이지만 우리는 단순하게 의학적 의미만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심장은 감정을 대변하는 유일한 신체기관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거나 무서울 때 유난히 심장이 크게 뛰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단순한 심장의 수축 운동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것도 그러한 연유다.

▲ <두 명의 프리다>-1939년, 캔버스에 유채, 173*173, 멕시코 근대 미술관


프리다 칼로의 ‘두 개의 프리다’는 심장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에서 심장은 해부학적인 면보다는 감정을 중심으로 그려졌다.

흰색 드레스를 입은 프리다가 벤치에 앉아 화려한 멕시코 전통 옷 테우아나를 입은 프리다의 손을 잡고 있다. 두 명의 프리다 모두 심장이 그대로 노출됐지만 형태는 다르다.

화면 왼쪽 찢겨진 흰색의 레이스 장식 사이로 보이는 심장은 내부를 드러내고 있지만 전통의상을 입은 프리다의 심장은 붉은색이다. 왼쪽 심장은 병들었으며 오른쪽 심장은 건강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오른쪽 심장에서 나온 가느다란 동맥이 왼쪽 심장과 연결돼 있다. 서로 연결돼 있는 동맥은 건강한 심장이 병든 심장에 피를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식 흰색 드레스를 입은 프리다가 수술용 집게로 심장을 타고 내려온 혈관을 막고 있지만 혈관 밖으로 새어 나온 피가 스커트 위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떨어진 피는 흰색 드레스 위에 꽃무늬를 만들고 있다.

오른쪽 테우아나를 입은 프리다는 심장에서 나온 혈관이 넝쿨처럼 팔을 휘감고 있다. 손에 조그마한 타원형 액자를 들고 있는데 액자 속 사진에는 어린 남자 아이가 서 있다.

어린 남자 아이는 그녀의 남편이었던 리베라로 프리다는 이 사진을 부적처럼 가지고 있었다. 액자는 후에 프리다의 유품으로 발견됐으며 현재는 프리다 칼로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프리다 칼로(1907~1954)는 이 작품에서 흰색 드레스와 전통 의상을 입은 두 명의 프리다를 그려 서로 다른 인격체임을 나타냈으며 유럽식 흰색 드레스를 입은 프리다를 자신의 분신으로 표현했다.

프리다는 리베라와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작품을 제작했는데 그녀가 먼저 리베라에게 이혼을 제의한 것은 아니었다. 리베라가 이혼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며 설득해 이혼했다.

프리다는 리베라와의 결혼과 이혼의 위기를 둘러싼 감정 상태를 전통 의상과 유럽식 의상으로 나타냈다. 전통 의상 테우아나를 입은 프리다는 남편 리베라에게 사랑받고 존경받았던 시절을 나타내며 유럽식 의상을 입은 리베라는 이혼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재를 의미한다.

이 작품에서 유럽식 의상을 입은 프리다가 지혈을 하고는 있지만 꽃무늬를 이룰 정도로 피가 떨어지는 것은 죽음의 위기를 의미한다. 프리다는 리베라가 없는 세상은 죽음과 같다고 생각했다. 가슴 부분 구멍 뚫린 흰색의 드레스는 상실감을 의미한다. 프리다는 이혼으로 자신의 일부를 잃었다고 생각했다.

이혼 후 몇 년간 프리다는 이 작품처럼 자화상 연작을 제작하는데 대부분 비슷해 보일 정도로 유사하다. 단지 자화상을 둘러싼 배경만 다르다. 이는 판매를 위해서였다.

프리다는 이혼을 겪은 뒤 오히려 작품에 매진한다. 리베라의 경제적 도움 없이 작품을 팔아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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