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힘은 연속 창업자”

글로벌 스타트업 컨퍼런스 2016

“실리콘밸리가 대단한 것은 창업자가 아니라 ‘연속 창업자(serial entrepreneurs)’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이 쌓은 거대한 실패 자산은 강력한 힘이다.”

정치 게이트로 현 정부의 중점사업인 창조경제와 스타트업 육성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스타트업 생태계 활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16, 17일 판교 경기창조혁신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컨퍼런스 2016’에는 스타트업 관계자, 액셀러레이터, 엔젤투자자 등 스타트업 생태계 종사자가 800명이 넘게 참석하는 등 열기를 이어나갔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8개의 엑셀러레이터가 공동으로 참여한 데모데이에도 약 60개의 스타트업이 발표에 나서는 등 전혀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다.

17일 행사에서는 스타트업 육성의 핵심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는 액셀러레이터가 바라보는 스타트업의 성공과 미래 전략이 집중 소개됐다. 미미박스, 파이브락스, 망고플레이트 등 5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육성한 액셀러레이터 기업인 스파크랩 김유진 공동대표는 “액셀러레이터는 여러 측면에서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한 중요한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스타트업은 초기 자금없이도 쉽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기업들이 생겨났지만 투자 자금은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아 이후 단계에서 펀딩을 받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5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발굴한 스파크랩 김유진 공동대표는 우리나라에서도 두 번, 세 번 창업을 계속하는 연속창업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 조인혜/ ScienceTimes

5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발굴한 스파크랩 김유진 공동대표는 우리나라에서도 두 번, 세 번 창업을 계속하는 연속창업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 조인혜/ ScienceTimes

과거에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잘 만든 제안서만으로도 관심을 끌 수 있었다면 지금은 시제품, 사용자 반응, 매출 가능성까지 입증해야 한다. 또 시장 변화가 빨라져 1년 주기가 아닌 3, 4개월을 주기로 실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내기는 쉽지 않다. 이때 엑셀러레이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액셀러레이터는 대부분 창업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노하우와 고민, 경험을 공유할 수 있고 마케팅, 비즈니스 모델, 자금 계획, 인사관리 등 경영 전반에 대해 멘토링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표는 이런 점에서 실리콘밸리의 힘을 강조한다.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생 창업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네 번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후 다시 스타트업 생태계로 돌아오는 연속 창업자들이 가장 강력한 존재라는 것이다. 김대표는 “실리콘밸리 창업자의 평균 연령은 30대 후반이며, 한 번에 성공한 기업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연속 창업자가 없고  실패 자산이 쌓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패가 자산이 되려면 창업 횟수나 단순한 경험이 중요한 게 아니라 창업 단계마다 집약적이고 총체적인 경험을 직접 해봐야만 가능하다. 포켓몬고로 유명세를 탄 나이앤틱은 연속 창업 4회의 결과물이며 게임 클래시오브클랜의 성공은 무려 14번의 실패 이후에 얻은 성공이다. 엑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실패 경험을 자산으로 만들어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 재기의 기회가 가로막힌 구조 등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김대표는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스타트업과 액셀러레이터가 상호 동반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크고 작은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스티브 호프만 파운더스 스페이스 창업자는 스타트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15가지 미래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 조인혜/ ScienceTimes

스티브 호프만 파운더스 스페이스 창업자는 스타트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15가지 미래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 조인혜/ ScienceTimes

미래의 기술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스티브 호프만 파운더스 스페이스 대표는 최근 2년동안 한국을 6번이나 방문하는 등 우리나라 스타트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파운더스 스페이스는 포브스 선정 최고의 액셀러레이터로 꼽히기도 했다. 그는 액셀러레이팅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스타트업의 창업자가 자신의 타깃 고객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고객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여부라고 한다. 또 우수한 기능이 아닌 다른 데서는 찾을 수 없는 독창적인 기능인지,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아이템인지도 눈여겨본다.

그는 오래 투자 경험으로 미래에 다가올 임팩트있는 15가지 기술을 제시하면서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미세한 수술까지 해결하는 로봇 수술, 몸에 넣어 돌아다니게 만들어 질병 세포를 치료하는 메탈 나노 물고기, 센서를 장착해 유해 물질을 변화시키는 스마트 먼지,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두 시간만에 주파하는 극초음속 여행, 이러저리 모습을 바꾸는 단말기, DNA 편집 등이 그가 거론한 주요 미래기술이다.

패널토론에서는 엔젤투자자와 액셀러레이팅 기업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어떤 기준으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등에 관한 얘기를 풀어갔다. 로아인벤션랩스의 김진영대표는 “스타트업 지원을 결정할 때 창업팀과 제품의 궁합이 맞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며 “소위 핏이 맞는지 안맞는지를 파악해야 이후 그 핏을 맞춰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젤투자자와 액셀러레이팅 전문가들은 산업용 IOT, 개인용 헬스케어 등을 내년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인혜/ ScienceTimes

엔젤투자자와 액셀러레이팅 전문가들은 산업용 IOT, 개인용 헬스케어 등을 내년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인혜/ ScienceTimes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는 “엔젤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을 고를 때 투자자의 취향과 전문분야가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논의의 과정과 결과물을 잘 받아들이는 오픈마인드 타입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양홍춘 액트너랩 상무는 “하드웨어 기업의 경우 시제품이 있으면 좋겠지만 만약 없다면 창업팀이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로 판단하며 시장안착 가능성, 독창성, 카피할 수 없도록 만든 장치들을 주목해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들 기관들은 내년의 경우 공통적으로 기업용 사물인터넷, 개인용 헬스케어, 콘텐츠 플랫폼 분야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중국, 싱가포르, 태국 등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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