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 콘텐츠로 문화와 기술이 만나다

박물관, 첨단 혁신기술 활용 사례 늘어

어제와 오늘을 잇는 가교로 예술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이다. 최근 문화유산의 보고라 할 수 있는 박물관에서도 첨단, 혁신기술을 활용하는 예가 늘고 있다. 지난 26일 경기콘텐츠진흥원은 ‘문화와 기술이 만나다’라는 주제로 문화기술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혁신기술을 활용한 박물관 사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박물관, 첨단 혁신기술을 활용하다

최근 박물관에서도 첨단, 혁신기술을 활용하는 예가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러시아의 푸시킨박물관에서는 소장품의 신뢰도를 확보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처럼 영토가 넓은 경우에는 전시를 위한 소장품의 이동 중에도 위변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안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

3D 스캔과 프린팅 기술은 이미 여러 박물관에서 문화재의 원형을 보존, 복원하는 차원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파손되었거나 인위적으로 훼손된 문화재의 원래 모습을 3D 스캔 데이터를 통해 파악할 수 있고, 그것을 3D 프린팅 기술로 원형대로 재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실된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도 3D 프린팅 기술이 활용된다고 한다. 프린팅 작업에 기본이 되는 3D 스캔 데이터는 2000년에 이미 미국의 앤드루 탈론 교수가 확보해 놓은 상태라 이를 활용하면 좀 더 빠르고 완벽하게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로봇 등은 박물관 관람객들의 이용을 돕는 데 많이 사용되고 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나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의 로봇 ‘큐아이’처럼 전시장을 안내하고 전시품을 해설하는 똑똑한 로봇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좀 더 특이한 사례는 네덜란드 반 아베 미술관의 전시 투어 로봇이다. 몸이 아프거나 거동이 불편해 미술관을 방문할 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비디오카메라와 스피커가 탑재된 인공지능 로봇이 전시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시품에 대한 해설을 듣고 관람을 함께 하는 것이다.

박물관의 실감 콘텐츠 시대 열려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 실감 영상관의 파노라마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상이 극강의 몰입감을 준다. ⓒ문화기술세미나 영상 캡처

이뿐만 아니라 이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박물관의 전시품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실감 콘텐츠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도 지난 5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설전시공간에 실감 콘텐츠 체험공간인 디지털 실감 영상관을 개관했다.

실감 콘텐츠(Immersive Content)란 다양한 센서를 통해 인간의 오감과 느낌(feeling), 감성(sensibility)까지 인식하고 분석하여 사용자에게 현실과 가상이 접목된 실감을 전달하는 다차원 콘텐츠다.

이날 이태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가 문화유산을 활용한 실감 콘텐츠 제작 사례를 소개했다. 영국 대영박물관에서는 VR(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청동기 시대의 집을 복원해 관람객들이 집안 곳곳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중세 수도원을 VR 콘텐츠로 제작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이 학예연구사는 “VR을 통해 시간적으로 가볼 수 없는 공간이나 현재 존재하지 않은 공간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 실감 콘텐츠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예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영국 브리스톨 박물관인데, 빙산 위에 올라가 범고래와 펭귄을 만나볼 수 있는 AR 콘텐츠다. 이 학예연구사는 “AR콘텐츠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북극의 생명체를 보호하자는 좋은 취지였지만, 어른들이 체험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점이 있어 호응도가 높지 않았다”며 “전 세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좀 더 깊이 있는 접근과 다른 신기술과의 접목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홀로그램과 인공지능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실감 콘텐츠도 있다. 홀로코스트뮤지엄에서는 유대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홀로그램으로 만들어 관람객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도록 했고, 미국 플로리다의 달리박물관에서는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초상화를 분석해 AI로 만들어 관람객들과 대화하며 그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이태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가 26일 문화기술세미나에서 ‘박물관과 실감 콘텐츠’에 대해 강연했다. ⓒ문화기술세미나 영상 캡처

또 이 학예연구사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실감 콘텐츠 제작 과정도 소개했다. 디지털 실감 영상관에서는 폭 60m와 높이 5m의 파노라마 스크린에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辛卯年楓嶽圖帖) 등 금강산을 소재로 한 조선 후기 실경산수를 담은 영상이 펼쳐져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뿐만 아니라 정조의 화성행차 기록화를 3D로 구현한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하다’와 불화(佛畵)를 소재로 불교의 내세관을 담은 ‘영혼의 여정, 아득한 윤회의 길을 걷다’, 요지연도(瑤池宴圖)와 십장생도(十長生圖) 등을 소재로 신선의 세계를 구현한 ‘신선들의 잔치’ 등의 프로그램이 시간별로 나뉘어 상영되고 있다.

이태희 학예연구사는 “보존과학실 VR에서는 국보 91호인 ‘말 탄 사람 토기’의 보존처리와 분석 과정을 볼 수 있고, 박물관 수장고 VR을 통해서는 관람객들에게 절대 오픈되지 않는 수장고 깊숙이 보관된 소장품들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또 북한이나 중국에 있어서 가볼 수 없는 고구려 고분벽화를 VR로 구성해 관람할 수도 있다”며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박물관과 유물, 관람객을 하나로 이어주고,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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