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미디어 가치는 경험에 드는 비용 낮추는 것”

국민 소통 포럼 개최…미디어 아트 기술 동향 공유

지난 6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광장을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전광판에 쏠렸다. LED로 이루어진 이 전광판에서 파도가 몰아치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파도가 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 아니라 가상현실 기술로 만든 미디어 아트였지만, 실제보다 더 생생한 현실감 때문에 사람들은 마치 바다에 온 듯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파도치는 장면을 연출한 미디어 아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유튜브를 통해 해외로도 퍼지게 되었고, 결국 CNN과 워싱턴포스트 같은 해외 유명 매체들도 앞다투어 파도가 치는 미디어 아트를 취재하면서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라고 호평을 받았다.

코엑스 광장에 설치된 실감미디어 작품 ‘웨이브’ ⓒ 디스트릭트

지난 29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주최로 온라인상에서 열린 ‘과학자와 국민 간 소통 포럼’은 이처럼 실감 나는 미디어 아트 기술의 최신 동향을 전문가와 함께 논의하는 시간으로 마련되었다. ‘예술과 디지털 콘텐츠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는 파도가 치는 작품을 만든 장본인이다.

아나모픽 기법 사용하여 실감 효과 극대화

코엑스 광장의 전광판을 통해 선보인 파도가 치는 미디어 아트 작품의 이름은 ‘웨이브(Wave)’다. 만약 사전에 웨이브라는 작품에 대한 어떤 정보도 듣지 못한 채 전광판을 봤다면, 거대한 파도가 자신을 삼킬 듯이 덮친다고 착각하여 몸을 피할 정도로 현실감이 뛰어나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이 대표는 파도를 미디어 아트의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 “작품 기획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무엇을 보고 싶은가?’라고 질문을 던져 보았다. 도시의 팍팍한 삶에 지친 내가 가장 보고 싶은 것은 자연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잡한 도시에 사는 시민들에게 도시와 대척점에 있는 자연, 그중에서도 바다에 직접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파도를 선사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웨이브가 이처럼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감 효과가 뛰어난 이유는 ‘아나모픽(anamorphic)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나모픽은 ‘왜곡되어 보이는 이미지’라는 의미의 단어로서, 착시 현상을 활용하여 입체감을 구현하는 디자인 기법이다.

대중을 위해 미디어 아트 기술의 최신 동향을 공유하는 온라인 행사가 마련됐다 ⓒ 유튜브 영상 캡처

예를 들어 종이에 그려진 여러 장의 정육면체 큐브를 이어서 회전하면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는데, 디스트릭트는 이 같은 아나모픽 기법의 원리를 이용하여 2면으로 이루어진 전광판 안에서 파도가 치는 모습을 연출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다. 아마모픽 기법의 경우 입체적 느낌을 주는 효과는 뛰어나지만 콘텐츠가 왜곡되어 보이는 한계를 갖는다는 점 때문에 실감 체험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콘텐츠가 왜곡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천장 구조를 단순화하여 파도치는 장면이 실감날 수 있도록 집중했고, 가상의 유리벽을 만들어서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벽면이 젖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공공재로서의 퍼블릭 미디어 제공 필요

기술과 예술의 만남이라 할 수 있는 미디어 아트의 가치에 대해 이 대표는 ‘공공재로서의 퍼블릭 미디어’를 강조했다. 그는 “상업 디자인을 하면서도 그 결과물이 예술적 가치를 담아낼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됐다”라고 전하며 “우리가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줄 수 있다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상업적 이익만을 좇는 작품이 아닌 시민 모두가 작품을 보면서 잠시나마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현실주의 콘셉트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소프트보디(Soft Body)’나 거대한 고래가 스크린을 유영하는 ‘웨일(Whale)’ 등은 모두 퍼블릭 미디어 개념의 작품들이다.

이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디지털 미디어 아트가 추구하는 방향에는 직관이 가장 중요하다. 실감미디어를 통해 직관적인 경험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퍼블릭 미디어가 갖고 있어야 할 핵심 사항이라는 것이다.

예술작품이라는 명분 아래 너무 난해한 작품이 선을 보이다 보니 대중들이 설명을 듣고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미디어 아트는 보면 바로 이해가 되는 직관을 가장 중요시하게 됐다는 점이다.

첨단 기술과 실감 미디어 기술의 융합 개념 ⓒ 유튜브 영상 캡처

이 같은 고민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은 웨이브 외에도 역시 파도를 주제로 하는 ‘별이 빛나는 해변(Starry Beach)’을 꼽을 수 있다. 몰디브 해안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박테리아에 의해 빛이 나는 해변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국내 최대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인 제주도의 ‘아르떼 뮤지엄(ARTE MUSEUM)’에 대한 소개도 곁들였다. 아르떼 뮤지엄은 높이 10m에 면적이 4600㎡에 달하는 전시 공간으로서 폭포와 해변 등 영원한 자연을 소재로 한 실감미디어 중심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곳이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이 대표는 “앞으로 10년간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의 트렌드는 실감미디어를 통해 가상의 경험을 고도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향후 10년 안에는 실감미디어가 인간의 시각과 청각을 완벽히 대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실감미디어의 효용 가치에 대해 이 대표는 “경험의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만 가능한 경험을, 저렴하고 간단하게 실감 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실감미디어의 존재 가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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