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성질·조성·구조의 변화를 다루는 학문이 화학(chemistry)이다. 이 학문을 통해 인간의 몸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대기 중에 얼마나 많은 수소와 탄소가 섞여 있는지, 어떤 의약품을 섭취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
현대 화학이 성립된 것은 18세기 이후다. 라부아지에의 질량보존의 법칙, 돌턴의 원자설, 아보가드로의 분자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 등을 거쳐 양자역학으로 발전하면서 나노세계를 넘나드는 연구 틀이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화학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인공지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31일 과학기술 매체 ‘Phys.Org’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결합한 새로운 연구 툴이 화학연구 전반에 걸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양한 분야의 화학데이터 학습 중”
이 같은 사실은 영국 러더퍼드 애플톤 연구소의 키스 버틀러(Keith T. Butler) 박사, 배스 대학의 대니얼 데이비스(Daniel W. Davies) 교수, 옥스퍼드 대학 휴 카트라이트(Hugh Cartwright) 교수 등 5명의 화학자가 작성한 논문을 통해 보고된 것이다.
이들은 지난 25일 ‘네이처’ 지에 게재된 ‘Machine learning for molecular and materials science’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머신러닝이 최근 화학연구 패턴을 어떻게 바꾸어놓고 있는지 연구자 입장에서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논문은 화학이 인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기술하고 있다. 고대 인류가 구리와 아연을 결합해 청동기 시대를 열었던 점, 실리콘 마이크로 칩을 통해 디지털 시대를 꽃피우고 있는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향후 화학자들을 통해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물질이 탄생할 경우 미래 인류 역사에 ‘기절초풍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많은 화학자들이 다양한 원자들을 무작위로 결합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있다.
새로운 합성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직관(intuition)과 우연(chance) 그리고 무수한 시행착오(trial & error)가 발생하는 과정이다. 이로 인해 많은 화학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데 이 어려운 일을 머신러닝 인공지능이 수행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데이비스 교수는 ‘Phys.Org’와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화학연구실에서 머신러닝이 다양한 분야의 화학데이터를 학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교수는 “머신러닝 기술은 그동안 광고, 번역, 스팸 차단, 무인운전 등에 주로 적용돼 왔다”면서 “최근 수많은 화학기호를 익힌 머신러닝 인공지능이 새로운 설계에 의해 신물질을 만들어내는 일에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광을 캐듯 인공지능이 신물질 개발”
데이비스 교수는 이어 “향후 인공지능이 결합된 화학연구를 통해 새로운 신물질 개발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머신 러닝은 컴퓨터 과학을 포함한 대부분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중이다. 음성 및 문자 인식, 얼굴 및 물체 인식, 텍스트마이닝 등의 검색 엔진, 유전자분석 등의 생물 정보학, 애니메이션, 로보틱스 등 수많은 분야에서 쓰임새가 늘어나고 있다.
화학 분야에 머신러닝이 도입된 것은 오히려 늦은 편이다. 데이비스 교수는 “머신러닝 기술이 업그레이드되고, 컴퓨터에 정통한 신세대가 화학연구에 뛰어들 경우 시너지 효과로 신물질 개발에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인공지능이 만능은 아니다. 머신러닝은 사람처럼 생각하지 못하고 기호만 인식하기 때문에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비스 교수는 “그러나 과학자들이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화학자들은 컴퓨터 스스로 원자들을 결합해 신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데이비스 교수는 “사람처럼 화학연구가 가능한 기술이 개발될 경우 화학계는 물론 과학계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는 논문 주저자인 버틀러 박사도 동의하는 바이다. 그는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머신러닝을 통해 새로운 물질을 탐색하고 구성해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며 화학연구에 있어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버틀러 박사는 현재 머신러닝의 수준이 화학자들이 놓치고 있는 것을 보완하고, 연구 속도를 빠르게 하는 정도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머신러닝 스스로 사람을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버틀러 박사는 또 향후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가 화학연구 전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머신러닝이 데이터망을 통해 금광을 캐듯 신물질을 발굴하고, 새로운 화학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5월 ‘네이처’ 지에 유사한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하버포드대 알렉산더 노퀴스트(Alexander Norquist) 교수 연구팀은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실패한 연구 결과에서 유용한 화학반응을 찾아낸 사례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최근의 연구들은 머신러닝이 화학연구를 보조하는 단계에서 주도적인 위치로 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사람대신 인공지능이 신물질을 개발하는 시대가 곧 다가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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