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육성에 ‘법·정책’ 뒷받침 필요

ICT기술과 법·정책 포럼서 개선 방안 논의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토대로 실감 콘텐츠와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은 물론 법과 정책적인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26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ICT 기술과 법·정책 포럼’을 갖고, 이와 관련된 기술 동향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의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지난 26일 프레스센터에서 ICT기술과 법·정책포럼을 개최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지난 26일 프레스센터에서 ICT 기술과 법·정책포럼을 개최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신기술이 리드한 새로운 실감 콘텐츠 시대

실감 콘텐츠는 인간의 감각기관과 인지 능력을 자극하여 실제와 유사한 경험과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유형의 콘텐츠를 뜻한다. 신기술이 리드하는 새로운 실감 콘텐츠 시대가 열리면서 다양한 원천기술, 다양한 산업 분야와의융합이 최근 트렌드다.

이정준 한국산업기술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기존에는 실감 콘텐츠가 엔터테인먼트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5G라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열리면서 수술이나 전투 등을 시뮬레이션하거나 제조 방법을 가이드하고, 화재 시 보이지 않는 건물 구조를 파악하는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의 융합 서비스가 시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엣지 클라우드, 3D 비전 및 AR 합성 기술 등 신기술로 인한 플랫폼과 디바이스의 발전이 초연결, 초저지연, 초스피드의 5G와 결합되면서 새로운 실감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문제는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례로 5G를 기반으로 초스피드 영상 전달과 초저지연 컨트롤이 가능해지면서 항만이나 건설 현장에서 골리앗 크레인의 원격 조정이 가능해졌으나 안전 규정이나 사고처리 책임 규정 등이 미흡하다. 드론도 원격 조정이 가능해져 운영 범위가 확대되었지만 사생활 침해나 산업시설 보안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정준 한국산업기술대 교수가 '5G시대의 실감콘텐츠 기술과 서비스 동향'에 대해 발제했다.

이정준 한국산업기술대 교수가 ‘5G 시대의 실감 콘텐츠 기술과 서비스 동향’에 대해 발제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이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로 음악 소비자가 뮤지션에게 직접 보상하는 분산음악 플랫폼이 형성되거나 인터넷 콘텐츠 개발을 보상하는 가상 화폐가 생겨나는 등 새로운 콘텐츠 유통 체계가 확산될 가능성이 많은데, 이에 대한 제도적 문제도 해결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가 법·정책 과제를 제기했다. 먼저 디바이스의 안정성과 인증에 관한 이슈다.

그는 “스마트워치, 스마트 글라스, VR 기기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인체 안전성에 관한 국제 표준화가 추진 중”이라며 “우리도 실감 콘텐츠와 실감미디어 산업의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 표준화와 품질인증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력 위한 실감 콘텐츠 표준화 필요

아울러 콘텐츠 진흥 정책에 관한 이슈도 언급됐다.

손 교수는 “일본의 VR 테마파크의 차별화 포인트는 시설이 아니라 콘텐츠였다. 그런데 우리나라 VR/AR 산업정책은 디바이스 개발에 집중되고 콘텐츠 개발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콘텐츠와 디바이스 정책의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고, 그것을 다부처공동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승우 중앙대 교수가 '실감형콘텐트 서비스의 법정책적 과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손승우 중앙대 교수가 ‘실감형 콘텐트 서비스의 법·정책적 과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또 저작권 관련 이슈도 있다. 예를 들면 AR/VR 기기로 촬영, 녹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타인의 저작물이 실감형 콘텐츠에 포함될 경우가 있다. 이는 공공장소에 항시 전시되는 건축물이나 미술저작물 등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복제하여 이용할 수 있는 파노라마 자유에 해당되지만, 그렇게 제작된 실감형 콘텐츠가 광고로 활용된다면 상업적인 경우로 저작권에 저촉될 수가 있다. 때문에 저작권 제한 사유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 정보와 프라이버시 관련 이슈도 심각하다. 특히 최근에 1인 크리에이터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플렌옵틱 카메라로 인한 문제가 자주 제기되고 있다. 플렌옵틱 카메라는 360도 촬영이 가능해 같은 공간에 있는 개인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손승우 교수는 “HMD(Head mounted Display)가 영상을 시청하는 도구일 뿐 아니라 영상을 찍을 수도 있고, 영상을 시청하는 개인의 건강이나 흥미, 취향 등 민감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며 “AR/VR 기기 등 새로운 영상정보처리기기까지 적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걸림돌 해결해야

패널토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의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패널토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의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이 밖에 의료의 질을 높이면서 비용을 줄이는 치료, 가치 기반 의료로 부각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도 법과 규제가 걸림돌이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빅데이터센터장은 “선진입-후평가 제도를 통해 임상자료 축적을 허용해줌으로써 신의료기술평가를 위한 근거문헌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제기했다.

특히 검사 비용이 저렴해짐에 따라 DTC(Direct-to-Consumer) 유전자 검사 시장이 고속성장하고 있는데, 국내 DTC 규제 완화와 관련해 첨예한 입장 대립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의석 김앤장 변호사는 “글로벌 DTC 산업 성장 추세에 발맞춰 비의료기관에 허용된 유전자 검사 종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규제 완화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에 대부분 DTC가 임상적 유용성 입증이 없고 개인질병과 유전자 간 왜곡된 인과관계를 만들어낼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규제 샌드박스에서 DTC 허용에도 불구하고 IRB 임상시험심사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진척사항이 없다. 복지부가 DTC 인증제 시범사업에 착수했으나 규제 완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디지털 헬스케어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법, 정책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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