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뇌가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이유는?

[금요 포커스] 신경전달물질을 포장하는 시냅스 소포 때문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와 그것들을 연결하는 수백조 개의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와 강력한 성능 덕분에 뇌는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몸 전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한다. 다른 기관에 비해 약 10배의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는 셈이다. 다른 척추동물들은 전체 섭취 열량의 약 2%만을 뇌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식물인간이 되어도 뇌는 여전히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식물인간이란 대뇌의 손상으로 의식과 운동기능은 상실되고 호흡·소화·흡수·순환 등의 기본적 기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식물인간처럼 뇌가 비활성상태에서도 여전히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이유를 밝힌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즉, 인간의 뇌는 그 같은 비활성 상태에서도 포도당의 소비가 정상 상태보다 약 절반으로만 감소할 뿐이다. 이처럼 쉬고 있을 때에도 뇌가 여전히 다른 기관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완전히 이해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미국 코넬 의대 연구부문인 ‘와일 코넬 메디슨(Weill Cornell Medicine)’의 연구원들이 그 이유를 밝힌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신경세포(뉴런)가 서로에게 신경전달물질이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을 때에도 여전히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원인은 바로 신경전달물질을 포장하는 과정 때문이라는 것.

즉, 비활성 뉴런에서 에너지 소비의 주요 원천이 ‘시냅스 소포(synaptic vesicle)’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뉴런은 이 소포를 신경전달물질 분자의 용기로 사용하는데, 다른 뉴런에 신호를 보내기 위해 시냅스 말단이라고 부위에서 발화한다.

완전 탑재 상태에서도 에너지 계속 소비해

신경전달물질을 시냅스 소포에 포장하는 것은 화학 에너지를 소비하는 과정이다. 연구진은 이 과정 자체에서 에너지가 본질적으로 누출되므로 소포가 채워진 후 시냅스 말단이 비활성화된 경우에도 상당한 에너지를 계속 소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12월 3일 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티모시 라이언(Timothy Ryan) 교수팀은 최근 몇 년 동안 뉴런의 시냅스 말단이 활성화될 때 에너지의 주요 소비자가 되어 연료 공급 중단에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새로운 연구에서 비활성 상태일 때 시냅스 말단에서의 연료 사용을 조사한 결과 여전히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휴식기에서의 이 같은 높은 연료 소비는 주로 시냅스 말단에 있는 소포들에 의해 설명된다. 비활성 상태에서도 시냅스 소포는 각각 수천 개의 신경전달물질로 가득 차 있으며, 이웃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탑재체를 발사할 준비를 한다.

시냅스 소포는 완전히 탑재된 상태에서도 왜 에너지를 계속 소비하는 걸까? 연구진은 소포에 이미 신경전달물질 분자가 가득 찬 상태에서도 소포의 특별한 효소가 계속 작동해 에너지가 누출되는 현상이 본질적으로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에너지 누출의 유력한 원인으로 연구진은 수송단백질(transporter)을 지목했다. 막을 통해 다양한 물질을 세포 내·외부로 운반하는 이 단백질은 신경전달물질을 소포로 가져와 운반하기 위해 모양을 변경하는데, 양성자가 탈출할 수 있도록 한다.

뇌가 연료 공급 중단에 취약한 이유 설명

라이언 교수는 수송단백질의 형태 변화에 대한 에너지 기준점이 낮게 설정되어 시냅스 활동 중에 신경전달물질이 더 빨리 재장전됨으로써 더 빠른 사고와 행동이 가능하도록 진화했다고 추정했다.

신경전달물질이 더 빨리 재장전되는 것의 단점은 조그만 열 변동에서도 수송단백질의 형태 변화를 유발해 지속적인 에너지 소모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소포 1개당의 에너지 누출은 매우 적은 양이지만, 인간의 뇌에는 수백조 개의 시냅스 소포가 있으므로 합산하면 그 양이 엄청나게 커진다.

미국 코넬 의과대학의 티모시 라이언 교수. ⓒTravis Curry(Weill Cornell Medicine)

따라서 인간의 뇌는 포도당과 산소의 전달하는 혈류가 잠깐만이라도 중단되면 급속히 심각한 신경학적 손상을 초래하게 된다. 즉, 연료 가용성이 저하되면 인지 기능이 급격히 저하하므로 뇌는 대사적으로 취약하다.

티모시 라이언 교수는 “이번 발견은 인간의 뇌가 연료 공급 중단 및 약화에 왜 그처럼 취약한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료 공급 중단에 대한 뇌의 취약성은 신경학의 주요 문제이며, 대사 결핍은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을 비롯한 다수의 일반적인 뇌 질환에서 확인되었다. 궁극적으로 이번 발견은 중요한 의학적 의문을 해결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 같은 에너지 소모를 안전하게 낮추어 뇌 신진대사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임상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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