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자손이 부모의 품 안으로부터 벗어나 성공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식물의 자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될 수 있는 한 처음부터 부모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물, 영양소, 햇빛의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물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므로 스스로 자신의 씨앗을 먼 곳으로 보낼 수 없다. 때문에 식물들은 창의력을 발휘해 다양한 방법으로 씨앗을 확산시킨다.
P. 생티펠리시스의 열매를 채집하고 있는 세바짧은꼬리박쥐의 모습. ©Susan Whitehead for Virginia Tech
예를 들면 도꼬마리 같은 식물은 열매를 갈고리 모양의 가시로 만들어서 지나치는 동물들에게 매달리게 만든다. 또한, 민들레 같은 식물은 바람에 날릴 수 있도록 씨앗을 위한 날개를 만들었다. 하지만 식물들이 씨앗을 확산시키는 가장 흔한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동물의 소화기관을 이용하는 것이다.
향기롭고 맛있는 열매를 맺으면 동물들이 그것을 먹어서 새로운 장소로 이동해 씨앗을 퍼트리게 된다. 따라서 식물은 동물을 유혹하기 위해 2차 대사물이라는 화학물질을 사용한다. 이 화학물질들은 열매에 뚜렷한 향과 색깔, 맛을 내며 동물들을 위한 필수 영양소를 담고 있다.
그런데 2차 대사물로 동물을 유인하게 되면 일부 균류와 같은 해로운 유기체도 더불어 유인할 수 있다. 때문에 식물들은 그들의 씨앗을 확산시키는 동물을 유인하는 것과 그들을 공격하고 죽일지 모르는 바이러스로부터 자신과 씨앗을 보호하는 것 사이에서 신중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되면 식물은 독성이 있거나 맛이 쓴 2차 대사물을 생산하면 된다.
복잡한 화학공장으로 진화한 식물
또한 씨앗 유포자인 동물을 유인하는 시기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만약 씨앗이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되기 전에 동물을 유인한다면 그 식물의 자손은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 이 같은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식물들은 의도적으로 익은 과일을 훨씬 더 향기롭고 맛있게 만듦으로써 씨앗 유포자들에게 과일의 수확 시기를 통보한다.
이처럼 유혹과 퇴치의 미묘한 균형, 그리고 씨앗 분산의 절묘한 시기를 선택하기 위해 식물은 오랫동안 복잡한 화학공장으로 진화해 왔다.
그런데 미국 버지니아공과대학의 수잔 화이트헤드(Susan Whitehead) 교수팀은 코스타리카의 숲에서 매우 특별한 씨앗 분산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창처럼 생긴 독특한 열매를 맺는 P. 생티펠리시스(Piper sancti-felicis)라는 식물이 바로 그 주인공.
검은 후추를 생산하는 이 식물은 세바짧은꼬리박쥐(Seba’s short-tailed bats)라는 동물을 유인해 자신의 씨앗을 퍼뜨린다. 그런데 세바짧은꼬리박쥐는 이 식물의 열매를 반쯤 먹은 후 땅에다 뱉어버린다.
왜냐하면 P. 생티펠리시스가 고농도의 2차 대사물을 생성해 열매의 맛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왜 이 식물은 자신의 씨앗을 퍼뜨려주는 박쥐들이 그들의 열매를 절반만 먹기를 원하는 것일까.
연구진은 이 수수께끼의 해답이 개미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바짧은꼬리박쥐가 동굴에서 P. 생티펠리시스의 열매를 절반만 먹은 후 밑으로 떨어뜨리면 개미들이 발견해 운반한 다음 나머지 절반의 열매를 먹고 씨앗은 밖에다 버리기 때문. 연구진은 이 같은 2단계 종자 분산 과정이 씨앗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생태와 진화의 동향(Trends in Ecology and Evolu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쥐가 먹고 남긴 열매를 개미가 먹어
화이트헤드 교수와 함께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안니카 넬슨(Annika Nelson) 박사는 “열매에 함유된 많은 화학물질은 아직 설명되지 않았으며, 우리는 이 화학물질들이 지닌 기능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며 “이번 논문이 화학 생태학자들과 종자 분산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간의 대화에 불을 붙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안니카 넬슨(왼쪽)과 수잔 화이트 헤드(오른쪽). 이들은 종자 분산의 화학적 생태학을 연구하고 있다. ©Susan Whitehead for Virginia Tech
화이트헤드 박사팀은 올가을에 다시 코스타리카로 가서 P. 생티펠리시스 씨앗의 2차 분산에 관여하는 개미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이트헤드 박사팀은 P. 생티펠리시스 외에 뿌리, 잎, 열매 등에서 빨간색의 독성이 강한 알칼로이드를 생산하는 버지니아의 토종 식물인 혈근초(bloodroot)도 연구하고 있다. 이 식물은 열매를 보호하는 것이 더 유리한지 아니면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 동물을 유인하는 것이 더 유리한지에 따라 독성 알칼로이드의 생산을 조절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복잡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식물이 내뿜는 화합물에 대해 인간은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그런데 지구의 생물 다양성이 계속 줄어듦에 따라 그 같은 화학적 다양성에 대한 발견과 연구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1443)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제2형 당뇨병을 가진 성인 환자 3명 가운데 1명은 심혈관질환 증상이나 징후가 없더라도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화학공학과 이동욱 교수팀이 감압점착제에 온도 반응성을 부여해 고온에서 쉽고 깨끗하게 떼어낼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고 1일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우리나라 성인의 중증 우울증 유병률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1일 나왔다.
환자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양전자 단층 촬영(PET)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인공 세포 안에 유전질환 치료 물질을 담은 채 인체에 침투한 뒤 치료 물질을 인체 세포에 전달하는 유전자 치료용 인공 바이러스 벡터(AVV)가 개발됐다. 미국 워싱턴DC 미국가톨릭대 베니갈라 라오 교수팀은 31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표면을 지질(lipid)로 감싼 박테리오파지 T4를 이용해 만든 인공 바이러스 벡터(T4-AAV)로 유전자 치료 물질을 인간 세포에 안전하게 전달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바이러스는 자손을 빠르게 복제하고 조립할 수 있는 효율적인 생물학적 기계라며 치료 물질을 전달하도록 프로그래밍한 인공 바이러스 벡터를 만들어 인체에 침투시키면 질병 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은 다양한 정신장애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리아 빈 의과대학의 내과 전문의 미하엘 로이트너 교수 연구팀이 전국 입원 치료 환자의 데이터세트(1997~2014년)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31일 보도했다. 전체적으로 비만 진단 후에는 모든 연령대에서 우울증, 니코틴 중독, 정신병증(psychosis), 불안장애, 식이장애(eating disorder), 인격장애(personality disorder) 등 광범위한 정신장애 발생 위험이 현저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정상 일대 날씨 변동이 극심해지면서 에베레스트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해로도 기록될 전망이라고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히말라야 등정 관련 기록을 정리하는 '히말라야 데이터베이스'와 네팔 당국에 따르면 올해 봄철 등반 시즌에 에베레스트 원정에 나선 산악인 가운데 1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날씨 변덕이 심해진 것이 사망자가 늘어난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