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플라틴 항암작용 실마리 찾았다…”DNA아닌 염색질이 표적”

홍석철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 분자 수준 작용원리 규명

1960년대에 발견돼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항암 화학치료에 널리 쓰이는 항암제 ‘시스플라틴'(cisplatin)의 약리적 표적은 세포의 DNA가 아니라 응축된 상위 구조인 크로마틴(chromatin, 염색질)이라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홍석철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시스플라틴의 작용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해냈으며 이런 연구 결과를 핵산 분야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애시즈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24일 게재했다고 밝혔다.

진핵세포에 존재하는 ‘크로마틴’은 DNA와 ‘히스톤’으로 불리는 단백질의 복합체다. 시스플라틴은 DNA 복제를 방해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데, 이런 항암 기제가 DNA 자체가 아니라 그보다 큰 크로마틴 단위에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1964년 미국의 생물물리학자 바넷 로젠버그(Barnett Rosenberg)는 백금 전극 사이에 박테리아를 놓고 전류를 통과시키는 연구를 진행하는 도중 백금에 함유된 물질이 세포 분열을 억제한다는 점을 알아냈고, 시스플라틴이 세포 사멸에 매우 효과적인 화학물질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스플라틴은 인류 암 정복의 전환점을 가져온 약물 중 하나로 불리고 있다. 백금 원자 하나에 2개씩의 염소와 암모니아가 배위된 분자구조를 가진 화학물질이다.

홍 교수 연구팀은 시스플라틴을 통한 크로마틴의 변화를 분자 수준에서 포착해내기 위해 ‘자성트위저’라는 기술을 활용했다.

자성트위저란 한 쌍의 자석으로 자석 구슬이 달린 DNA 분자에 힘과 토크(돌림힘)를 가할 수 있는 단분자 정밀 제어 기술이다.

연구팀은 원래 크로마틴 사슬이 가변적인 용수철처럼 행동하지만, 시스플라틴이 결합된 크로마틴은 아주 강한 힘을 가하거나 고농도 소금물로 녹이려고 해도 히스톤이 영구적으로 잠겨 탄력성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이런 경우에 대해 “유전자 발현에 필요한 크로마틴 리모델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며 “시스플라틴의 표적이 DNA 이중나선 사슬 자체라기보다, 세포 내의 크로마틴일 것이라는 점을 밝힌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시스플라틴이 크로마틴을 표적으로 강력한 항암 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크로마틴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를 개발한다면 항암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개인기초연구(중견연구) 사업과 기초과학연구원의 지원 등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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