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00km 속도로 달리는 KTX 객실 안에서 어린아이가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어린아이라 승객들은 그러려니 하지만, 아이 어머니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가만히 있어!”라고 낮고 무겁게 제지할 때, 어머니가 말하는 것은 정확히 무엇일까?
물체의 속도는 물체 자체의 성질이 아니다. 다른 물체와의 관계 속에서 맺어진 성질이다. KTX 바깥까지 포함해서 아이가 움직이는 속도를 생각하면, 300km에 아이가 이동하는 초당 수 m의 속도를 더해야 한다. “가만히 있어”라고 말할 때, 아이가 기차 창문으로 뛰어내려 ‘지상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을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가 말한 것은 ‘기차와의 관계’에서 아이가 멈춰야 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국립공원 중간중간에 방문자들을 위해 그려놓은 지도 앞에 선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지도 위에 표시된 빨간 점에 ‘당신의 현재 위치(You are here)’라는 말을 써넣는다.
그런데 과연 그 지도에 표시된 대로 당신은 그 지점에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에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만약 당신이 200m 떨어진 곳에서 망원경으로 그 지도를 보고 있다면, 붉은 점으로 표시한 그 지점은 당신이 있는 곳이 아니다.
시간에 대한 매혹적인 작은 책자는 사물을 다른 방식으로 보게 해 준다. 시간과 공간은 오랫동안 불변의 것이라고 사람들은 인식해왔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흐르고, 공간은 그저 존재하면서 그 안에 여러 가지 사물을 포용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불변의 시간이 있을까?
지구가 평평하다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고 있을 때 지구가 둥글다는 이야기를 설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사실이 보통 사람의 일상생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지구가 둥글고 태양 주변을 회전한다는 이 코페르니쿠스의 전환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얼마나 뿌리 깊게 바꿨는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수많은 통신위성이 우주와 전 세계를 스마트폰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이 흐르는지, 시간이 무엇인지, 시간이 어느 때나 불변의 시간이 있는지 없는지가 보통 사람들에게 뭐가 중요할 것인가?
그러나 시간은 변하고 공간도 변한다는 ‘시공간 곡률’은 이제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시간은 환경에 따라 흐르는 길이가 다르다. 조금만 정확한 시계로 재면 실제로 높은 산에서 재는 시간과 낮은 땅에서 재는 시간의 길이가 다르다는 사실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아주 적은 차이이기는 하지만, 책상 위에서 재는 시간과 책상 아래에서 재는 시간도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여러 번 검증됐다.
그렇다면 시간은 무엇일까? 이탈리아 출신의 과학자인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가 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The Order of Time)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최근 물리학의 흐름을 유려하게 잘 설명해준다.
현대 물리학이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크게 변한 것처럼, 시간에 대한 생각도 양자역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시간을 양자화 시키는 것이다. 모든 물질의 기본이 입자라는 것이 양자역학의 기본 출발이다. 시간도 역시 마찬가지일까? 시간을 나누고 나누고 또 나눠서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시간을 플랑크 시간이라고 한다.
로벨리의 새 책에서 많이 나오는 개념은 상호작용, 관계, 네트워크이다. 전자가 다른 입자와 어떤 ‘관계’를 맺는 순간부터 중첩이나 간섭 스핀 같은 상호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양자적 관점에서 보면, 시간과 공간의 기본 정의도 달라질 것이다.
입자들은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 상호작용에 의해서만 입자들은 진실로 존재한다. 이 상호작용이 세상의 사건이고 방향도 없고 선형적이지 않는 시간의 최소 기본 형태이다.
입자들은 또 공간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입자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공간이 태어난다고 본다.
온 우주에 하나의 현재, 하나의 지금이 실재하며, 모든 사람에게 과거는 고정된 채로 이미 지나갔다는 익숙한 틀은 산산조각 났다. 시간은 아주 복잡한 현실의 근사치일 뿐이다. 온 우주에 공통의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사건들이 과거 현재 미래 순으로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부분적으로만 순서가 있을 뿐이다. 우리 주위에서는 현재가 있지만, 멀리 있는 은하에서는 그것이 현재가 아니다. 현재는 세계적이 아니라 지역적이다.
상호작용 없는 시간은 없다
저자가 주장하듯이 공간과 시간 또는 주체의 관점을 무시하고 순전히 ‘외부로부터’ ‘객관적으로’ 세상을 설명하는 것은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는 오류에 빠진다.
한국어 제목은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번역했지만, 시간은 흐른다. 다만 시간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지, 주변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혹은 내가 어떤 기억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다른 속도로 흐른다. 시간의 흐름을 결정하는 요소 중에는 동역학, 중력장, 양자효과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러므로 두 사건 사이의 기간은 단 하나가 아니라 수없이 많다. 결국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시간이 아닌, 내가 경험한 시간, 균등하고 순서가 있는 시간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론을 동원해서 설명하는 시간은 헷갈리거나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로벨리는 “평생 시간의 주위를 맴돌고 나서 알게 된 것은 시간의 물리적 구조는 복잡하고 다층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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