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 과정 시끌벅적… 머크사의 ‘먹는 코로나 치료제’

찬성 13, 반대 10… 백신 이득이 부작용 위험보다 이점

알약 형태의 코로나 치료제가 승인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는 11월 30일 미국 머크(Merck) 사(社)가 생명공학 기업인 리지백(Ridgeback)과 협력해 만든 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의 긴급 사용승인을 권고했다.

머크 사의 경구용 치료제. FDA는 미국 머크(Merck) 사(社)가 독일 리지백(Ridgeback) 사와 협력해 만든 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의 간급 사용승인을 권고했다. ⓒ머크(MERCK)

FDA 자문기관인 항균약물자문위원회(Antimicrobial Drugs Advisory Committee) 투표 결과 찬성 13, 반대 10으로 승인이 권고됐다. 하지만 위험성에 대한 반대표도 적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투표에 참여한 위원들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라고 밝혀, 팽팽한 토론 상황을 가늠케 했다.

몰누피라비르의 추가 분석에서 백신 효과가 3상 시험보다 못한 30%인 것이 이번 투표에서 박빙의 상황을 만들었다. 승인에 반대한 위원들은 ‘추가 분석 결과가 치료제로서 효과적이지 못한 수치’라는 이유를 들었다. 3상 임상 시험에서 질병과 사망 위험에 관한 효과는 50%였다.

돌연변이 유발로 바이러스 복제 방지 원리

이런 우려는 치료제의 작용 원리와 관련이 있다.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사용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유전 코드에 작은 돌연변이를 삽입해 바이러스 복제를 막는 원리다.

바이러스의 RNA 의존성 RNA 중합효소를 억제하는 항바이러스 기능을 한다. 사이티딘(cytidine)과 구조가 비슷한 NHC-TP가 사이티딘 대신 들어가 유전체 복제과정을 방해한다.

체내 몰누피라비르(EIDD-2801) 대사. 표시된 삼인산은 항바이러스제의 활성 형태다.ⓒ위키미디어커몬즈

이런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유도가 오히려 신체 세포에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임상 시험 때부터 논란이 되어왔다. 유기화학자이면서 칼럼니스트인 데릭 로우 박사는 사이언스지를 통해 “머크사의 약물이 돌연변이 관련한 철저한 검증을 했다고 하지만, 최악의 경우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RNA 복제를 방해하는 몰누피라비르가 배아 발생 과정에서 인간 세포의 DNA 복제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우려했다. 임상 시험 당시 임신한 여성은 제외됐고, 연구에 참여한 여성과 남성은 시험 기간 각각 성관계를 금지하도록 지시된 바 있다.

또 다른 요소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돌연변이를 일으키지만, 바이러스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로우 박사의 의견이다. 오랜 잠복기를 가졌거나 면역 저하 환자에게는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여러 번 제기됐지만, 승인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이런 우려에도 FDA 위원회는 승인 권고에 손을 들어줬다. 항바이러스제의 이점이 약물 복용으로 나타나는 위험보다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노인과 비만, 천식 질환 환자의 코로나19 경증과 중증에 효과가 있다고 해석했다. 임상 안전성 데이터는 적지만, 안전성 문제는 없었다고 위원회는 결론지었다. 위원회 투표에 참여한 조지 시베리 미국 국제개발처 의료 책임자는 CNN을 통해 “최종 데이터는 여전히 사망 감소를 나타내는 수치”라며 찬성을 지지했다.

네덜란드에 위치한 머크(MERCK)사의 경구용 치료제 생산 공장ⓒ머크(MERCK)

FDA도 이번 승인 권고 투표 결과를 의식하는 듯 보인다. 임신부의 약물 사용을 제한하고, 약 처방 전에 가임기 여성의 임신 검사 등 추가 예방 조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은 이미 승인…화이자 경구용 치료제는 내년 승인 예상

FDA는 연말 전에 자체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에서는 이미 승인된 상태다. 신속히 몰누피라비르 치료제가 승인된 배경에는 오미크론 전파 감염도 한몫했다. 현재 무서운 속도로 전파되는 상황에서 대항할 무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승인 속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외신들은 보도했다.

하지만 머크사는 오미크론을 비롯한 코로나19 변이체를 대상으로 테스트 자료는 없다. 그러나 임상 시험에서 감마나 델타 변종에 감염된 환자가 포함됐다고 머크사는 밝혔다.

먹는 코로나 치료제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화이자는 이번 머크사 의약품의 승인 결정에 한발 늦는 상황이다.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인 ‘팍스로비드(Paxlovid)’는 HIV나 C형 간염에 관한 표준 치료제인 프로테아제 억제제로 알려진다. 단백질 분해효소를 억제하는 원리다.

바이러스 복제에 필수적인 단백질 분해효소(3CL 프로테아제)를 저해해 코로나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 화이자는 3월에 첫 임상 시험을 시작해 7월에 2․3상 시험을 진행했다. 임상은 내년 초에 종료될 예정이다. 중간 분석에서 증상 발병 3일 이내 투여 시 입원과 사망률을 89%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에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는 화이자 치료제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경구용 치료제 개발로 코로나 19 바이러스 치료제 선택의 범위가 넓어졌다. ⓒ게티이미지뱅크

몰누피라비르와 화이자의 치료제 모두 5일간 하루 두 번 4알 이상을 복용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화이자 치료제가 승인되면 1,000만 회분을 구매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이는 머크와 계약한 310만 회분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앞으로는 가정에서 코로나19를 물리칠 치료제의 선택 범위가 넓어진 셈이다.

한편, 한국은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의 사전검토를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제출된 치료제의 품질과 비임상 자료에 대해 안전성과 효과성을 사전검토하고, 질병관리청이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할 때 승인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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