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숙제로 위키피디아 글쓰기, 어때요?”

슐런버그 이사장이 제안하는 위키피디아 활용법

집단지성은 인간의 악의성과 고의성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인간의 선의는 집단지성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미국의 비영리단체 위키미디어 재단은 이러한 궁금증에 도전했다.

이들은 전 세계인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누구나 직접 백과사전에 기록될 데이터를 생성하고, 수정하고, 편집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식의 백과사전을 만들어냈다. 지금도 위키피디아에는 전 세계 각국의 언어로 만들어진 수많은 사람들의 ‘집단지성’이 쌓이고 있다.

반면 이와 같은 오픈성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잘못된 정보를 수록하거나, 비전문가에 의해 부정확한 내용이 기재될 수 있는 위험성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위키피디아는 아직도 정보의 가치성을 의심받고 있다.

위키피디아 교육재단의 프랭크 슐런버그(Frank Schulenburg) 이사장은 이 점에 대해 “위키피디아가 정보의 최종 산출물은 될 수 없지만,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에서의 최초 출발점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간의 선의를 믿는 새로운 집단지성의 총체물

프랭크 슐런버그 이사장은 지난 6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8 글로벌 HR포럼’에 참석해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무료 지식백과 위키피디아에 엮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프랭크 슐렌버그 이사장은 지난 6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8 글로벌 HR포럼’에서 위키피디아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은영/ ScienceTimes

프랭크 슐런버그 이사장이 지난 6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8 글로벌 HR포럼’에서 위키피디아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인터넷 검색 한번으로 원하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 위키피디아는 그 중에서도 최전방에 있는 지식의 집합체이다.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다룬다는 점에서 ‘온라인 백과사전’이라 불릴만하다. 더 큰 장점은 텍스트는 물론 사진 등 이미지 정보를 저작권의 제한 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백과사전이라 하면 ‘encyclopaedia’라는 어원대로 ‘완벽한 학습체계나 방법을 뜻하는 포괄적인 교육’을 의미한다. 백과사전은 과학, 자연, 사회 등 인간 활동의 모든 일체의 지식을 압축, 정리한 지식의 총체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위키피디아는 그런 점에서 정보의 권위성과 신뢰성을 가지기 어렵다.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옳지 않은 정보를 기재해 사람들의 혼란을 가져다줄 가능성 또한 있다. 누구나 수정하고 새로운 내용을 첨가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열린’ 시스템 탓이다.

그는 솔직하게 위키피디아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 수긍했다.

슐런버그 이사장은 “우리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위키피디아의 자료들은 백인, 남성, 높은 교육수준, 비교적 낮은 연령층 등 4개의 특성이 있는 층에서 주로 수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들이 관심이 없는 분야는 내용이 매우 빈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숙지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위키교육재단’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슐런버그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위키교육재단은 학계와 연결해 위키피디아가 가진 부족한 정보의 신뢰성과 권위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 시작한 것은 과학자와 학자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보를 무료로 공유해야한다’는 점이었다. 슐런버그 이사장은 “전 세계가 무료로 신뢰 가능한 정보를 이용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공짜 정보에 매료되어 위키피디아 8번째 직원으로 합류    

그는 처음 위키피디아를 접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슐런버그 이사장은 당시 ‘마치 번개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위키미디어 재단은 각종 위키 관련 사이트를 관리하는 비영리 단체로 사람들이 선의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을 적극 돕고 있다. ⓒ http://ko.wikipedia.org/

위키미디어 재단은 각종 위키 관련 사이트를 관리하는 비영리 단체로 사람들이 선의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을 적극 돕고 있다. ⓒ http://ko.wikipedia.org/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 북부 농촌지역에서 태어난 슐런버그 이사장의 집은 가난했다. 먹고 살기에 급급해 책을 사는 것은 사치였다. 당시 백과사전을 가진다는 것은 ‘부의 상징’이었다.

그의 부모는 전쟁세대로서 많이 배우지 못했다. 생전에는 식료품 목록을 만드는데 모르는 단어가 많아 어려움을 겪었고, 단어의 맞춤법을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을 부끄러워했다. 슐런버그 이사장은 그러한 부모를 보면서 교육과 지식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정보와 교육은 곧 돈과 연결됐다. 가난한 사람은 백과사전과 같은 고가의 책은 꿈도 꾸지 못했고 고등교육 또한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위키피디아가 내세운 무료 지식 전달에 크게 매료됐다. 월급을 받지 않아도 좋았다.

그는 백과사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브리태니카 백과사전과 같이 위키피디아를 고급정보의 집합체로 만들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위키피디아에 합류했다. 그렇게 위키피디아의 8번째 직원이 됐다.

이제 그는 고등교육과 위키피디아를 연결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연구 분야의 고등교육자들을 많이 참여시켜 미흡한 정보의 정확도와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 학생들의 리포트 제출용으로 ‘위키피디아 글쓰기’ 프로젝트를 유도하고 있다. 슐런버그 이사장은 “리포트를 제출하면 학생과 교사만 정보를 알게 된다. 위키피디아에서 정보를 직접 생성하고 함께 수정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정보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한 학생이 숙제로 각종 논문을 수집하며 한 박쥐에 대해 위키피디아에 쓴 글이 있었는데, 그 글에서 다룬 박쥐가 인도에 ‘니파바이러스(Nipah virus)’를 퍼뜨린 감염원이었다.

학생이 숙제로 쓴 글은 빠른 속도로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됐고, 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통해 감염의 심각성과 예방법에 대해 숙지할 수 있었다.

슐런버그 이사장은 “논문서비스는 주로 유료로 제공되고 다 읽기도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 숙제로 위키피디아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 글은 계속 사람들의 손을 거쳐 더 좋은 정보로 거듭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집단지성을 통해 세상에 이로움을 전파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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