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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수 단위의 법칙

[이름들의 오디세이] 이름들의 오디세이(71)

영어를 처음 배우고 익힐 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숫자 읽기다.

예를 들어 연도(year)를 우리는 ‘2019’라고 읽는다면 영어는 ‘20+19’라 읽는다. 큰 숫자는 더 어려워 우리는 만 단위로 끊는데 비해 영어는 천 단위로 끊는다. 숫자에 쓰는 쉼표도 영어로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다. 큰 숫자에 쓰는 쉼표도 천 단위로 찍혀 있어 영어로 읽기가 좋게 되어있다.

우리는 일-십-백-천으로 간다면 영어는 one-ten-hundred-thousand으로 간다. 1만은 영어로는 10천(ten thousand), 우리의 10만은 영어는 100천(hundred thousand)이다. 우리의 100만은 영어로는 1백만(one million)이 된다. 이런 식으로 영어의 billion은 우리의 10억, trillion 은 조, quadrillion 은 1000조가 된다.

물론 이후도 매 1000 단위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가 있다. quintillion 은 100경(京), sextillion 은 10 해(垓), septillion 은 1 자(秭)다.

수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 게티이미지

수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 게티이미지

이 이름들에는 하나의 원칙이 있다.

million(백만), billion(10억), trillion(조), quadrillion(1000조), quintillion(경), sextillion(해), septillion(자)은 모두 숫자를 뜻하는 접두사가 붙은 형태다.

다시 말하면   m(ono)+illion, bi+llion, tri+llion, quadr+illion, quint+illion, sext+illion, sept+illion은 모두 숫자 1, 2, 3, 4, 5, 6, 7에 해당하는 접두사에 -illion 이 붙은 형태가 아닌가? 이런 원칙의 작명이라면 그다음 단위는 8, 9, 10에 해당할 것이다. 즉 octillion(1027), nonillion(1030), decilion(1033)이다.

이 엄청난 숫자가 어느 정도 크기인지 잘 상상이 안 간다. 일반인들에게 억이나 조는 현실감이 없는 단위다. 거의 쓰지 않는 단위다. 하지만 컴퓨터를 켜다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요즘 쓰는 웬만한 외장 하드 저장 장치의 용량은 ‘테라’ 수준인데, 테라가 바로 1조란 뜻이다.

지금으로부터 한 세대 전 386 CPU가 장착된 컴퓨터의 메모리는 512KB(킬로바이트)였다. 나중에 486 CPU 컴퓨터가 나오면서 메모리는 2MB(메가바이트)가 되었고, 이후로 GB(기가바이트)를 거쳐 TB(테라바이트)수준으로 올라섰다.

킬로(kilo, K)는 1000을 말한다. 메가(mega, M)는 100만(million)이다. 기가(giga, G)는 10억(billion)이요, 테라(tera, T)는 1조(trillion)이다.

거리는 Km, 무게는 Kg을 늘 쓰기에 우리는 ‘킬로’에는 꽤 익숙하다. 하지만 메가부터는 조금 생소한데, 컴퓨터 사양을 통해 많이 익숙해졌다. 몇 년 사이에 메가의 1000배 기가가 유행했고, 다시 그 1000배인 테라가 내 책상 위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정도만 해도 놀라운 크기인데, 아마 곧 그 1000배에 해당하는 거대 용량이 곧 등장할 것이다. 그다음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페타(peta, P), 엑사(exa, E), 제타(zetta, Z), 요타(yotta, Y)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단위도 이름이 어려운 이유는 그리스어에서 왔기 때문이다. 가장 큰 요타는 그리스어로 8에서 왔다. 1요타는 (103)8에 해당한다. 그 아래인 제타는 그리스어로 7에서 왔으며 (103)7이다. 그 아래인 엑사는 6으로 (103)6, 페타는 5로 (103)5에 해당한다.

그 아래인 테라는 4가 아니고 괴물(teras), 기가는 거인(gigas), 메가는 크다(megas)란 뜻이다. 그 아래인 킬로(kilo)는 1000, 헥토(hector)는 100, 데카(deca)는 10이란 뜻이다.

정리하면, 큰 숫자 단위는 그리스식으로 10, 100, 100까지는 구분한다. 더 큰 수는 1000배 될 때마다 크다(mega), 거인(giga), 괴물(tera)이 된다. 더 커지면 1000의 5제곱(페타), 6제곱(엑사), 7제곱(제타), 8제곱(요타)가 된다. 다시 말하면 1000의 지수 함수로 표시했다.

천문학적인 스케일이 그리스어에서 왔다, 현미경적 수준의 미소 숫자 단위는 대부분 라틴어를  포함해 여러 언어에서 가져왔다.

십 분의 일은 데시(deci, d), 백 분의 일은 센티(centi, c), 천 분의 일은 밀리(mili, m), 백만 분의 일은 마이크로(micro,  μ), 십억 분의 일은 나노(nano, n), 조 분의 일은 피코(pico, p)이다.

데시는 열 번째(tenth), 센티는 100을 뜻하는 센텀(centum), 밀리는 1000(mille), 마이크로는 그리스어로 작은(mikros), 나노는 라틴어로 난쟁이(nanus), 피코는 뽀족한 것 혹은 부리를 뜻하는 스페인어에서 왔다.

이후의 펨토(femto)와 아토(atto)는 덴마크어로 15(10-15)와 18(10-18), 젭토(zepto; 1,000-7)는 라틴어로 7(septem), 욕토(yocto, 1000-8)는 그리스/라틴어로 8 (octo)에서 왔다. 이제 그다음 단위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일상속 숫자 속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영어의 10년 단위는 decade, 100년 단위는 cnetury, 1000년 단위는 millennium이다. 보카치오의 소설 ‘데카메론’은 ‘10일’이란 뜻이다.

1900년대는 20번째 세기(century)였고,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연도 표시가 1900 단위에서 2000 단위로 바뀌면서 컴퓨터들이 오작동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이를 ‘밀레니엄 버그(millennium bug)’로 불렀다. 100을 헥토로 표기하기도 한다. 태풍 때 많이 듣는 기압 단위인 헥토파스칼(hPa)이나 토지 면적을 표기하는 헥타르(hectare)에 등장한다.

10, 100, 1000의 역수인 1/10은 deci, 1/00은 centi, 1/1,000은 milli 가 된다. 1달러나 1유로의 100분의 1은 모두 cent 라 부른다. 10분의 1리터는 1 데시리터, 100분의 1 미터는 1센티미터, 1000분의 1미터는 1밀리미터이다.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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