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스튜어트(Ian Stewart 1945~) 교수가 쓰고 안지민 씨가 번역한 ‘생명의 수학’ (The Mathematics of Life)을 읽어보면, 조물주는 모든 생명 현상에 수학을 숨겨놓았다. 아니, 조물주가 숨겨놓은 것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이언 스튜어트는 진화론을 신봉하고, 창조론 이야기만 나오면 벌레 씹듯 얼굴을 찡그리면서 반대논리를 펴니, 모든 현상에 들어 있는 수학은 ‘누가’ 보물찾기 하듯 숨겨 놓았을 리는 없을 것이고, 그저 저절로 모든 생명현상에 들어갔을 것이다.
어쨌거나 수학은 이제 생물학과의 달콤한 연애가 시작된 것 같다. 이 책을 보면 동물이건 식물이건, 수학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꽃잎의 배열에서부터 나무에 잎이 나는 순서와 각도, 토끼가 새끼를 번식하는 숫자 등 초보적인 수준의 생물학 지식에서 수학적인 원리가 도처에 깔려있다.
요즘 각광받는 생명공학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모습, 그리고 뇌에서 벌이지는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 등 모든 생명현상에 수학적인 원리가 적용된다. 여기서 말하는 수학은 더하고 빼고 나누고 곱하는 산수만 말하지 않는다. 때로는 기하학이고, 수열이거나 확률이며 또는 위상학(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같은 다양한 분야의 수학이다.
토끼 새끼 숫자에 숨겨진 π이 비밀은
수학 전공자들에게는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비전공자들에게 신기한 숫자 중 하나로 피보나치(Fibonacci) 수 라는 것이 있다. 토끼 한 쌍에서 나오는 새끼의 수를 나열할 때 나타나는 신기한 현상이다. 아래 숫자들은 짝짓기 기간마다 나타나는 토끼 쌍의 숫자라고 한다.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여기서 수열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작점인 2개의 1은 빼고 앞의 두 수를 더하면 다음 수가 나온다. 1+2=3, 2+3=5, 8+13=21, 34+55=89 이런 식이다.
그런데 앞 숫자를 분모로, 뒷 숫자를 분자로 해서 소수점을 내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1/1=1, 2/1=2, 3/2=1.5, 5/3=1.666, 8/5=1.6, 13/8=1.625, 21/13=1.615, 34/21=1.629 피보나치 수가 커 질수록 그 숫자는 어떤 숫자에 가까워지는데 그 어떤 수 (1+√5)/2 는 그리스 글자 파이(π)와 같다. 토끼가 새끼를 낳는 숫자가 수학을 닮은 것이다.
반대로 앞의 숫자를 분자로, 그 뒤로 두 번 째 숫자를 분모로 배치하면 이렇게 변한다. 3/8=0.375, 5/13=0.384…34/89=0.382
이 숫자 역시 π와 관계가 깊다. 이 숫자는 2-π이다.
이것은 수학이 생물학과 깊은 연관을 가졌다는 고전적인 사례 일 뿐이다. 이언 스튜어트는 거의 모든 과학 분야에 수학이 안 끼는 데가 없다고 490쪽 짜리 책 구석구석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사방에서 조금씩 커 지는 목소리 중 하나는 수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마 어렴풋이 들어봤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에서 천재적인 수학자들을 데리고 간다고, 금융상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수학적인 기초라고, 과학은 모두 다 수학이라고.
그래서 수학이 도대체 뭐길래, 모든 과학은 수학으로 통한다는 소리가 점점 세지는 것일까? 대한민국의 보통 남자들이 아는 수학은, 사실은 수학이 아니라 산수일 뿐이다.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고 하는 숫자놀음에다 기껏해야 2차 방정식 또는 사물을 무한히 쪼갠 뒤 합친다는 미분 적분 정도이다.
그리고 도대체 왜 그렇게 무한히 쪼개야 하는지, 그리고 쪼갠 것을 왜 합쳐야 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은데 엄청나게 어려운 수식을 이해했다고 스스로 자위하면서 공식을 외웠었다. 그런 불유쾌한 기억을 가진 대한민국의 성인 남자들은 수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중의 기초라는 수학자의 주장은 삶의 의욕을 잃을 만큼 불길한 이야기로 들린다. 그 지겨운 수학의 세계속으로 빠져들어야 한다는 비극이 학문의 발전이란 말인가?
그러나 ‘생명의 수학’은 그렇게 흑색 전망을 던지는 것은 아니다. 수학이 생명의 여러 가지 현상에서 얼마나 다양하게 기본적인 분석의 도구를 주는지 깜짝 놀라게 된다.
생물학을 수열, 매듭, 기하학, 위상학 등으로 설명
나무의 잎은 조금씩 자리를 비켜가면서 달린다. 첫 번째 잎이 나면, 그 다음에 나는 잎들은 일정한 각도를 이루면서 난다. 그리고 그 각도는 같은 평면위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올라가면서 달린다. 이것을 자세히 측정하면 잎은 135도 간격으로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는데, 비스듬히 오르면서 각도가 벌어지므로 나사 홈이 돌아가듯 하는 형태를 띤다.
컴퓨터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폰 노이만(von Neumann)은 두 사람이 벌이는 게임에서 수학적 모델을 발견했는데 이것이 후에 경제분야에 적용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오래전 그리스 유클리드(Euclid)가 발견한 정다면체가 요즘 생물학에서 다시 조명된다. 유클리드의 정다면체 중 정20면체는 축구공을 만드는 구조가 됐으며, 탄소원자만 60개가 모여 이룬 풀러렌 구조임이 발견됐다. 그러더니 드디어 대부분 바이러스의 주요 형태가 정20면체임이 또 드러났다.
보이 스카우트 활동이나 암벽등반에서만 주로 쓰인다고 생각했던 매듭이 DNA의 나선 구조를 맺거나 풀거나 하는 원리와 긴밀한 관계가 가졌다는 사실도 나타났다. 그런데 이것은 수학자들이 발견한 뫼비우스의 띠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이러니 이언 스튜어트 보기에 모든 것이 수학이 아닌 것은 하나도 없다.
‘오늘날의 과학에는 자신의 전공에만 사로잡힌 고립된 과학자 집단들이 아닌, 관심분야가 다양하고 보완적인 사람들로 이루어진 팀이 필요하다. 과학은 부락집단에서 세계적인 공동체로 바뀌고 있다.’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다.
이언 스튜어트는 케임브리지 대학 수학과를 나온 뒤 워릭대학교에서 박사를 받았다. 영국과 미국에서 여러 건의 과학대중화 상을 수상하고, 현재 워릭대학교 수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21세기 생물학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수학을 활용한다. 22세기가 되기 전까지 수학과 생물학은 서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서로를 변화시킬 것이다”는 그의 말이 수학자의 나르시시즘으로 들리지 않으니,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수학저술가’라는 평가는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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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처럼 몸에서 나는 냄새가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알아보고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과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친구를 맺은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보다 체취가 비슷할 가능성이 높으며, 냄새 판별 기기인 전자코(eNose)를 통해 체취를 확인하면 서로 낯선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는지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케미가 맞는다'라는 말을 많이 해왔는데 실제로 후각 차원에서 화학(chemistry)이 작용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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