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사회문제 해결의 도구 될 것”

국민 소통 포럼 개최…미술, 의료 등 다양한 분야서 활용

지난 1999년 화성 궤도에 진입하던 미국의 탐사선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던 조사단은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탐사선을 제작한 록히드마틴사는 무게의 단위로 파운드(lb) 단위를 사용했고, 운영을 담당한 미 항공우주국(NASA)은 킬로그램(kg) 단위를 사용하다 보니 추진력을 계산할 때 착오가 생긴 것.

록히드마틴사나 NASA 같은 첨단 조직의 연구원들이 어떻게 이 같은 원시적인 실수를 했는지 당시 사고 경위를 접한 모든 사람들은 경악했다. 어쨌든 수학적으로 다른 무게 단위를 사용한 대가는 혹독했다. 무려 1억 25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탐사 비용을 허공에 날려버린 셈이 됐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학이 기반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박형주 교수의 강연 ⓒ 유튜브 영상 캡처

현직 대학교의 총장이지만 대중들에게는 ‘수학 전도사’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박형주 아주대학교 교수는 “화성 탐사선의 추락은 과학에 있어 수학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깨닫게 만든 사건”이라고 밝히며 “수학은 과학의 언어 역할을 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지난 2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주최로 온라인상에서 열린 ‘과학자와 국민 간 소통 포럼’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첨단 과학이 수학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으로 마련되었다.

수학은 문제 해결의 인프라

‘4차 산업혁명, 수학으로 초연결하라’ 주제로 행사의 발제를 맡은 박 교수는 “수학이란 학문은 교실에서만 배워 대학교를 진학하는데 필요한 교과목의 하나가 아니라,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라고 주장하며 대표적인 인물로 아르키메데스(Archimedes)를 꼽았다.

아르키메데스는 복잡한 모양을 가진 물체의 부피 계산을 위해 물의 부력을 이용한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나 반사경의 원리를 수학적으로 계산하여 적의 군함을 햇빛으로 태운 ‘아르키메데스 죽음의 광선’으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다.

아리키메데스의 수학적 성과를 오늘날에 재현한 MIT대 연구진 ⓒ MIT.edu

실제로 지난 1973년 그리스의 과학자인 ‘로아니스 사카스(Loanis Sakas)’ 박사는 50m 거리에서 모형 범선에 반사경의 초점을 모아서 수 초 만에 불꽃을 일으켰고, 2005년에는 미 MIT대의 연구진이 반사경을 배열하여 23m 거리의 선박에서 불꽃이 나게 만들어 아르키메데스가 얼마나 위대한 수학자였는지를 입증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오늘날의 수학을 ‘문재 해결의 인프라’라고 정의하면서 “기후변화나 지진 같은 인류에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과학기술 및 산업현장에서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서의 수학에 대해 박 교수는 “수학적 모델링이라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라고 언급하며 “기후변화나 태풍처럼 세상에는 지구와 인류를 대상으로 실험해 볼 수 없는 현상들이 너무 많다”라고 지적하며 “100% 정확하지는 않지만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예측이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술 및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수학

인류에게 당면한 현안인 감염병을 수학적 모델링 방법을 통해 예측한 대표적 사례로는 유체역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스위스의 수학자 ‘다니엘 베르누이(Daniel Bernoulli)’다.

베르누이는 확률 이론을 활용하여 천연두의 확산을 수식으로 표현한 뒤, 대규모 예방 접종이 인류의 기대수명을 3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의 수리감염역학(mathematical epidemiology) 연구자들은 감염병의 확산 과정을 미분방정식이나 차분방정식으로 해석하거나 위험한 화학물질의 확산 경로 등을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역시 수리감염역학이 적용되고 있는 사항들이 많다”라고 밝히며 “예를 들어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와 벗었을 때의 감염률 차이나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행 여부에 따른 감염 확산 속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수리감염역학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수학과는 동떨어진 분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미술품 감정도 역시 수학적 모델링의 한 분야다. 미 프린스턴대 수학과의 ‘잉그리드 도브시(Ingrid Daubechies)’ 교수는 지난 2008년 ‘웨이블릿(wavelet)’이라는 수학 이론을 활용하여 그림을 계량화하는 방법을 통해 여러 개의 고흐 작품 중에서 위작을 가려내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방대한 빅데이터를 수학적 모델링으로 정리하여 질병 예측에 활용하는 스타트업 아야스디 ⓒ AYASDI

빅데이터에 기반한 최근의 의료진단 시스템 역시 수학적 모델링이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는 분야다. 실리콘밸리의 선각자이자 유명 벤처투자가인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는 “미래에는 80%의 의사가 수학적 모델링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박 교수는 세계적인 수학자인 미 스탠포드대의 ‘구나 칼슨(Gunnar Carlsson)’ 교수가 의료분야 스타트업 대표로 변신하여 대박을 친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수학적 모델링 기법을 활용하여 빅데이터 분석 SW인 ‘매퍼(Mapper)’를 개발했다.

그리고 제자와 함께 의료 분야 스타트업인 ‘아야스디(AYASDI)’를 창업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아야스디는 모양이나 형태를 연구하는 위상수학과 기계학습을 이용하여 방대하고 다차원적인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기법을 통해 비슷한 생체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 중 추가 암 검진이 필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박 교수는 “수학은 앞으로 소소한 사회 문제 해결, 예를 들면 학교 배정 문제 같은 갈등 문제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88)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