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도수를 바꾸는 안경이 있다?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23) 초저가 안경과 액체 안경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안경을 쓴 사람을 흔히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정도가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시력을 교정하는 기구들은 이제 우리 생활에 있어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반면 저개발 국가에서는 안경 쓴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시력을 검사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얼마나 눈이 안 좋은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설사 안다고 해도 형편상 비싼 안경을 착용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1달러로 만들 수 있는 초저가 안경이 적정기술의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 One Dollar Glasses

1달러로 만들 수 있는 초저가 안경이 적정기술의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 One Dollar Glasses

그런데 최근 들어 다수의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을 위한 신개념 안경을 개발·보급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식주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한 그들을 위해 개발된 신개념 안경은 초저가로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단 1달러로 만드는 초저가 안경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 장애 보고서’에 따르면 시력이 좋지 않은데도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등을 구매할 돈이 없어서 고통받는 인구가 전 세계에 1억 5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들을 위해 독일의 디자인 스튜디오인 ‘하우스 오토(Haus Otto)’는 비영리 단체와 손을 잡고 누구나 저렴하게 착용할 수 있는 안경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안경의 가격은 불과 1달러로서, 안경 이름도 이 같은 저렴한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하여 ‘1달러 안경(One Dollar Glasses)’이라 지어졌다.

1달러로 안경을 제작할 수 있는 비결은 값싼 소재와 단순한 설계 구조에 있다는 것이 하우스 오토 측의 설명이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얇은 철사와 스프링, 그리고 고무 튜브가 안경테의 주요 소재이고, 이를 자체 개발한 제작 도구로 휘어서 안경테를 만든 다음 안경 렌즈를 끼기만 하면 1달러 안경이 완성된다.

하우스 오토의 관계자는 “안경 렌즈는 단가가 저렴하고 충격에 강한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s) 소재”라고 밝히면서 “이런 소재를 사용하여 도수를 마이너스(-) 6.0에서부터 플러스(+) 6.0까지 다양하게 생산한 다음 사용자의 시력에 맞는 렌즈를 골라 안경테에 끼기만 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1달러 안경의 소재는 철사와 스프링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One Dollar Glasses

1달러 안경의 소재는 철사와 스프링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One Dollar Glasses

1달러 안경의 장점은 저렴하고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자신이 착용하는 안경을 스스로 만들기 때문에 개성 있는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다.

또한 1달러 안경은 주민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한다. 바로 주민들이 안경 제작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공정 덕분에, 누구라도 2주 정도만 교육을 받으면 직접 안경테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이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하여 하우스 오토의 관계자는 “1달러 안경을 제조하는 교육을 받은 주민들은 안경 제작을 통해 고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다”라고 언급하며 “가난한 주민들에게 사물을 보다 분명하게 볼 수 있는 기쁨을 줄 뿐 아니라, 일자리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1달러 안경은 적정기술의 모델로 여겨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액체로 볼록렌즈와 오목렌즈 기능 구현

1달러 안경이 저렴한 가격과 손쉬운 제작으로 저개발 국가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면, 액체 소재의 안경은 시력이 달라져도 평생 사용할 수 있는 혁신적 기능을 장착했다.

애드스펙스(Adspecs)라는 이름의 이 안경은 착용자가 스스로 도수를 조절할 수 있다. 안경을 개발한 사람은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은퇴한 ‘조슈아 실버(Joshua Silver)’ 교수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아프리카를 방문했다가 안경을 맞출 수 있는 안경점이 인구 800만 명당 1명 밖에 안된다는 현실에 놀랐다. 그는 열악한 보건환경을 직접 경험하면서 자신의 지식으로 주민들을 도울 수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실버 교수는 안경을 개발하기 전, 기능에 대한 전제조건을 먼저 내걸었다. 가장 큰 문제는 안경과 관련된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시력 조정이나 A/S 같은 문제로 안경점을 방문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전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소재로 실버 교수는 액체인 ‘실리콘오일(silicon oil)’를 선택했고, 이를 통해 렌즈의 도수를 조절할 수 있는 애드스펙스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안경테에 달린 주사기로 액체의 양을 조절하여 안경 도수를 맞추는 애드스펙스 ⓒ cvdw.org

안경테에 달린 주사기로 액체의 양을 조절하여 안경 도수를 맞추는 애드스펙스 ⓒ cvdw.org

실리콘 오일은 물이 아니기 때문에 증발될 우려가 없고, 시력이 낮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높은 도수로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액체 안경의 렌즈에 들어가는 소재로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실버 교수의 설명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안경테 양옆으로는 실리콘오일을 주입할 수 있는 주사기가 부착되어 있고, 주사기는 안경 렌즈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착용자는 주사기를 통해 액체의 양을 조금씩 더하거나, 빼내면서 시력을 맞출 수 있다.

실버 박사는 “액체를 많이 넣으면 볼록렌즈의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액체를 빼면 오목렌즈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소개하며 “이 같은 기능을 통해 원시와 근시 환자들은 직접 자신의 시력에 적합한 도수를 맞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애드스펙스의 가격은 약 15달러로서 기존 안경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지만, 하루 1달러도 안되는 비용으로 살아가는 저개발 국가 주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실버 박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계속해서 연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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