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중에서도 ‘그린 수소’가 필요하다”

세계에너지포럼 개최…수소 공급에 역점 둔 정책 추진

지난 2월 남극에서는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남극 기온 관측 사상 처음으로 영상 20℃를 넘는 기온이 측정됐기 때문이다. 2월이면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혼란에 빠져들기 시작한 무렵이어서 이 소식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지만,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한계에 다다른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현상이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 위기가 인류에게 있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4일 은행회관에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의 미래상을 전망해 보는 ‘2020 세계에너지포럼’이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그린 수소의 역할과 가능성, 그리고 산업화 방안 등을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는 행사가 개최됐다 ⓒ 김준래/ScienceTimes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에너지 전환과 그린 수소’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그린 수소의 역할과 가능성, 그리고 산업화 방안 등을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수소는 생성 방식에 따라 색깔로 구분

‘그린 수소 기반 구축과 산업화 방안’에 발표한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단장은 “수소를 어떻게 생성하느냐에 따라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여겨지고 있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낮추거나 아예 나오지 않게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수소는 생성 방식에 따라 색깔로 구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색깔로 구분하는 이유는 생성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느냐를 구분하기 위해서다. 가장 많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브라운(brown) 수소’와 ‘그레이(grey) 수소’는 각각 화석연료인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사용하여 만드는 수소다.

그리고 천연가스와 이산화탄소 포집설비를 이용하는 하이브리드형 수소는 ‘블루(blue) 수소’라고 불리며, 오로지 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하여 만드는 수소를 ‘그린(green) 수소’라고 한다. 블루 수소는 이산화탄소가 발생되기는 하지만 브라운 수소나 그레이 수소보다 발생량이 현저히 낮고, 그린 수소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제로(0)다.

향후 수소 생산 구성 및 공급 목표 ⓒ 한국에너지공단

신 단장은 “수소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하며 “화석 에너지가 갖고 있는 문제인 온실가스 발생이나 미세먼지 유발, 그리고 자원 고갈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물질이다. 지구에서는 물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추출만 하면 언제든지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자원 확보를 위해 국가 간, 지역 간 분쟁이 일어나지 않아도 될 만큼 풍부한 에너지원인 것이다.

이 외에도 신 단장은 “수소의 또 다른 장점은 대량으로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밝히며 “태양에너지를 전력으로 바꾼 후 수소로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연료전지를 활용해 다시 전기로 만들어 쓰는 방식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수소 수요 확대와 함께 공급에 주력할 시점

그린 수소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현재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을 예방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신 단장의 설명이다. 얼핏 생각하면 수소 산업 육성과 코로나19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신 단장은 세계적 경제학자인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말을 인용해 “기후변화가 전염병의 대유행을 일으킨 주요 요인으로 드러나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그린 수소 산업의 발전으로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전염병의 창궐을 막을 수 있는 효율적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수소 산업이 추진해야 할 계획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신 단장은 “정부가 지난해 수립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수소전기차나 수소충전소가 확대됐다”라고 말하며 “지금까지 수소 사용의 수요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부터는 수소를 공급하는 데 더 비중을 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가 발표한 로드맵에 따르면 수소 수요 증가에 따라 공급에도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수소를 국내에서 기술을 통해 생산하는 방안이나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수소생산기지 개념도 ⓒ 한국에너지공단

국내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안으로는 ‘해양 바이오 수소 실증 플랜트’와 ‘새만금 그린 수소 생산 클러스터’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해양 바이오 수소 실증 플랜트는 미생물을 촉매로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서, 해양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 수소생산 기술이자 국내만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원천기술이다.

심해에 서식하는 해양미생물을 이용하여 대기오염원인 일산화탄소를 친환경 수소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플랜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연간 약 330톤 정도의 수소가 생산되는데, 이는 약 2200대의 수소차를 운행할 수 있는 규모다.

또한 새만금 그린 수소 생산 클러스터는 새만금 지역에 위치한 산업연구용지에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대규모 단지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그린 수소 생산은 물론 유통 시스템까지 구축하는 프로젝트로서 오는 2026년까지 5000억 원 정도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으로는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와 연계한 그린 수소 생산 단지 조성 △수소생산 전후방기업 집적화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 △안전관리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발표를 마치며 신 단장은 “수소와 같은 미래 에너지는 매장된 자원이 아니라 기술로 생산하는 존재”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수소 관련 R&D 전문기관인 ‘수소연구원’의 설립이나 기술개발 기금을 마련하는 등의 추진계획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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