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잡지 않고 물건을 옮긴다?

초음파 활용한 비접촉 포획 실험 성공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공상과학 영화인 스타워즈를 보면 우주기지를 방문하는 우주선을 안전하게 착륙시키거나, 공격하는 적의 우주선을 나포하는 기능을 가진 특수한 광선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명 ‘견인 광선’이라 불리는 트랙터빔(Tractor Beam)인데, 당시만 해도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개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첨단 과학의 도움으로 이 같은 개념이 현실화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영화에서는 빛으로 물건을 잡는다면, 현실에서는 초음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견인 광선으로 적의 우주선을 나포하는 영화 스타워즈의 한 장면 ⓒ starwarsfandom.com

자기장에서 초음파로 변화하는 비접촉 포획 방식

공중부양을 하듯 물건을 직접 접촉하지 않은 채 포획한다면 신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 물체를 공중으로 띄우거나 이동시키는 기술 자체는 그렇게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직접 접촉하기에는 위험하거나 지저분한 물질을 이송시키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비접촉 방식으로 운반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물건을 공중부양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자기장을 이용한 것으로, 자성을 띈 물체를 자기장의 반발을 이용해서 공중에 비접촉 방식으로 띄울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물건이 자성을 띄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한계를 갖고 있다.

더군다나 자기장을 이용해서는 정밀하게 물건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비접촉 방식으로 물건을 이송하는 것은 그동안 실험실에서만 사용해 왔다. 그런데 이 같은 자기장 방식의 한계가 초음파를 만나면서 돌파구를 찾게 되었다.

초음파를 이용한 비접촉 포획 방식은 자기장을 이용한 방식과는 달리 섬세한 이송이 가능하다. 자기장 방식보다 물건을 부양하는 힘은 약하지만, 반면에 작은 물건을 세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소형 초음파 스피커를 통해 물건을 이동시키는 실험의 원리 ⓒ bristol.edu

실제로 7년 전인 2013년에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ETH)의 ‘다이모스 폴리카코스(Dimos Poulikakos)’ 교수는 초음파를 이용하여 이쑤시개를 공중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ETH는 초음파를 기반으로 하여 물건을 이동시키는 연구의 산실이 되었다.

ETH의 연구와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연구를 시도한 곳은 영국이다. 지난 2014년 영국의 브리스톨대와 석세스 대학의 공동 연구진은 연구자들이 공중에 띄우는 것은 물론, 초음파로 물체를 견인하는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이들 연구진은 64개로 이루어진 소형 초음파 스피커를 통해 물건을 공중에서 정교하게 이동시켜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 초음파 스피커들은 마치 손가락으로 물건을 잡고 이동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파장과 진폭을 가진 음파 속에 물체를 가둬 공중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작고 부서지기 쉬운 물건 이동에 최적 방식

스위스에서 시작되어 영국으로 잠시 넘어갔던 공중부양 기반의 비접촉식 포획 방식에 대한 연구는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다. 최근 들어 스위스를 중심으로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초음파로 물건을 포획하는 실험에 성공한 ETH의 연구결과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로봇팔처럼 생긴 집게에 초음파 장치를 탑재시킨 후, 대상이 되는 물건을 비접촉 방식으로 포획하는데 성공했다.

로봇팔처럼 생긴 집게는 마치 공을 반으로 잘라 위와 아래로 나눈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초음파를 형성하는 장치를 탑재하여 ‘압점(pressure point)’이 생성되도록 만들었다.

압점이란 주파수가 중첩되는 부분으로서, 이 압점에 물건을 넣으면 공중에 뜨게 된다. 따라서 초음파 장치가 탑재된 로봇팔 사이로 물건을 넣으면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장치를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ETH의 ‘마르셀 슈크(Marcel Schuck)’ 교수는 “작고 부서지기 쉬운 물건을 손상 없이 옮기려면 비접촉 방식이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음파 발생 장치를 탑재한 로봇팔이 초소형 물건을 이동시키고 있다 ⓒ ETH

슈크 교수의 말처럼 작은 부서지기 쉬운 물건을 집어서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밀함과 섬세함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물리적 접촉 방식으로 딱딱한 물성의 로봇팔이 수행한다는 것은 지금의 기술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작고 부서지기 쉬운 물건을 옮기는 과정의 경제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슈크 교수는 “조금만 접촉해도 오염되는 고순도 화합물질이나 위험 물질 등을 손상 없이 다룰 수만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다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경제성은 충분하다”라고 자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접촉 포획 방식은 시계 제조에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계 제조는 초소형 부품들로 조립해야 하는 만큼, 자동화 공정이 어려운 분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이 상용화된다면 자동화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슈크 교수의 생각이다.

게다가 공중부양 기반의 비접촉 방식으로 물건을 옮긴다면, 물체의 형태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제작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진은 앞으로 물건을 떨어뜨리지 않고 정확하게 원하는 장소로 옮기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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