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충돌, 지구의 터닝포인트 되다

공룡 멸종과 함께 식물 다양성 가져와

6600만년 전 어느 날, 도시만한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불과 24시간 만에 공룡과 지구 생물의 75퍼센트가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고 그 과정에서 지구의 온도가 수천 도까지 올라가면서 지구 표면에 모든 것을 구워버렸다.

지금까지도 공룡을 멸종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 바로 이 소행성 충돌이라고 알려져있다. 과학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없지만, 그래도 만약 소행성 충돌이 불과 수백만 년 전이나 혹은 후에 일어났다면 과연 공룡은 살아남았을까. 지구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지난 7월 말 학술지 ‘생물학비평(Biology Reviews)’를 통해 스티븐 부르사트(Stephen L. Brusatte)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박사팀은 바로 이 충돌 직전 초식공룡의 다양성이 다소 줄었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하였다.(원문 링크)

이 경미한 감소가 소행성 충돌 시, 모든 공룡을 멸종시키기에는 충분했다는 것이다. 초식공룡이 감소한 상태에서 소행성이 충돌하면 공룡들은 더 굶주리게 되고, 개체군의 붕괴로 이어져 취약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영향은 결국 먹이사슬 전체로 퍼져 나간다는 것이다.

소행성 충돌은 공룡의 멸종을 가지고 왔지만, 한편으로는 식물의 종을 다양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구에게 있어 소행성 충돌은 마치 리셋버튼처럼 작용하면서 일종의 터닝포인트를 가지고 온 것이다. 사진은 토성과 천왕성 사이의 소행성 '커리클로'

소행성 충돌은 공룡의 멸종을 가지고 왔지만, 한편으로는 식물의 종을 다양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구에게 있어 소행성 충돌은 마치 리셋버튼처럼 작용하면서 일종의 터닝포인트를 가지고 온 것이다. 사진은 토성과 천왕성 사이의 소행성 ‘커리클로’ ⓒ 연합뉴스

지금까지 고생물학자들은 수십 년간 공룡이 소행성 충돌 시 다양하게 번성했는지 아니면 반대였는지에 대해 논쟁을 벌여왔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공룡의 다양성에 관한 정보를 종합했으며, 지난 10년 사이에 발견된 수백 점의 화석에 관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어 정보의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공룡 종류와 분포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그간 잘 연구된 화석이 함유된 지층과 그렇지 않은 지층을 모두 반영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일부 초식공룡을 제외한 대부분 공룡이 소행성 충돌 직전까지 계속해서 번성하고 있었음이 나타났다.

지구 전체 데이터를 보면 장기적인 감소의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공룡은 결코 멸종할 운명이 아니었으며 소행성은 단지 그들을 어느 정도 사라지게 했을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기후 한랭화로 인해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사라지면서 주요 초식 공룡 그룹이 감소했지만, 이런 작은 다양성 감소에서 회복할 절대적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소행성 충돌이 수백만 년 전 혹은 그 후에 일어났다면 지금쯤 지구는 어떻게 되어있을 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연구이다.

소행성 충돌, 지구 식물종 다양성 촉진시켜

그렇다고 해서 소행성 충돌이 지구에 있는 모든 것들을 멸종시킨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로 인해 지구상의 식물종이 급성장했으며, 그 종류 또한 다양해졌다.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를 통해 발표된 내용이다. (원문링크)

벤자민 블론더(Benjamin Blonder)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박사팀은 2억2천 년 전 나뭇잎 화석 1000종을 정밀 분석하였다. 여기에 활용된 화석은 모두 미국 몬태나 주 헬크리트(Hell Creek) 지층에서 발굴한 것이었다. 분석 결과 수 억 년 전 나무가 사계절 내내 푸른 상록수였다가 소행성 충돌 이후 계절에 따라 변하는 낙엽성 나무로 변화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소행성 충돌이 일종의 ‘리셋 버튼’처럼 작용한 것이다.

그래서 일부 종(種)은 살아 남을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환경에 맞게 변화한 것이다. 소행성 충돌로 인한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일종의 비결 같은 것이다.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소행성 충돌 이전과 이후의 에너지 소모량이다.

충돌 이전 나뭇잎은 비교적 두툼해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반면, 충돌 이후 나뭇잎은 더 얇아저 에너지 소모량이 적었던 것이다. 이는 나뭇잎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는가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빠르게 자라는 종과 천천히 자라는 종의 차이가 여기에서 생겼으며, 상록수와 낙엽성 식물의 잎맥의 차이 역시 이때 발생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식물의 3분의 1 가량을 멸종시켰던 소행성 충돌이 오히려 지구에 있는 식물의 다양성을 촉진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소행성 충돌이 여러 의미에서 생태계의 변화를 가지고 왔고, 지금까지도 그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소행성 충돌은 인류가 맞이할 수 있는 최악의 재난 중 하나이다. 그래서 전 세계 많은 연구진은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을 대비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진행하는 소행성궤도변경임무(ARM) 프로젝트 이다. 최근 세부 프로젝트 18개를 확정했는데, 소행성궤도변경임무는 우주선을 쏘아 올려 소행성을 지구와 충돌 염려가 없는 안전한 궤도로 옮겨놓거나 소행성의 샘플을 채집해 복귀하는 것이 목표이다. (관련링크)

유럽우주국(ESA)에서도 혜성 착륙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2004년 3월 우주로 올려보낸 로제타(Rosetta)를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67P/Churyumov-Gerasimenko)’라는 혜성에 보내 각종 연구를 진행하는 계획이다. 이 혜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정확히 타원 궤도로 돌고 있기 때문에, 다른 혜성에 비해 태양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관련링크)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에 대한 연구는 지난해 초 러시아 우랄산맥 주변지역에 큰 피해를 입힌 이후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소행성은 50~100년마다 찾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 지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소행성에 대한 이런 연구는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물을 구원하는 것 뿐만 아니라, 소행성과 혜성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보다 다양한 과학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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