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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의 이름

[이름들의 오디세이] 이름들의 오디세이(36)

얼마 전 외신에서 2015년 터키에 떨어진 운석이 약 2천200만 년 전 소행성 ‘베스타’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으로 확인되었다는 소식을 보았다. 과학자들은 참 대단하다. 멀리 떨어진 소행성의 구성 성분을 잘 아는 것도 신기한데, 그 조각이 떨어져 나온 시기도 특정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하튼, 베스타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 벨트에서는 왜행성 케레스 다음으로 큰 천체다. 하지만 케레스보다도 더 밝게 빛나는 소행성이다. 그러고 보니 ‘베스타’란 이름 속에 밝은 빛이 들어있기는 하다. 베스타는 ‘화로(火爐)의 여신’ 이름이니까. 이참에 소행성들에 붙은 이름들을 한번 살펴보자.

베스타, 케레스, 달의 상대적 크기 비교 ⓒ위키백과

베스타, 케레스, 달의 상대적 크기 비교 ⓒ위키백과

현재까지 확인된 소행성은 794,460개나 된다(2019년 3월 말 기준). 그중 고유명사 수준의 ‘이름’이 붙은 소행성은 2만여 개, ‘숫자’로 불리는 소행성은 약 52만 개, 숫자도 아닌 ‘식별부호’ 수준으로 불리는 소행성은 26만여 개다.

소행성이 발견되면 IAU(국제천문연맹)이 발견 일자 정보가 담긴 ‘숫자+알파벳’ 형식의 식별부호를 붙인다. 나중에 새로운 소행성으로 최종 확인되면 발견 순번을 의미하는 ‘숫자’가 이름이 된다. 여기에 고유명사 이름을 붙이면 최종적으로 ‘숫자+이름’형식으로 확정된다.

숫자로 불리는 소행성들 중 5%도 안되는 2만여 개만 고유명사 이름이 붙어있다. 이를테면 ‘2팔라스’, ‘3유노’, ‘4베스타’, ‘5아스트레아’, ‘6헤베’, …가 된다. 1호 소행성이 없는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소행성에 고유명사인 이름을 붙이는 것 즉 명명권(命名權)은 발견자의 권리다. 하지만 IAU(국제천문연맹)은 16자 이내, 한 단어, 쉬운 발음, 로마자(Latin characters) 표기, 사납지 않은 뜻, 기존의 소행성 이름과 같거나 비슷하면 안 된다는 작명의 원칙을 정해 두었다.

더하여, 새 소행성이 지구 근처로 오는 천체(Near-Earth Object; NEO)라면 그 이름은 신화에 나오는 이름일 것이며, 창조나 저승의 테마와 관련(다른 천체 작명에 사용하는 이름 원칙)되어서는 안된다는 제한까지 두었다.

자, 이제 소행성 역사를 연 이름 몇 개를 살펴보자.

1801년 1월 1일에 이탈리아 시칠리 섬의 팔레르모 천문대에서 가톨릭 사제이자 천문학자 피아치(Giuseppe Piazzi 1746~1826)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새로운 ‘행성’을 발견했다고 보고한다. 새 행성의 평균 반경은 473km에 불과해 가장 작은 행성인 수성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미니 행성이 될 참이었다.

피아치는 명명권(命名權)을 행사하여 케레스(세레스; Ceres)라는 이름을 붙였다. 케레스는 시칠리의 여신으로 로마신화에서는 ‘곡물과 수확의 여신’이다. 시칠리는 이탈리아에서도 손꼽히는 곡창 지대였기에 농사에 중요한 케레스를 오랫동안 받들고 모셨다. 피아치는 케레스 명명을 통해 발견지인 시칠리를 기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케레스(세레스)의 발견을 기록한 피아찌의 책. 새 행성의 이름은 ‘케레스 페르디난데아’로 적혀있다. 당시 시칠리의 왕 페르디난드 1세의 이름도 함께 썼다. 하지만 다른 나라 천문학자들의 반발로 ‘케레스’만 채택되었다. ⓒ위키백과

케레스(세레스)의 발견을 기록한 피아찌의 책. 새 행성의 이름은 ‘케레스 페르디난데아’로 적혀있다. 당시 시칠리의 왕 페르디난드 1세의 이름도 함께 썼다. 하지만 다른 나라 천문학자들의 반발로 ‘케레스’만 채택되었다. ⓒ위키백과

 

케레스(세레스)의 이름은 영어에도 그 흔적을 남겼다. 곡물(穀物)을 뜻하는 시리얼(cereal)이 바로 케레스 여신의 이름에서 왔기 때문이다. 시리얼뿐만이 아니다. 화학에서 케레스(세레스)의 흔적이 보인다. 1803년에 발견된 희토류 원소에 케레스(세레스) 행성의 이름을 따서 세륨으로 불렀으니까.

케레스(세레스)의 발견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듬 해인 1802년에 두 번째로 팔라스, 1804년에 세 번째로 유노, 1807년에 네 번째로 베스타가 발견되었다. 38년 후인 1845년에 다섯 번 째인 아스트라이아와 여섯 번 째인 헤베가 차례로 발견되었다. 모두 케레스의 명명 전통을 따라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여신들의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이 천체들은 일종의 행성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행성 아이콘도 붙였다. (도대체 태양계에 행성이 이렇게 많아도 되는지 고민이 되었겠다)

 

케레스(Ceres)     로마신화에 나오는 ‘곡물과 수확의 여신’

팔라스(Pallas)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 팔라스 아테나(Pallas Athena).

유노(Juno)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헤라 여신에 해당하는 로마신화의 여신

베스타(Vesta)     로마신화에 나오는 ‘화로(난로)의 여신’

아스트레아(Astraea)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와 순수의 여신’

헤베(Hebe)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청춘의 여신’

 

하지만 이후로 비슷한 천체들이 자꾸 발견되면서, 가장 큰 케레스라 할지라도 행성으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그래서 케레스는 발견 50년 만에 소행성(asteroid, planetoid, minor planet)으로 강등되었다. 팔라스, 유도, 베스타 등등도 마찬가지였고.

2006년에 플루토가 76년 동안 유지해오던 행성 자격을 박탈당하고 왜행성으로 강등될 때 고만고만한 소행성에 두기에도 미안했던 케레스(전체 소행성 질량의 4분의 1 차지)는 플루토, 마케마케(Makemake), 하우메아(Haumea), 에리스(Eris)와 함께 새로 만들어진 왜행성(dwarf planet system)으로 호적을 옮겼다. 그래서 소행성 ‘1케레스’는 왜행성 ‘케레스’로 바뀌면서 소행성 번호인 ‘1’을 떼어버렸다.

케레스는 해왕성 안쪽에 있는 유일한 왜행성이자 소행성 벨트에 있는 가장 큰 천체다. 하지만 밝기로 따지는 베스타가 케레스보다 더 밝다. 그 이유는 베스타의 표면 반사력이 커서다.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유일한 소행성인 베스타, 그 이름을 빌려준 화로(火爐)의 여신 이름값을 충분히 하고 있다. 그 참 이름 잘 지었네!

베스타 여신 ⓒ위키백과

베스타 여신 ⓒ위키백과

 

* 요약 내용

이름

어원 비고

왜행성 케레스(Ceres)

여신 케레스 농경의 여신

cereal 시리얼

Ceres(케레스/세레스) 여신

곡물의 뜻으로

cerium 세륨; 58Ce

왜행성 케레스

천체→ 원소 이름의 관습으로
asteroid 별 같은 aster 별

그리스어로 별

planetoid 행성 같은 planet 행성

그리스어로 떠돌이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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