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힘든 과학자들, 방법은 있다

‘한국우주과학회 추계학술대회 과학문화 세션’ 10월 28일 진행

과학은 더 이상 상아탑에 갇힌 학문이 아니다. 코로나, 인공지능, 비대면 경제 등 최근 사회를 변화시키는 이슈 대부분은 과학기술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이에 많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 주제를 대중에게 알리고, 이를 공유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출판, 강연, 방송 출연 등 소통은 여전히 쉽지 않은 작업이기에, 이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지난 10월 28일 경주 라한 셀렉트에서 진행된 ‘한국우주과학회 추계학술대회 과학문화 세션’은 이런 과학자들을 위한 뜻깊은 시간이 됐다. 풍부한 과학소통 경험을 가진 연사 4인은 자신만의 노하우와 경험을 소개하며, 따뜻한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우주과학회 추계학술대회 과학문화 세션’이 지난 10월 28일 경주 라한 셀렉트에서 진행됐다. 자리에서 풍부한 과학소통 경험을 가진 연사들은 자신만의 노하우와 경험을 전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내가 재미있어야, 듣는 사람도 재미있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자는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며 “논문 작성은 다른 이에게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고,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대중적 글도 마찬가지. “과학자는 알고 있고 대중은 모르는 내용을 조근조근 설명하는 것이기에, 논문을 쓰는 훈련이 곧 대중 글쓰기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자신만의 강연 노하우도 전달했다. 그는 “청중은 과학자가 아니”라며 융통성을 발휘할 것을 강조했다. 과학자끼리 대화에서는 금기시되는 논리적 비약, 과도한 비유 등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양자역학 ‘불확정성의 원리’를 얘기하며 ‘농구공 던져 탁구공 위치를 알아낸다’고 비유하면, 사람들은 ‘전자가 작아서 그런 거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다”며 “엄밀히 말해 잘못된 설명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게 된다”며 과학자들의 적극적인 소통을 권장했다. ⓒ Pixabay

‘재미있는 강연’을 하겠다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말하는 사람이 재미없는데, 청중이 재미있어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며 “본인은 관심도 없는데, 청중이 재미있어할 것 같은 주제를 다루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자신의 연구에 자신감을 갖고, 본인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저 역시 같은 내용의 강의를 자주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다”며 “그럴 땐 일부러 강의 30분 전 자료를 보며 ‘재미있다’는 자기최면을 건다. 그 정도로 본인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털어놓았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연구결과를 알리는 것은 과학자의 의무”라 강조하며 “대중들에게 자신의 연구 성과를 알리려는 소통 노력이 과학자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 과정을 통해 본인 연구의 진정한 의의를 깨닫게 된다는 해석이다. 그는 또한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며 과학자들의 적극적인 소통을 권장했다.

뻔뻔해도 ‘OK’… 기회 날 때마다 소통하라”

김해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대중 만남과 방송은 항상 즐겁게 하라”며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그는 많은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걱정거리인 ‘내가 잘난 척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를 언급하며, “그래도 기회가 올 때마다 소통하는 것이 좋다”고 응원했다. 그는 이어 “내 분야에 대해, ‘나보다 전문가는 여기서 없다’는 뻔뻔한 마음가짐도 나쁘지 않다”고 충고했다.

흥미로운 아이스 브레이킹 전략도 소개됐다. 본인이 우주 쓰레기 전문가라는 점을 활용해, 청중들에게 ‘김해동 쓰레기’ 검색을 시켜보는 것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처음엔 다들 웃지만, 진짜 결과가 나오면 ‘방송 나온 박사님 맞구나’라며 주목도가 올라가게 된다”며 “그런 요령도 경험이 쌓이며 점차 생기게 된다”고 적극적인 과학소통 활동을 권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본인이 우주 쓰레기 전문가라는 점을 활용해, 청중들에게 ‘김해동 쓰레기’ 검색을 시켜보기도 한다. 긴장을 풀고, 청중의 주목도를 올리기 위한 노하우 중 하나다. ⓒ 유럽우주기구

김 책임연구원이 이렇게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본인 연구를 대중에게 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짧은 시간 동안, 제 얘기를 통해 사람들이 ‘우주 쓰레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왜 위험한지’ 정도만 알게 된다면 성공”이라며 “아이 중 한 명이라도 제 강연을 통해 이쪽 분야로 왔으면 하는 마음가짐으로 소통에 나선다”고 결의를 내비쳤다.

그는 마지막으로 ‘동영상, 사진 등을 적극 활용할 것’, ‘시간을 꼭 지킬 것’, ‘강연 자료에 너무 많은 내용을 넣지 말 것’, ‘핵심 단어 중심으로 내용을 전달할 것’ 등 실무적인 소통 노하우를 전했다.

“형태는 중요치 않다… 일단 시작하라”

문경수 플레이랩스 대표는 과학 탐험가로서 본인의 겪었던 다양한 과학소통 경험을 전했다.

그중 한 주제가 호주에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암석이다. 아주 먼 옛날 활동했던 시아노박테리아 미생물 화석이 남아 있어 많은 연구자들에게 주목받는 존재다. 이 미생물의 광합성 작용을 통해 지구에 산소가 공급되며 생명 활동의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그런데 이를 대중에게 설명하려니 다들 이해하지 못했다”며 “식물이 아닌 미생물이 광합성을 한다는 사실을 납득시키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문 대표가 스트라톨마이트의 존재를 대중에게 올곧이 전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부활 기타리스트인 김태원 씨가 이를 ‘숨 쉬는 바위’라 표현한 이후, 이 고민은 해결됐다. ⓒ Pixabay

그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숨 쉬는 바위’라는 표현이다. 이는 문 대표와 함께 호주 섬 여행에 참여한 부활 리더 김태원 씨의 작품. 문 대표는 “당시 예능 멤버들이 느낀 것을 노래로 만들었는데, 김태원 씨가 ‘결국 바위가 숨 쉬는 거 아니냐?’는 표현을 한 뒤로 스트로마톨라이트에 대한 대중 설명이 수월해 졌다”고 회상했다.

소통 시작을 고민하는 이들에겐 “어떤 형태든지, 일단 시작하는 자체가 중요하다”는 조언을 제시했다. 그의 첫 강연은 사람을 모아 지인의 카페에서 진행한 과학 탐험 이야기다. 꼭 언론 기고나 방송 출연, 출판 등이 아니라도 의지만 있다면 소통을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문 대표는 이어 “일부러 박물관 등에 연락해 학교 현장을 많이 방문하기도 했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 소통에 대한 트레이닝을 하고, 무대 공포증도 없앨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새로운 도전, 과학자로서 우주 넓혀줄 것”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신의 히트작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의 성공을 분석했다. 심 연구원은 책에 대해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과학책,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에세이”라며 “과학책을 보는 독자, 에세이를 보는 독자 양쪽에 어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 선임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우리에겐 더 많은 과학책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의 과학책은 대부분 너무 쉽거나 어렵다는 얘기다. 또 주제, 소재 역시 유행하는 특정 분야에만 치중됐다. 심 선임연구원은 “그렇기에 보다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며 각 분야 과학자들의 소통 참여를 절실히 주문했다.

심 선임연구원의 히트작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과학책을 보는 독자, 에세이를 보는 독자 양쪽에 어필했다. 이는 지금보다 좀 더 다양한 주제와 난이도의 과학책이 필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 문학동네

이어 심 선임연구원은 본인 역시 다양한 소통에 도전하는 한 과학자임을 어필했다. 그 한 예가 다양한 주제 청탁을 소화한 경험이다 심 연구원은 “저는 원래 타이탄, 달 연구자인데 화성, 우주정거장, 토성 고리에서부터 달 탐사 역사까지 다양한 주제의 강연이나 기고 청탁이 들어왔다”며 “이를 공부하면서 자신의 우주가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가 천문학-문화 융합 칼럼, 방송 출연 등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다.

심 선임연구원은 마지막으로 ‘연구기록 남기기’를 제안하며, “일기처럼 사소한 것이라도 하루하루 모아두면 나중에 큰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등의 훌륭한 책이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올 수 있었다는 것.

심 선임연구원은 “한국에서도 멋진 프로젝트가 많은데 기록이 아쉽다”라며 “모든 연구는 소중하다. 본인 연구 주제에 있어 스스로가 연구책임자(PI)라 생각하고, 많은 자료를 남기는 것이 좋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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