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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보다 작은 카멜레온, 왜 작아졌나

'섬의 규칙'에 따라 극단적으로 작아져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자 아프리카 남동쪽에 위치한 섬, 마다가스카르는 약 8000만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 나왔다. 마다가스카르에 고립된 동식물은 고유의 독립적인 모습으로 진화해 나갔고, 현재 지구 상에서 생물 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변했다.

마다가스카르 섬의 동식물은 모양만 특이한 것이 아니라, 크기도 예사롭지 않다. 1000년 전까지 마다가스카르에 살던 ‘코끼리새’는 3m에 육박한 키에 500kg도 넘는 육중한 몸을 자랑했다. 말 그대로 코끼리만 한 크기로, ‘새’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크기다.

큰 동물보다 더 찾기 어려운 것은 극도로 작은 미니어처 크기 동물이다.

대표적인 ‘미니어처’ 동물은 마다가스카르 노시하라섬에 서식하는 아주 작은 카멜레온, ‘브루케시아 미크라(Brookesia micra)’다. 미크라는 암수 모두 머리부터 꼬리까지 손가락 두 마디를 넘지 못하며, 몸통만 놓고 보면 엄지손톱만 하다.

마다가스카르의 최북단 작은 섬에서 발견된 '브루케시아 미크라'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파충류로, 섬 왜소화 현상의 극단적인 예 중 하나이다.

마다가스카르의 최북단 작은 섬에서 발견된 ‘브루케시아 미크라’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파충류로, 섬 왜소화 현상의 극단적인 예 중 하나이다. © Glaw et al.

섬 안에 고립된 동물들의 크기가 이렇게 극도로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의 생물학자 ‘브리스톨 포스터(J. Bristol Foster)는 섬 안에서 동물들의 몸집이 커지거나 작아지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최초로 설명했다. 그는 1964년, ‘섬 안 포유류의 진화’라는 제목의 짧지만 영향력 있는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했다.

포스터는 북아메리카와 유럽 연안에 사는 116개의 섬 안의 종을 조사한 뒤, 본토 조상과 비교했을 때 크기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정리했다. 그 결과, 큰 몸집의 포유류는 작아지고 작은 몸집의 설치류나 포유류는 반대로 몸집이 커지는 경향을 발견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포스터는 섬이라는 제한된 환경에 주목했다. 섬은 본토에 비해 한정된 자원 탓에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큰 몸집의 동물들은 영양 부실과 같은 이유로 몸집이 점점 작아진다. 반대로 작은 크기의 동물은 애초에 에너지가 적게 필요하지만, 섬 안의 포식자가 적고 이종 간 경쟁이 줄어들기 때문에 몸집이 커지는 것이라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포스터의 규칙(Foster’s rule)’ 또는 ‘섬의 규칙(island rule)’이라 이름 붙였다. 그리고 섬 안에서 동물이 커지는 현상은 ‘섬 거대화’, 반대로 작아지는 현상은 ‘섬 왜소화’라고 부른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파충류, 브루케시아 미크라 역시 섬 왜소화 현상의 극단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브루케시아 미크라는 수컷의 머리부터 다리까지의 최대 길이가 16mm를 넘지 않으며, 암컷과 수컷 모두 꼬리를 포함한 전체 몸길이가 30mm 이내다.

이 카멜레온을 발견한 독일 과학자 ‘프랑크 글로우’는 PLoS ONE(플러스원)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미크라 종이 서식하는 섬의 크기에 따라 몸집도 극단적으로 작아진 것으로 추정했다.<관련 자료>

브루케시아 미크라는 머리부터 다리까지 길이가 최대 1.6cm를 넘지 않는다. © Glaw et al.

브루케시아 미크라는 머리부터 다리까지 길이가 최대 1.6cm를 넘지 않는다. © Glaw et al.

브루케시아 미크라는 마다가스카르 내에서도 최북단에 위치한 아주 작은 코가하라섬(Nosy Hara)에서만 서식한다. 본래 마다가스카르 본섬에서 진화한 작은 카멜레온 그룹이 더 작은 섬인 코가하라 섬에 고립되면서 섬 왜소화 현상이 ‘두 번’ 일어나 극단적으로 작은 크기로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족한 먹이 때문에 크기가 줄어들거나 커지는 포스터의 규칙은 마다가스카르 외에도 수많은 섬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다. 경쟁의 압박을 피하고자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동물의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섬의 규칙은 여전히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같은 종의 동물이라도 어떤 섬에서는 비교적 크고, 또 다른 섬에서는 크기가 작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생물학자인 테드 케이스는 ‘에너지 소비’가 동물의 크기를 좌우한다고 설명을 보충했다.

만약 같은 종의 동물이라도 섬에 도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에 따라 몸집이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과거에 먼저 도착한 종은 초기의 풍부한 자원을 먹고 몸집이 커지며 진화했지만, 후에 도착한 다른 종은 몸집이 커져 버린 종이 노리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몸집이 작아지는 쪽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3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섬의 규칙은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다. 어떤 과학자들은 대규모 데이터에서는 섬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으며, 섬에서의 크기 변화는 단지 특정 종의 생물학적 특성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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