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 회의를 되돌아보며 (상)

아시아에서 처음! 31개국 270편 논문 발표로 대성황

제9차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회의(PCST-9)가 지난 5월 17일부터 4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전 세계 과학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중요한 국제행사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렸기 때문에 사이언스타임즈는 ‘PCST-9 현장을 가다’ ‘PCST-9이 남긴 이야기들’ 등의 기획코너를 통해 올 한 해 동안 50건이 넘는 기사를 보도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그동안 진행한 기획기사의 연재를 마치면서, 끝으로 행사 실무를 담당했던 조숙경 PCST-9 사무국장의 기고문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註]


“과학커뮤니케이션은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국부적인 운동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운동입니다.”



지난 5월 17일부터 3일 동안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제9차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회의(9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Public Communication of Science and Technology) 폐회식에서 PCST 회장인 스페인의 블라드미르 드 세미르(Vladimir de Semir) 교수가 재차 강조한 말이다.



“세계시민의식과 과학문화”를 전체 주제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린 제9차 PCST 국제 컨퍼런스에는 전 세계 40개 국가에서 약 700여 명이 참가하여 대성황을 이루었다. 발표된 31개국의 270편 논문과 기조강연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하나는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 맥락과 역사 그리고 교육 시스템 속에서 우리 모두가 어떻게 “과학적 소양을 갖춘 시민(Informed Citizen)”으로 격려 받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측면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거나 예측할 수 없어서 전 세계인이 함께 당면하게 되는 글로벌 문제를 어떻게 “자발적으로 해결하는 시민(Global Problem Solver)”으로 우리가 유도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측면이었다.



이번 서울회의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지난 2002년 중국과의 치열한 경합 끝에 유치하여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하여 개최한 것이다. 특히, 이번 회의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중심이 되어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을 비롯하여 한국과학기자협회, 한국과학교육학회, 한국과학사학회,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의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이들 학회 및 단체들은 별도의 세션을 맡아 진행함으로써 국내에 과학커뮤니케이션을 도입하고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해외에서는 과학문화 관련 세계적인 학자들과 각국을 대표하는 기관장들이 대거 참가하였다. 대표적 인물로는 한때 과학기자였다가 과학문화정책도 관장하고 이제는 호주 과학NGO 단체협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는 가스코인(Toss Gasgoine)과 역시 전직 과학기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과학과 대중이 만날 때”라는 저서를 집필한 브루스 르윈스타인(Bruce Lewenstein) 미국 코넬대 언론대학원장, “21세기 과학센터의 역할”이라는 책을 통해 과학박물관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있는 버나드 쉴(Bernard Schiele) 캐나다 퀘벡대학 교수, 과학자로서 과학최고의 기관장으로 일하며 과학교육 및 대중화에 앞장서는 레오탄(Leo Tan) 싱가폴 과학한림원장.



과학을 통해 백인과 흑인 간의 벽을 좁히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마리나 쥬버트(Marina Jubert) 남아프리카공화국 과학기술진흥연합회 회장, 대표적인 과학체험센터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익스플러라토리움 부관장이었으며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스웨덴 하셀블라드과학대중화센터장을 맡고 있는 일란 차베이(Ilan Chabay) 교수, 일본 과학기술진흥청(科學技術振興廳, JST)의 키타자와 고이치(北澤宏一) 부청장, 기욤 부디(Guillaume Boudy) 프랑스 라빌레트 관장 그리고 “대중 속의 과학”을 저술하여 과학대중화의 학문적 위상을 끌어올렸던 영국 임피리얼 대학교의 스티브 밀러(Steve Miller) 교수 등이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간격 좁히기, 시급한 과제



첫째 날 행해진 개회식에서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과거 노동, 자본을 기반으로 한 성장의 시대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으며, 지금은 지식, 인재가 성장의 기반인 두뇌에 의한 성장시대가 도래했다”면서 모쪼록 앞으로 3일 동안 전 세계의 석학과 실천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더욱 효과적인 과학기술과 일반대중 간의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모색해주기”를 부탁했다.



이어 PCST-9 공동조직위원장인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은 “사회와 과학기술의 간격을 좁히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며 “과학커뮤니케이션 행사인 PCST-9은 사회의 미래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하고 “PCST-9 행사를 통해 과학문화를 이해하는 세계 시민의식을 달성하자”고 말했다. 나 이사장은 “특히, 이번에 PCST와 나란히 처음으로 개최하는 ‘연구문화광장(PUR-korea) 2006’을 통해서 한국의 다양한 연구 성과들을 과학자들이 직접 사회와 커뮤니케이션하게 되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PCST 운동, 과학대중화에도 불구하고 과학지식의 격차는 더 벌여져



개회식에 이어 개최된 첫 번째 기조강연 세션을 포함하여 모두 4차례 마련되었던 기조강연 세션에서는 최첨단 지식기반사회로 가속화되는 21세기 우리 시대가 왜 과학문화를 필요로 하고, 과학과 사회 간, 과학자와 일반시민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며, 첨단과학기술이 새롭게 가져오는 긍정적 성과 혹은 부정적 측면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적극적이면서도 유연하게 대면해갈 것인가에 대한 전진적인 발표가 있었다. 또한 ‘PCST의 현황과 과제(Present and Future of PCST)’를 주제로 한 마지막 기조강연 세션에서는 그동안 PCST 네트워크를 이끌어온 과학위원들의 과학커뮤니케이션의 현황에 대한 진단과 미래의 방향이 제시되었다.



먼저, 버나드 쉴 교수는 “우리는 지식폭발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과학지식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과의 격차는 더욱 가속되고 있고, 심지어 과학자와 과학자들 사이에서조차도 그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무한 경쟁이라는 현실 속에서 PCST가 추구하는 과학과 사회 간에 과학기술지식을 좁혀 보자는 노력이 과연 현실성이 있을지 회의를 느낄 때도 있다”고 고백하면서 그동안 “과학 커뮤니케이션 운동을 비롯해 각종 과학대중화를 통해 지식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데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그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자고 주장했다.


PCST는 과학이 평등과 민주주의에 기여한다는 신뢰성 회복을 향해



이어서 토스 가스코인 협회장은 최근에 일고 있는 과학비판주의에 대해 언급하면서 “과학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는 의구심과 비판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비판주의를 좀 더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과학비판주의를 정치비판주의와 비교하면서 “정치에 대해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사람은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곧 정치에 대한 소양과 지식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통한다”며 “정치가 그렇듯이 과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비판주의는 곧 과학에 대한 관심을 말해주는 것이며, 과학을 보다 긍정적으로 보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유럽뿐만 아니라 호주를 비롯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젊은이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나 반(反)과학주의, 과학냉소주의를 비관적인 차원에서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과학기술에 관해 갖고 있는 고민과 문제로 보고, 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PCST 또는 과학대중화가 성급하게 단기간에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조급함으로 일을 그르치지 말고 “가쁜 숨을 고르고, 여유를 갖고서 그들과 호흡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여기에 덧붙여 버나드 쉴 교수는 갈수록 심화되는 과학자와 사회 간의 과학지식 격차, 과학자와 과학자 간의 과학지식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과학커뮤니케이션의 노력과 시도들이 과학의 평등과 민주화에 기여하고, 과학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려는 것임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이 신뢰를 위해 좀 더 노력한다면 과학과 사회가 제시하는 혼돈의 시대가 극복되고 과학과 인류가 조화 속에서 살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장동홍 부회장이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목표는 없다. 각기 다른 국가와 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관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을 뿐이다”며 서구와 아시아가 PCST에 있어서는 동일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부회장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간 개개인이 삶의 질이 높은 환경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성장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많은 과학지식을 소유하도록 하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을 비판하도록 만드는 것이 시급하게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3S 운동으로 PCST 세계화와 미래발전을



블라드미르 드 세미르 교수는 과학 커뮤니케이션 운동을 세계적인 운동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3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은 전체 사회에 널리 퍼져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과학문화(scientific culture), 계층과 인종, 성별과 나이 및 지역 간의 간격을 뛰어넘는 사회적인 응집력(social cohesion), 그리고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시민의식(scientific citizenship), 3S가 바로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호주에서 과학과 환경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사를 운영하고 있는 호주의 제니 멧칼프(Jenni Metcalfe) 대표는 “우리는 현실도 잘 생각하고 또 미래도 신중히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현실을 져버리는 것은 바보스러운 행동이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더더욱 바보 같은 행동이다. 현명한 판단은 현실과 미래가 다 같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미래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미래를 준비하고 미래를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세션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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