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섣부르거나 과장된 과학기술 보도(1)

[과학기술 넘나들기] 과학기술 넘나들기(146)

새로운 과학기술 연구결과가 나날이 쏟아지는 오늘날, 대중들은 주로 언론 매체를 통해서 그 소식과 의미 등을 접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좋은 성과를 낸 과학기술인들에게는 존경과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논문 심사 등을 통하여 제대로 검증을 받기도 전에 성급하게 보도하거나, 연구성과를 지나치게 과대 포장하여 대중들에게 자랑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여 커다란 혼란과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는 노골적인 논문 조작이나 허위는 아니라 해도 넓게 보면 ‘연구 부정행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을 자초할 우려가 크다.

이처럼 섣부르거나 과장된 과학기술 보도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 반성의 계기로 삼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을 듯하다.

일반적인 핵융합 방식으로 잘 알려진 토카막 장치의 원리 ⓒ 위키미디어

일반적인 핵융합 방식으로 잘 알려진 토카막 장치의 원리 ⓒ 위키미디어

지나치게 과대포장되거나 너무 성급하게 언론에 보도되어 혼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른바 ‘상온 핵융합’이다.

핵융합 발전의 성공은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세주로 꼽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핵융합 방식인 토카막(Tokamak) 장치는 최소 1억도 이상의 고온을 필요로 하는 등 기술적 난제가 워낙 많아서 상용화를 장담하기 쉽지 않다. 레이저 핵융합 등 다른 방식의 핵융합 역시 대단히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만약 상온 핵융합에 성공했다고 하면, 과학기술계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까지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지난 1989년 3월, 미국 유타대학의 화학자인 스탠리 폰스(Stanley Pons)와 마틴 플라이슈만(Martin Fleischmann)은 기자회견을 열고 상온에서 핵융합 실험을 성공시켰다고 발표하였다.  세계 각국의 언론들은 대서특필하였고, 우리나라의 주요 신문에서도 1면 머리기사로 ‘인류의 에너지 문제 완전 해결’이라고 대문짝만 하게 보도되었다.

‘저온 핵융합(cold fusion)’이라고도 표현한 두 화학자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팔라듐 격자로 된 전극 사이로 중수를 전기분해한 결과 많은 열이 발생했는데 핵융합 반응이 틀림없다는 것이었다. 팔라듐은 막대한 양의 수소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팔라듐에 전류를 계속 흘려주면 중수에 들어 있던 중수소가 팔라듐 속에 쌓이고, 팔라듐 격자 안에서 압력이 급격하게 증가하여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는 설명이었다. 기존의 이론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획기적인 연구성과에 폰스와 플라이슈만은 세계적인 스타 과학자로 떠올랐고, 팔라듐 원소의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현상을 동반하기도 하였다.

1989년 상온핵융합 반응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던 실험의 개략도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1989년 상온핵융합 반응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던 실험의 개략도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그러나 충격과 흥분을 가라앉힌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차분히 그 실험을 재현하고 검증해본 결과, 상온 핵융합이 아닌 것으로 결론 지어졌다.

즉 수많은 재현 실험에도 불구하고 핵융합의 산물일 만큼의 충분한 ‘열’이 측정되지 않았고, 이론적으로 계산을 해봐도 팔라듐 격자 안에서 발생한 압력 정도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폰스와 플라이슈만은 자신들의 실험 결과를 성급하게 잘못 해석하였거나 계산 과정 등에서 중대한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이들은 학술 저널을 통하여 충분한 검증을 받기도 전에 대중에게 발표해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고 대학에서도 쫓겨나고 말았다. 대중들을 기만하거나 부정한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실험 결과를 날조하거나 논문을 조작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과학계의 검증 이전에 언론을 상대로 직접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은 매우 잘못된 행위임에는 틀림없었다.

이 사건은 과학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도 큰 문제로 인식되어, 이후에 미국 언론계에서 논문이 나오기 전에는 섣불리 연구성과를 보도하지 않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상온 핵융합은 그 이후에도 성공했다는 발표가 가끔 되풀이되었는데, 역시 확실하게 검증이 된 바는 없다. 2002년 3월, 세계적인 저명 저널인 ‘사이언스’를 발행하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는 전 세계 과학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서 대단히 중요한 한 논문의 내용과 관련 자료를 미리 알렸다.

해당 논문의 요지는 “액체가 담긴 시험관에 초음파 진동으로 자극을 가하여  액체의 기포를 압착하면, 온도가 크게 상승하여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다름 아닌 상온 핵융합의 일종이라 볼 수 있는데, 키아누 리브스 주연, 앤드루 데이비스 감독의 영화 ‘체인 리액션(Chain Reaction; 1996)’을 연상하게 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액체에 특정의 음파를 쏘아주면 빛과 열이 나오는 현상은 Sonoluminescence 즉 ‘음파발광’이라 불리며 꽤 오래전부터 물리학자들에게 알려져 왔다.

음파발광 실험 장치 ⓒ Beazzie

음파발광 실험 장치 ⓒ Beazzie

그러나 이 역시 다른 과학자들의 재현 실험과 검증 결과, 상온 핵융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또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1989년의 경우 해당 과학자들의 주장이 언론에 먼저 발표가 되었고, 2002년의 경우 저명 과학저널인 ‘사이언스’ 지에 발표가 되었다는 것뿐이다.

재현 실험에 나섰던 과학자들은 초음파 발광으로는 논문에서 추정한 것처럼 온도가 수백만 도에서 천만 도까지 상승할 수 없었고, 고작 1만~2만도 정도로서 핵융합을 일으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하면서 논문을 게재한 ‘사이언스’지를 비판하기도 하였다.

상온 핵융합은 마치 영구기관(永久機關, Perpetual Mobile)을 떠올리게 한다. 즉 외부에서 에너지나 동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스스로 영원히 움직이는 장치나 기술을 개발하는 일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과학적으로 실현 불가능함이 밝혀진 오늘날에도 영구기관 특허 출원을 고집해 특허청 관계자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국내외에서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17년 10월 무렵, 국내 모 공기업체가 상온 핵융합에 거액을 투자했다고 하여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상온 핵융합은 영구기관처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겠지만 잊힐 만하면 가끔 등장한다. 더 이상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이 되지 않으려면 보다 명확한 근거와 제대로 된 실험 결과를 취득한 이후에 주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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