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선순환적 생태계로 기초가 튼튼한 과학 강국 만들 것”

[과학과 기술 인터뷰대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인터뷰 대담

<대 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김문조 강원대학교 석좌교수(과학과기술 편집위원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2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 하루에 많게는 5개 이상의 스케줄을 소화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최기영 장관. 최 장관은 인터뷰 자리에서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듣고 떠날 때 머릿속에 스치는 것들이 곧바로 관련 정책 기획·설계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최종 결정의 순간에 다시 한번 검토하는 꼼꼼함. 과기정통부의 한 국장은 최 장관의 업무 스타일과 성향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최기영 장관은 본인이 내용을 숙지할 때까지 결제 도장을 절대 찍어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여차하면 예상하지 못한 질문으로 허를 찌른다. 최 장관은 “연구할 때의 버릇이 남아 어디를 가면 기술적인 부분을 보려 하고, 이해될 때까지 질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연구 현장과 산업 현장을 잘 연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김명자 과총 회장의 덕담에 달 탐사부터 우편배달까지 과기정통부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너무 넓다 보니 적임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인터뷰 말미에서 최 장관은 2019년에는 부실학회, 연구윤리 등 부정적 뉴스만 부각된 점이 안타까웠다고 말하며 과학자 커뮤니티까지도 비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은 옳지 않다는 소신을 밝혔다.

최기영 장관은 1955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후 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1년부터 서울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어 재직하였지만, 학자로서의 이력 뿐 아니라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와 미국 케이던스사에서 근무해 현장 경험도 갖췄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저전력 시스템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최 장관이 국가 R&D를 책임지는 과기정통 부 장관으로 임명된 배경에는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 여파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가적 현안으로 떠오 른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해 산·학과 연계해 적극적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중책을 맡은 최기영 장관을 과학과기술에 초청하여 2020년 과기정통부의 주요 정책과 추진 방향에 대해 듣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인터뷰 대담을 통해 선순환적 과학기술생태계로 기초가 튼튼한 과학 강국을 만들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김문조 9월 초 취임하신 뒤 활발한 현장 중심 행보가 무척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2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이끌어가는 수장으로서 취임 소감과 함께 2020년 새해를 맞아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먼저 부탁드리겠습니다.

최기영 과학기술은 현재 우리의 삶과 사회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미래에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훨씬 더 커질 것입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 시대를 맞아 세계 강국과 경쟁을 하고 있는 시점에 과기정통부 장관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일본의 수출규제로 대표되는 기술 패권 전쟁 등으로 우리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아 어깨가 더욱 무겁습니다. 철저하게 기초를 다지고,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로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취임 직후인 9월 18일에는 반도체 기업 ㈜텔레칩스와 여러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현장을 찾아 지능형 반도체 육성과 소재·부품·장비 핵심기술 확보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이후에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에서 젊은 연구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을 논의했습니다.

2020년에도 현장의 국민과 소통하면서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 정책이 우리 삶의 질을 제고하고 국민들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소외된 국민 없이 모두가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있도록 정책을 가다듬어 나가겠습니다.

김명자 2005년부터 매년 연말 과총은 ‘올해의 10대 과학기술뉴스’ 선정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온라인 투표도 병행하는데, 2018년에는 7831명이, 2019년에는 9119명이 온라인 투표에 참여해서 가장 많이 참여했습니다. 우리 국민이 어떠한 과학기술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살펴서 과학기술계가 사회적 요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는 ‘미세먼지와의 전쟁’, ‘플라스틱의 역습’이 1위, 2위로 선정돼 과총은 금년도에 각각 6번의 미세먼지 국민포럼, 플라스틱 이슈포럼을 개최하며 여론조사도 진행했습니다. 저는 10대 과학기술 뉴스 선정 작업을 하면서 한 해의 과학기술 성과를 놓고 산·학·연·언이 함께 소통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요구는 ‘삶의 질 향상’에 있음이 확인되고 있고, 글로벌 리 스크 해결에도 과학기술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일반 국민이 R&D의 사회경제문화적 성과와 혜택에 대해 체감하고 과학기술에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과학기술 분야의 소통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과학기술의 소통,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최기영 미세먼지, 플라스틱 등은 국민의 삶의 질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로 전 세계가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2014년부터 사회문제 해결 기술개발사업을 시작해 그간의 기초·원천 연구개발 성과가 미세먼지, 녹조 등 사회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2019년에는 과총이 주관기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는데 100여 명의 과학기술자문단을 구성하여 주요 사회 이슈(기후변화, 아프리카돼지열병, GMO)와 관련하여 과학적 확인과 검증을 위한 국민생활과학 기술포럼을 개최하며 국민들의 과학기술적 이해도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문제들은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렵고 또한 국민들의 참여도 요구되므로 장기간에 걸친 꾸준함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과기정통부는 2020년에도 연구개발 성과나 혜택에 대해 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사회문제 해결 연구개발 전 과정에 참여토록 하거나 국민포럼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관련해서 대한민국과학축제, 캠페인, SNS, 유튜브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채널을 통해 국민과의 과학소통·문화 확산에도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과총에서도 지속적인 현장의 목소리와 정책적 제언을 전달하는 역할을 꾸준히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명자 올 한 해도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실현 정책이 제시됐는데, ‘사람 중심’이라는 용어가 어떤 점을 강조하시는 것인지 특히 관심을 끕니다. 장관님께서 2019년 과기정통부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는 정책은 무엇인지, 2020년도 주요 과학기술 국정 방향은 어떤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기영 제가 생각하는 사람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사람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추구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과학기술과 ICT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과 ICT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개척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대표 성과로 떠오르는 것은 먼저 세계 최초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인공지능(AI) 국가 전략 발표, 데이터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D·N·A(Data·Network·AI) 기반을 구축한 것입니다.

또 연구자 중심의 R&D 환경 조성 등 R&D 혁신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2020년은 R&D 24조 원 시대가 열리는 해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 수준은 세계 3위로 평가(IMD)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의 3년이 되는 시점입니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는 기초가 튼튼한 과학기술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방향에서 연구자들이 연구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마음껏 연구하고, 성과를 축적해 나가는 선순환적 과학기술생태계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김문조 장관님께서 연구자의 자율성·책임성을 조화시킨 정책도 지속해서 펴시겠다는 의지를 계속 보이셨습니다. 구체적 계획이 궁금합니다.

최기영 역량 있는 연구자가 하고 싶은 연구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겁니다. 또 좋은 연구과제가 선정될 수 있도록 학회 등을 통한 ‘개방형 기획’을 확대하고, 최종 선정 전 PM과 연구자 간 목표를 조율해 과제를 상세 계획하는 ‘가(假)선정 제도’도 도입했습니다. 창출된 성과가 연구실 단위로 축적·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연구과정에서는 연구자가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연구비를 집행하게 하고, 창출된 성과가 연구실 단위로 축적·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김명자 가장 최근 일정으로 장관님께서 미래 과학기술의 주역인 젊은 과학자와의 소통 간담회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전방위적·중장기적 혁신 방향이 필요하고,  교육 혁신과 연구 지원 체계 강화 등이 요체인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받으셨던 소감과 함께 2020년부터 달라지는 젊은 과학자들에 대한 지원 정책을 소 개해 주십시오.

최기영 젊은 과학자들의 연구에 대한 열정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높은 전문성에 비해 낮은 처우 수준, 해외 연구 경력을 우대하는 연구 현장 분위기 등의 고민도 함께 들었습니다. 향후 인재육성 방향은 젊은 과학 자들이 마음껏 연구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진 연구자에 대한 연구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박사후연구원의 독립적 연구 기회를 확대할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신진연구자들에 대한 연구지원을 대폭 확대하여 2019년 1434억 원에서 2020년에는 2246억 원으로 57% 정도 늘려 연구비 단가 향상 및 안정적 연구 환경 조성에 쓰이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포닥들이 산업혁신형 R&D를 주도적으로 수행하여 혁신역량을 키우는 KIURI(Korea Initiative for fostering University of Research & Innovation) 연구단도 신규로 만들어서 연구 기관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연구를 주도적으로 해볼 수 있는 펠로십 지원정책도 약 70억 원 정도 반영하여 추진할 계획입니다.

김명자 취임 후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R&D 현장을 두루 방문하시는 등 일본 수출규제에 적극 대응하고 계시는데, 현재까지의 ‘소부장 기술특위’ 등을 비롯한 성과는 어떻습니까? 정책 발표도 중요하지만, 연구개발 현장에서 정책이 어떻게 자리매김되고 있는지 모니터링과 보완조치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기영 지난해 8월에 정부는 연구개발을 통해 소부장 핵심품목의 대외 의존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핵심 원천기술의 선점을 도모하기 위해 ‘소부장 R&D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과 실행계획을 마련한 바 있었습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산학연 전문가 및 관계부처가 협업하여 ‘100+@ 핵심품목’ 을 진단분석하는 한편, R&D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국가 연구인프라(3N)를 지정하는 등 일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후 신속하고 유연한 R&D 추진을 위해 ‘예타 제도 개선안’과 ‘R&D 공동관리규정 개정안’도 11월에 마련하였는데요, 앞으로 더욱 실질적인 성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소부장 기술특위, 컨설팅형 특정평가를 통해 지속적으로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고 추진 상황을 점검관리하겠습니다.

김명자 오늘 이 자리에서 길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간 과총에서 진행된 포럼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슈가 바로 규제 개혁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최근 과기정통부에서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고 7번의 심의위원회도 개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R&D 혁신을 위해 ‘국가연구개발 혁신을 위한 특별법’도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장관님께서 생각하시는 규제개혁과 혁신의 큰 방향은 무엇인지요?

최기영 규제개혁은 기술과 산업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고 관련 규제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변화에 걸림돌이 되는 기존 규제는 과감히 정비하고 장애가 예상되는 규제는 선제적으로 해소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빠르게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기존 산업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지속적으로 규제를 혁신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ICT 규제 샌드박스는 다양한 신기술·서비스 창출을 견인하는 매우 중요하고 유효한 정책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의 성과도 나오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국가연구개발 혁신을 위한 특별법’은 연구 현장에 규제로 작용하고 있는 복잡한 부처별 R&D 관리 규정을 체계화해 연구 현장의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발의됐습니다. 자율·창의적 연구수행, 연구지원시스템(PMS) 통합, 연구윤리 확보 등 R&D 혁신에 필요한 내용을 전부 담고 있습니다. 연구 현장에서 이 법의 제정과 시행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 조속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김문조 지역 분원들도 지역 연구개발 특구 내에서 지역 혁신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신년호 특집에서 강소특구를 다뤄보기도 하였습니다만,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지역조직들이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려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장관님의 견해를 청해보고 싶습니다.

최기영 정부출연연구기관 지역 조직들은 지자체, 중소기업 등 지역의 수요를 반영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 활동을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지역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등 지역 R&D 플랫폼 역할을 적극 수행해야 하고 첨단 연구성과가 새로운 제품으로 사업화되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장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지역연구개발특구 내에서도 대학·기업, 지자체 등 다른 혁신 주체들을 연결해 지역에 꼭 필요한 연구성과를 만들어내는 핵심기능을 담당해야 합니다. 아울러  정부출연연구기관 지역 조직의 역할 재정립을 위해 지역 산업지원, 사회문제 해결, 지자체와의 전략적 연계 강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역 조직 발전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김명자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회관까지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통령님께서도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하고 계시지만, 한편으로는 과학기술계의 목소리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최근 쓴 저서에서도 강조했지만, 세계 강국이 된 나라치고 과학기술과 교육을 소홀히 한 나라는 없었습니다. 저는 이제 2월 말로 3년간의 임기를 마치게 되었지만 새롭게 취임하신 장관님께서 현장 과학기술인들의 목소리를 두루 들으셔서 좋은 정책들을 현실감 있게 펼쳐 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발간하는 ‘과학과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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