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등유를 의미한다?

[이름들의 오디세이] 이름들의 오디세이(35)

1546년에 독일 광물학자(mineralogist)이자 야금학자인 바우어(Georg Bauer)는 땅속에서 캐내는 광물성 기름(mineral oil)에 ‘petroleum’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라틴어로 바위를 뜻하는 ‘petra(페트라)’ 와 기름을 뜻하는 ‘oleum(올레움)’을 합하여 만들었다. 암반을 뚫어서 채굴하는 기름이란 의미였을 것이다. 이것을 영어로 풀면 ‘rock oil’이고 우리는 석유(石油)라고 번역한다. 석유는 천연 탄화수소들의 혼합물이다.

석유(石油)← rock oil ← petroleum ← petra(바위, 돌)+oleum(기름).

액체 상태로는 석유, 기체 상태로는 천연 가스, 반고체 상태로는 역청(瀝靑, bitumen 혹은 아스팔트)으로 존재한다. 역청은 오래전부터 미라 제작이나 선박의 방수처리제로 써왔다.

미라 ← 포르투갈어 mirra

영어로는 mummy(머미) ← 라틴어 mumia ← 아랍어 mūmiya ← 페르시아어  mūm(역청)

도로 포장에 쓰는 아스팔트는 석유의 부산물이다. ⓒ 박지욱

도로 포장에 쓰는 아스팔트는 석유의 부산물이다. ⓒ 박지욱

아라비아 등지의 산유국에서 생산하는 석유, 정확히 말하면 원유(crude oil)는 정제 과정을 거쳐야만 쓸모 있는 물질이 된다. 이 과정을 정유(精油)라 한다. 정유는 원유 속의 혼합 액체가 각각 다른 끓는점에서 기화하는 성질을 이용해 분리하는 과정이다. 끓는점이 낮은 것부터 LPG,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를 얻는다.

정유 과정을 통해 생기는 부산물을 가공하는 석유화학산업 공장이 밀집돼 있는 여수국가산업단지 ⓒ 박지욱

정유 과정을 통해 생기는 부산물을 가공하는 석유화학산업 공장이 밀집돼 있는 여수국가산업단지 ⓒ 박지욱

LPG(액화석유가스)는 30°C의 끓는점에서 얻은 기체에 압력을 가해 액체로 만든 것이다. 압력을 가했기 때문에 튼튼한 용기에 넣어 보관, 운반한다.

휘발유(揮發油)는 상온에서도 쉽게 기화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영어로는 가솔린(gasoline)으로 gas(기체)+ol(화학물질형 어미)+ine(화학물질형 어미)의 합성어다.

등유(燈油)는 ‘등불을 밝히는 기름’이란 뜻으로 영어의 ‘lamp oil’을 번역한 것이다. 원래 등불을 밝히는데 쓴 기름은 고래기름(鯨油)이었는데, 고래기름이 귀하게 되자 석유를 채굴해 등유를 얻었다.

등유는 케로젠(kerosene)으로도 불리는데 그리스어로 밀랍(keros)에서 왔다. 밀랍이나 파라핀은 양초의 원료로, 오랜 시간동안 인간은 밀랍으로 만든 초를 이용해 어둠을 밝혀왔다. 지금은 등유 대신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조명(照明) 기름으로서의 의미는 퇴색되었다. 대신에 등유는 가정용 ‘기름’ 보일러에도, 항공유(jet fuel)에도 쓰인다.

경유라 불리는 디젤유는 디젤(Rudolf Diesel)이 발명한 내연기관 엔진에 쓰였던 연료다. 처음 나온 디젤 엔진은 무척 커서 대형 차량, 기차, 선박 등에만 장착했다. 소형화가 이루어지면서 작은 승용차에도 장착되기 시작해 디젤 차량이 급증했다. 경유(輕油)란 ‘가벼운’ 기름이란 뜻인데, 끓는점이 더 높은 중유와 비교해 상대적인 개념이다.

중유(重油)는 경유에 비해 ‘무거운’ 기름이란 뜻이며, 실제로도 무겁고(重) 끈적거린다. 선박용 연료로 쓰이며 ‘벙커C유’로도 불린다. 여기서 벙커(Bunker) 란 항구나 선박에 있는 유류 정장 용기를 일컫는다. 벙커유에는 A, B, C가 있는데 지금은 C만 많이 쓰고 있다.

선박유 저장 탱크인 벙크. ⓒ 박지욱

선박유 저장 탱크인 벙크. ⓒ 박지욱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기름’은 이들 중 무엇이었을까? 등유 아니었을까? 70~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독자들이라면 한 번쯤 기름 심부름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름통이나 소주 큰 병에 담아온 노란 빛이 나고 걸쭉한 기름이 바로 등유였다. 그래서 ‘기름(석유)=등유’였던 것이다. 그것을 난방기인 난로(heater)에도, 취사도구인 곤로(cooking stove, 풍로·화로로 고쳐 부른다)에도 넣어 썼다.

그에 반해 기름, 휘발유의 경우 어머니들이 옷에 묻은 얼룩이나 껌을 떼기 위해 쓸 요량으로 아주 조금, 어디 깊숙한 곳에 숨겨 두시긴 했지만 집 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다. 반면에 아스팔트/역청은 도로포장 공사장에서 흔히 보았다. 검은색을 띤 역청은 매캐한 냄새가 났다.

벙커C유는 바닷가를 고향으로 둔 사람들이라면 익숙한 연료일 것이다. 항포구를 드나들던 선박들이 내뿜는 검은 연기, 그것이 바로 벙커C유를 태우며 나오는 매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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