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하다 초록으로 변한 머리카락

2012년 이그노벨상 수상작 (하)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가 “과학계 행사의 하이라이트”라 평가한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이 2012년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그노벨상은 ‘짝퉁 노벨상’이라 불리는 가운데에서도 “처음에는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점차 생각에 빠지게 하는 연구”를 치하한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에는 총 11개 부문 중에서 △평화상 △해부학상 △화학상(가나다 순)을 살펴본다.

평화상 : 폭탄을 다이아몬드로 변화시키는 기술

구 소련이 남겨놓은 무기들을 값비싼 다이아몬드로 변환시킨 회사가 이그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흑연, 숯, 다이아몬드의 공통점은 ‘탄소’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탄소라 하더라도 어떠한 조건에 놓여 있는가에 따라 결과물은 달라진다. 고온과 고압 상태에서 흑연을 압축하면 하나의 탄소 원자가 4개의 다른 탄소 원자와 단단히 결합해 다이아몬드가 된다.

▲ 다이아몬드는 하나의 탄소 원자가 다른 4개의 탄소 원자와 단단히 결합해 만들어진다. ⓒWikipedia

그러나 1960년대 초반 구 소련은 ‘폭발합성법’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발명했다. 폭발실 내부에서 폭약을 터뜨려 인위적인 고온, 고압 상태를 만들어 나노다이아몬드(nano-diamond)를 합성하는 것이다. 나노다이어몬드는 입자 크기가 4에서 100나노미터에 불과한 분말 형태의 다이아몬드다. 폭발합성법의 발명 덕분에 10퍼센트에 불과하던 다이아몬드 합성 효율은 75퍼센트까지 높아졌다.

2007년에 설립된 SKN사는 구 소련이 제조한 고폭탄을 인위적으로 폭발시켜 나노다이아몬드를 합성하고 있다. (http://www.skn-nd.ru/history_en.html) 이렇게 만들어진 나노다이아몬드는 코팅제, 촉매제, 운반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살상무기라 비난 받던 폭탄을 가치 높은 다이아몬드로 탈바꿈시켰으니 평화상을 받을 만하다는 평가다.

해부학상 : 엉덩이만 봐도 누가 누군지 구별한다

1992년 이후 수상자를 내지 못했던 해부학상이 올해는 프란스 드바알(Frans de Waal), 제니퍼 포코니(Jennifer Pokorny) 등 네덜란드와 미국의 과학자들에게 수여됐다. 이들은 “침팬지는 엉덩이 사진만 보고도 누가 누군지 정확히 구별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 인간은 얼굴만 보고도 남녀를 구분하지만 침팬지는 암수를 분간할 때 얼굴과 생식기를 함께 기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Advanced Science Letters

수상자들은 6마리의 침팬지를 훈련시켜 모니터에 얼굴 사진과 엉덩이 부위의 생식기·항문 사진이 나타나면 올바른 짝을 골라 연결시키도록 했다. 인간이라면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얼굴만 보면 남녀를 웬만큼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침팬지는 친숙한 얼굴이 나타나면 동일한 성의 엉덩이 사진을 고르지만, 모르는 얼굴이 나타나면 정반대 성의 엉덩이 사진을 고르기도 했다. 얼굴만 가지고는 암수 구별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들은 “동일한 무리에 속해서 신체적 특징을 알고 있는 침팬지끼리는 성을 구별할 수 있지만 처음 보는 개체는 성 구별을 하지 못한다고 여겨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결과는 ‘얼굴이든 엉덩이든 침팬지의 성 인지 능력은 동일(Faces and Behinds: Chimpanzee Sex Perception)’이라는 논문으로 정리돼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레터스(Advanced Science Letters)’에 실렸다. (http://www.emory.edu/LIVING_LINKS/publications/articles/deWaal_Pokorny_2008.pdf)

화학상 : 따뜻한 물로 샤워하다 초록으로 머리 염색돼

스웨덴 남부에 위치한 마을 안데르슬뢰브(Anderslöv)의 주민들은 어느날 갑자기 머리카락이 금발에서 초록색으로 변했다. 집집마다 깔려 있는 수도관이 범인으로 의심됐다. 과학자들은 수돗물을 받아다 구리 검출 실험을 했다. 구리는 예로부터 머리를 초록색으로 염색하는 데 쓰인 금속이다. 그러나 수돗물의 구리 함유량은 평균 수준에 불과했다.

▲ 초록색 머리카락의 비밀을 밝혀낸 공로로 화학상을 수상한 페테르손은 수염을 초록으로 염색한 채 시상식에 참석했다. ⓒimprobable.com

혼란에 빠진 과학자들이 재조사를 실시하자 수돗물 속 구리 함유량이 하룻밤 새 5배에서 10배 가량으로 높아졌다. 밤새 뜨거운 물이 난방용 동파이프에 머무르며 구리 성분을 녹였던 것이다. 주민들은 샤워를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염색을 한 셈이 됐다.

검사를 진행한 환경공학자 요한 페테르손(Johan Pettersson)은 지역신문 스콘스칸(Skånskan)과의 인터뷰에서 “피해를 겪은 사람들은 모두 제대로 코팅되지 않은 동파이프를 사용한 신축 가옥에 거주하고 있었다”며 “낡은 주택에서 채취한 수돗물에는 구리 함유량이 낮았다”고 밝혔다. 해결책으로는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로 머리를 감는 방법이 제시됐다. 추위를 참지 못한 일부 가족들은 새 집을 버리고 낡은 주택으로 이사를 가기도 했다.

이그노벨 심사위원들은 영자 지역신문 더로컬(The Local)에 소개된 일화를 접하고 페테르손을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http://www.thelocal.se/37994/20111217) 페테르손은 감사의 표시로 머리를 초록으로 염색한 채 시상식에 참석했다. 다만 염색약은 구리가 아닌 시금치로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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