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생활 속 측정과 단위에 대한 표준을 정한다

[국민 생활 도움 주는 과학기술센터] (22)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실내공기 오염은 외부로부터 오염된 공기의 실내 유입과 건축자재나 생활용품에서 나오는 휘발성 가스, 또는 흡연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최근에는 음식의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해 물질이나 건축물 자재로부터 발생하는 라돈 가스 등으로 인한 오염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실내공기의 질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염물질 발생원을 줄이거나 공기청정기 등을 사용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적절한 환기를 하는 것이다.

올바른 환기법에 대한 연구 등 KRISS는 생활에 밀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KRISS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환기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냥 창문만 열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환풍기를 통해 실내 오염물질을 내보내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진이 실내 환기에 따른 라돈 가스나 미세 먼지 등 인체 유해 물질 검출 결과를 측정했고, 이를 토대로 음식 조리 전 환기팬 켜기와 하루 두 번 실내 전체 환기하기 등 올바른 환기법을 제시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생활 속 측정과 단위에 대한 표준 수립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라고 하면 어딘지 모르게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연구기관의 분위기를 풍긴다. 표준이라는 단어가 주는 엄격하고도 까다로운 이미지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데, 실제로 연구하고 있는 과제들을 살펴보면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가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KRISS는 지난 1975년 설립 이래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으로서 국가과학기술 발전의 토대를 제공하였으며 중화학공업, 반도체, 조선, 항공,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 제품의 품질을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특히 교정시험서비스 제공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지원 등을 통하여 우리나라 산업의 국가측정표준 품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KRISS는 측정 및 표준 분야에서 초일류 연구기관을 지향하고 있다 ⓒ KRISS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KRISS는 신산업 기반을 창출할 수 있는 ‘측정 융합연구 기관’과 사회적 이슈에 즉각 대응하는 ‘측정 기술 공급기관’, 그리고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 ‘일류 중소중견기업을 만드는 기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측정과 단위에 대해 표준을 정하는 것은 우리 생활에 있어 꼭 필요한 약속이지만, 마치 숨 쉬는 공기처럼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KRISS는 바로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이런 측정과 단위에 대한 표준을 세우는 일에 매진하면서 ‘초일류 측정과학연구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에 사용하는 표준물질 개발

KRISS가 맡고 있는 측정과 표준 관련 업무는 실로 다양하다. KRISS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로는 △대기오염 측정 △음주 측정 표준 △방사선 표준 △인체 3차원 측정 기술 △빛의 밝기 측정 광도 표준 △ 교량 및 건물 붕괴 방지 시설 안전 표준 등 모두가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들이다.

그중에서도 KRISS의 미생물분석표준팀과 바이오의약품분석표준팀이 최근 협업으로 거둔 코로나19 진단키트에 사용하는 표준물질 개발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룬 성과여서 쾌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표준물질이 개발되면 코로나19를 진단하는 키트의 성능을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기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진단의 효율과 신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3월부터 미생물분석표준팀과 바이오의약품분석표준팀은 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약 두 달 정도의 연구 기간을 거쳐 KRISS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표준물질을 개발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인 PCR을 통해 진단한다. 진단시약 안에 있는 ‘프라이머(primer)’라는 물질이 코로나19에만 나타나는 특이 DNA 부위에 달라붙는데, 이를 통해 값이 증폭되면서 양성과 음성이 판정된다. 그러나 진단키트마다 기준값이 다르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KRISS가 개발한 코로나19 진단키트 표준물질 ⓒ KRISS

이에 공동 연구진은 검체에서 코로나19 RNA 존재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역전사 실시간 중합효소 연쇄반응 기술을 사용했다. 이번에 개발한 코로나19 바이러스 RNA 표준물질의 기준값인 유전자와 상용 진단키트 사용 시 얻는 정보를 함께 이용하면, 검체 내 코로나19 RNA 존재 유무와 개수를 추정하여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 KRISS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바이오의약품분석표준팀의 이다혜 연구원은 “현장에서 조달되는 진단 키트는 같은 제품도 있지만 다른 제품도 있는데, 만약 다른 제품을 사용했을 때 양성 여부가 다르게 나타나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시로 진단키트 제품이 바뀌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는 표준물질이 있다면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두 연구팀이 개발한 코로나19 바이러스 표준물질은 전체 유전체의 약 90%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전체 유전체의 약 10%를 포함하고 있는 중국의 표준물질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양의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다.

그 덕분에 바이러스 변이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체적으로 변종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KRISS가 개발한 RNA 표준물질의 장점이 바로 여기서 나타난다. 전체 유전체의 약 90%를 커버하기 때문에 변종이 나타난다고 해도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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