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이 아침에 밥을 안 먹어요. 말을 안해요. 그게 중 2병의 전조 증상인 줄은 전혀 몰랐어요.”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 쯤은 맞이 한다는 사춘기, 아니 ‘중 2병’. 반 평생을 생명공학 연구에 매진해 왔던 생물학자에게도 이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었다. 생물학자이자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송경화 박사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사춘기 딸을 생물학으로 이해하고 싶었던 생물학자 엄마
송경화 박사는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과학창의축전의 사이언스 북 콘서트에서 사춘기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을 위로하며 자신이 어떻게 ‘잔소리’를 하였고 또 어떻게 사춘기 딸과 관계를 회복했는지 상세하게 풀어놓았다.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 중인 송경화 박사는 “사춘기 딸을 유전과 진화 등 생물학으로 이해해보기 위해 과학지식으로 무장한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이 자리에서 송경화 박사는 “아이의 정신 세계가 우주 저 너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이미 아이는 중 2병이라는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직장맘으로, 생물학자로 살며 아이에게는 ‘불량한 엄마’였다는 자기 반성과 함께 “이제라도 아이와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아이와 대화를 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했다”며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그가 아이와의 관계 진전을 위해 찾아 낸 것은 바로 딸 아이 책상에 있던 ‘과학 교과서’였다. 그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 전 과정의 과학 교과서를 다시 읽고 재구성하면서 딸에게 무엇인가를 해주기 위해 글로 남기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중고등학교 생물책을 전부 뒤집어 놓고 하나의 통일된 목소리로 재구성하였다. 오랜 시간과 엄청난 에너지가 투입되는 일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완성된 책이 바로 ‘불량엄마의 생물학적 잔소리'(출판 궁리)이다.
생물학자인 엄마는 사춘기 딸과 대화하는 법도 남 달랐다. 아이와 대화를 하기 위해 시작된 글이 어느새 아이의 손에 넘어가 아이는 같이 공부하며 웃고 떠들며 엄마의 ‘과학 지식이 담긴 잔소리’에 맞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딸은 그림을 그리고 엄마는 잔소리를 하며 글을 완성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작업과 잔소리였는데 2016년도 미래창조과학부 인증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는 영광도 얻었다.
엄마는 딸 아이 방에 가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아이가 던졌던 질문을 떠올려 보았다. 가끔씩 영문을 알 수 없는 짜증과 화풀이를 도저히 엄마는 이해할 수 가 없었던 차였다. 엄마 송경화는 결심했다. 아이의 사춘기를 생물학적 관점에서 이해하기로. 그리고 아이의 과학 교과서를 다시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했다. 생명의 대한 신비, 유전과 생식, 소화와 배설 등 순환, 자극과 반응, 노화와 환경의 내용을 순서대로 담았다. 책을 쓰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아이가 무엇이든 ‘자신의 문제’로 여겨야 한다는 점이었다.
사람은 생명체다.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생식과 유전을 한다. 발생과 생장을 하고 물질대사를 하고 자극에 대한 반응과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적응과 진화를 한다. 이런 과학적 지식을 열거만 해서는 아이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인물과 책 영화 이야기를 끌어다가 과학적 지식이 지루하지 않도록, 자신과 관련된 유기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흥미를 가지도록 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었다.
아이와 함께 다시 배우게 된 생명의 위대함, 그리고 사랑의 흔적
과연 생명이란 무엇인가? 형이상학적인 질문에 형이하학적인 답을 하자면, 세포로 구성 되어 물질대사를 하고 발생과 생장, 자극에 대한 반응과 향상성 유지, 생식과 유전을 할 수 있는 그 무엇이다. 반면 에르빈 슈뢰딩거는 “생명체란 에너지를 사용해 무질서로 부터 질서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정의를 보았을 때 ‘라이거(수컷 사자와 암컷 호랑이 사이의 종간잡종)’도 생명체라 할 수 있다.
송 박사는 “라이거는 생식을 하지 못하죠. 생식이 없으면 진화도 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라이거는 생명체가 아닌걸까요?” 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라이거가 생명체가 아니라고 반박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이다. 생명체일까, 아닐까? 송경화 박사는 아이와 함께 과학을 재구성하고 아이에게 과학을 이야기 해주며 자신이 학자로 오랜 시간 알고 있어왔던 원초적인 질문과 궁금증에 대해 새로운 관심과 흥미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송 박사는 어지럽게 무질서 한 딸 애의 방에서 에르빈 슈뢰딩거의 ‘생명론’을 적용시키는 가 하면 ‘돈이 필요하다’며 엄마와 싸우고 집을 나간 딸을 이해하기 위해 25억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생존과 사멸을 반복한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정보가 딸에게 박혀 있다며 세포 내부 공생설이라는 학설까지 차용해낸다. 앨런 윌슨의 “미토콘드리아는 모계혈통을 통해 유전된다”는 학설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 ‘불량 엄마’인 자신에게서 온 것이라는 시인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시큰둥 하던 딸 아이가 엄마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그 잔소리를 계속해달라고 하면서 엄마와 딸은 그렇게 단절되어 가던 관계를 회복했다. 송 박사는 “이 책은 아이를 생명체로 보지 못한 생물학자의 자기 반성”이라고 고백하며 “다른 엄마들은 자신 보다는 조금 덜 불량한 엄마가 되길 바란다”며 희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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