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생물학과 예술의 만남 ‘바이오 아트’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생물학은 18세기 후반 무렵부터 프랑스의 학자 장바티스트 라마르크(Jean-Baptiste Lamarck)와 독일의 동물학자 고트프리드 라인홀트 트레비라누스(Gottfried Reinhold Treviranus) 등이 선구가 되어 개척한 학문으로 동물학, 식물학, 미생물학 등을 포함하며, 자연과학뿐 아니라 사회과학까지 포함하는 광의(廣義)의 학문, 즉 생명과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바이오 아트(BioArt)’는 브라질 출신의 유전자 변형 예술가 에두아르도 칵(Eduardo Kac)이 1997년 자신의 작품 ‘Time Capsule’을 통해 제시한 용어로서, 생명체를 다루는 생물학(Biology)과 예술(Art)이 서로 협력·융합하여 탄생한 현대 예술의 새로운 장르이다.

바이오 아트의 주요 작가로는 수잔 앵커(Suzanne Anker), 조 데이비스(Joe Davis), 얄릴라 에사이디(Jalila Essaidi), 헬렌 채드윅(Helen Chadwick), 로라 신티(Laura Cinti), 헌터 콜(Hunter Cole), 스텔락(Stelarc) 등이 있다. 또한 서호주 대학교(The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아트 리서치 랩 ‘Symbiotica’에서는 생명과학과 현대미술 간의 연계 융합 프로젝트를 연구 개발하고 있으며, 뉴욕 SVA(School of Visual Arts)와 비벌리 몬세라트 예술 대학교(Montserrat College of Art)에서는 바이오 아트 랩(Bio Art Lab)을 운영하고 있다.

Remote Sensing Ⓒ Suzanne Anker

미국 뉴욕 출신으로 브루클린 대학교와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공부한 미술가이자 예술이론가인 수잔 앵커는 1990년 초반부터 생물학과 예술의 연계를 탐구해온 바이오 아트 분야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식물 표본, 의학 도구, 실험 기구, 디지털 조각, 설치 미술, 사진, 조명 등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수잔 앵커의 작품 중에서 ‘Remote Sensing’ 시리즈는 독일의 미생물학자 줄스 페트리(Jules Petri, 1852~1921)가 미생물을 배양하고 관찰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한 페트리 접시(Petri dish)에 변위 매핑(displacement mapping)과 마이크로 랜드스케이프(micro landscapes) 기법으로 고해상도 사진을 3D 프린트로 변환한다.

수잔 앵커의 또 다른 주요 바이오 아트 작품으로는 ‘Gene Pool’, ‘Zoosemiotics​’, ‘Collision of the Diamond Mind​’, ‘Origins and Futures​’, ‘The Butterfly in the Brain’, ‘Laboratory Life​’, ‘Astroculture​’, ‘Vanitas in a Petri dish’, ‘Rainbow Loom’, ‘Genetic Seed Bank’ 등이 있으며, 과학사회학자 도로시 넬킨(Dorothy Nelkin)과 함께 ‘분자 시선: 유전자 시대의 예술(The Molecular Gaze: Art in the Genetic Age)’을 저술하였다.

Genetic Seed Bank Ⓒ Suzanne Anker

네덜란드 출신의 얄릴라 에사이디는 폰티스 예술대학교(Fontys School of the Arts)와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에서 미술과 바이오 아트를 공부하고, 생명공학(biotechnology)에 기반을 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가이자 기업가로서, 유전자 변형 기술을 이용하여 생명체의 본질을 변화시키고, 환경 보전을 위해 대체 가능한 물질과 원료를 만들었다.

얄릴라 에사이디가 염소젖과 거미줄 단백질을 융합하여 만든 ‘방탄 피부(Bulletproof Skin)’는 강철보다 10배나 강한 물질이며, 여기에 합금 금속인 코발트 크롬(Cobalt-chrome)을 합쳐서 심장 모양의 작품 ‘Oozing Life’을 제작하였다. ‘Bulletproof Skin’은 ‘2.6g 329m/s’라고도 부르며, 방탄조끼의 소재로 사용된다.

Oozing Life Ⓒ Jalila Essaidi

유전공학과 문화예술의 상관관계를 탐구하고 있는 헌터 콜은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식물생물학을 공부했고, 매디슨 위스콘신 대학교(University of Wisconsin, Madison)에서 유전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과학자이자 예술가로서, 1998년 ‘Abstract Faces Series’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개인 전시회를 가졌다.

생체 발광(發光) 박테리아로 만들어진 그의 대표적인 작품 ‘Living Drawing’ 시리즈는 약 2주일 동안 합성 박테리아가 성장하고 죽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인간의 삶과 죽음의 순환을 은유한다. 작가 자신의 DNA와 융합되어 타임 랩스(time lapse) 사진으로 포착된 ‘Living Drawing’ 작품 속의 박테리아는 바이오 아트 창조 과정의 중요한 협력자 역할을 한다.

Living Drawing Ⓒ Hunter Cole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생물학을 통한 예술’을 제시하고 있는 헌터 콜은 뉴올리언스 로욜라 대학교(Loyola University New Orleans)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생물학적 영역(Specific Areas in Biology)’이라는 제목의 대형 공공미술 작품을 제작했다. 그녀는 “과학은 나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표현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예술은 내가 우리의 살아있는 세계를 해석하는 동기가 된다. 과학과 예술은 나에게 항상 상호 포괄적이며, 나는 과학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한다.”라고 하였다.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후원 및 과천시와 (재)의약바이오컨버젼스 연구단 주최로 2013년부터 생명과 과학기술의 융합, 생명의 창조와 연결, 지속 가능성: 생명의 풍요, 생존, 가상 생명, 음식과 먹이, 생명의 아름다움, 바이러스와 인간 등을 주제로 바이오 아트 국제공모전이 개최되고 있으며, 대전시립미술관은 2018년 바이오 아트를 주제로 ‘대전비엔날레: 예술로 들어온 생명과학’展을 개최한 바 있다.

(853)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