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새의 생물학을 찾아서

[2019 우수과학도서] 2019 우수과학도서 -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김영사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김영사

왜 어떤 동물은 길쭉하고, 어떤 동물은 둥글까? 불가사리의 팔은 왜 하필 다섯 개일까? 성게는 왜 밤송이처럼 생겼을까? 그리고 껍데기가 딱딱한데 탈피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성장할까?

90만 부 베스트셀러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크기의 생물학’의 모토카와 다쓰오가 ‘생김새의 생물학’으로 돌아왔다. 이번 책에서는 무척추동물과 척추동물을 두루 살피며 동물들이 각자의 생존전략에 따라 몸을 어떤 구조로 디자인해서 살고 있는지 보여준다.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를 비롯한 동물들은 인간 이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자기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들의 몸에는 오랫동안 작용해온 보편적인 물리·화학·수학적인 자연의 법칙이 담겨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진화사’라는 깊이와 ‘동물계’라는 너비 속에 자리한 인간의 위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척추동물을 통해 우리 몸을 새롭게 보다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생김새의 생물학’에서는 곤충, 산호, 성게 등의 무척추동물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무척추동물과 척추동물을 두루 살피며 동물들의 해부학적인 구조가 어디에서 비롯하였고 어떻게 작용하는지 파헤친다.

동물의 생김새는 그들이 취한 생존전략에 맞게 변화해왔다. 이는 진화를 다루는 많은 글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지만, 그 대상은 척추동물에 한정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척추동물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동물의 5%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독특한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더 많은 종류의 현존하는 동물들을 살펴보기만 해도 진화라는 것이 상상 이상으로 다채로운 방식으로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인간보다 오랜 시간 동안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 왔으며, 그들의 몸에는 오랫동안 작용해온 보편적인 자연의 법칙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진화의 비밀을 밝히면서 ‘진화사’라는 깊이와 ‘동물계’라는 너비 속에 자리한 인간의 위치를 생각해보도록 한다. 이를 위해 이 책은 1~5장에서 우리에게 낯설다고 할 수 있는 자포동물문, 절지동물문, 연체동물문, 극피동물문에 속한 동물의 몸과 생존전략을 소개하고, 마지막 6~7장에서 척추동물이 속해 있는 척삭동물문을 살핀다. 이 책을 통해 우리와 닮은 척추동물만 볼 때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조개의 다리, 메뚜기의 날개, 불가사리의 팔

새로운 종은 한 번에 출현하지 않는다. 진화는 생물이 부분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중첩되면서 일어난다.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은 동물들만의 특징적인 부분이나 형태를 집중적으로 살피며 역동적인 진화 과정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한다는 것이다. 동물들은 인간에게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도 하고,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다르게 생겼지만 비슷한 기능을 하는 부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같은 생활환경에서도 다른 생존전략을 선택해서 살아남은 동물들을 만난다. 각 동물들이 어떤 물리·화학·수학적인 원리를 자기 몸에 적용하여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지를 추적하는 독서는 과학적인 상상력을 자극한다.

생물의 진화 과정을 통해 물리, 화학, 수학을 배울 수 있다.  ⓒ 게티이미지

생물의 진화 과정을 통해 물리, 화학, 수학을 배울 수 있다. ⓒ 게티이미지

다른 몸이 만들어내는 다른 생활, 다른 가치관

빠르고 강하고 커야만 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삼은 에너지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여서 모래 사이에 있는 유기물만으로 필요한 영양분을 모두 얻으므로 먹이를 어떻게 구할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해삼은 거의 움직이지 않으므로 근육이 없는데, 이는 포식자가 해삼을 매력적인 먹이로 느끼지 않도록 만든다. 그래서 해삼은 도망칠 걱정도 없다.

성게도 거의 움직이지 못하지만 위험한 장소에서도 긴 시간 동안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어 체계를 갖춘 채 바닷물이 끊임없이 가져다주는 먹이를 걸러서 먹는다.

곤충은 작기 때문에 뼈가 없이도 몸을 지탱할 수 있고, 날개를 빠르게 윙윙 진동시킬 수 있다. 불가사리는 뇌가 없는데도 역학적인 연계를 통해 수많은 다리(관족)들을 한 방향으로 걸어가게 만드는 방법을 찾았다.

인간의 관점에서 이 동물들은 아웃사이더일지 모르지만, 이들은 자기 가치관에 따라 충분히 잘 살고 있다. 이처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을 보는 것은 그 자체가 인간중심주의적인 관점을 벗어나는 과정이다. 이뿐 아니라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달라서 외계 생명체보다 더 먼 존재로 느껴지기도 했던 동물들이 특이한 방식으로 먹고 움직이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큰 즐거움을 준다.

‘생물학 하기’의 즐거움으로 안내하는 책

저자 모토카와 다쓰오는 과학 교육을 오래 고민하고 실천해온 학자답게 다소 복잡할 수 있는 내용을 탁월한 방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특히 이 책에서 두드러지는 설명 방식은 ‘비유’인데, 기능형태학 책에서 매우 중요한 생물의 형태와 구조를 이해시키기에 좋은 방식이다.

예를 들어, 오징어는 로켓에, 곤충 날개를 움직이는 근육은 가로세로로 교차하는 용수철에, 조개의 제동근은 래칫이라는 톱니바퀴에 비유된다. 동물들이 지닌 다양한 골격은 골조 구조, 벽돌 구조, 막 구조와 같은 건축물의 구조에 빗대어 설명된다.

이 책에는 이해를 돕기 위한 도판이 60여 컷 실려 있다. 대부분의 그림이 동물 몸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을 돕기 위한 모식도인데, 평면적인 일러스트로 매우 단순하지만 구조를 한눈에 알아보는 데에는 가장 좋은 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실물이나 사진을 보고 동물 몸속에 있는 기관을 한눈에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종에 속한 같은 기관이라도 실제로는 모두 미묘하게 다른 모양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생략할 것을 과감하게 생략하여 깔끔하게 정리된 그림은 집중해야 할 부분을 명확히 보여주면서 글만으로는 잘 떠올리기 어려운 몸의 구조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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