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손’이 미래를 바꾼다

'손'으로 기술과 예술, 아날로그와 디지털 융합

청년 메이커, 예술가, 장인이 함께 힘을 합쳤다. 27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세운상가 실내광장에서는 이들이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창작물들이 선보여졌다.

정지버튼과 플레이 버튼만 있는 아날로그 카세트 플레이어, 뇌파를 수신해 소리를 내는 예술작품, 추억 속 만화방을 재현한 상상다락방 등 다양한 메이커 제품과 예술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추억을 상기시켰다.

27일 서울상상력발전소 '메이커스, 생각하는 손' 축제의 화려한 막이 열렸다.

27일 서울상상력발전소 ‘메이커스, 생각하는 손’ 축제의 화려한 막이 열렸다. ⓒ 김은영/ ScienceTimes

전자상가의 메카, 세운상가가 메이커들의 요람으로

27일 늦은 오후 시간. 세운상가는 축제기운으로 북적거렸다. 서울문화재단은 그동안 대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도시와 사회문제를 메이커와 예술가들의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를 벌여왔다. 이 날 열린 ‘2017 서울상상력발전소 메이커스, 생각하는 손’ 프로젝트도 그러한 시도 중 하나였다.

‘메이커스, 생각하는 손’  행사에는 세운상가를 수십년간 지켜오던 전기·전자 기술자들과 청년 메이커들, 예술가들이 협력해 만든 새로운 시도들이 가득했다. 창작물들은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아니라 내면의 ‘인간다움’을 배경으로 한 ‘아날로그’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부대프로그램으로 운영된 ‘상상다락방’. 만화책, 영상, 음악, 만화경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유년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게 한 프로그램이다. ⓒ 김은영/ ScienceTimes

부대프로그램으로 운영된 ‘상상다락방’. 만화책, 영상, 음악, 만화경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유년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게 한 프로그램이다. ⓒ 김은영/ ScienceTimes

과거 옹기종기 모여앉아 만화책을 읽던 ‘만화방’ 안에는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음악과 영상이 함께 한다. 부대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상상 다락방’은 만화책과 음악, 영상 그리고 만화경이라는 오래되고 낡았지만 추억 속의 물건들을 재 집합시켜 옛 시절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상상다락방 프로젝트에는 ‘신촌 피망과토마토 망가Bar’, ‘미오레코드’, ‘시네마지옥’, 만화경 등 총 4팀이 참여했다. 관람객들은 손 때 묻은 만화책을 뒤적이며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기억이 아른거리는 유년 시절을 돌아다 봤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전자부품들을 사용해 만든 프래그 랩의 ‘세운상가×전자 얼굴’. ⓒ 김은영/ ScienceTimes

세운상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전자부품들을 사용해 만든 프래그 랩의 ‘세운상가×전자 얼굴’. ⓒ 김은영/ ScienceTimes

프래그 랩이 만든 ‘세운상가×전자 얼굴’ 작품은 전자기기 부품들을 통해 사람의 얼굴을 형상화했다. 일상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전자기기들과 부품들이지만 그 속에서 일어나는 구조와 원리에는 익숙하지 않다. 프래그 랩은 사람들이 쉽게 전자부품과 친해질 수 있도록 전자 얼굴 키트를 만들었다.

실내광장의 입구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면 강렬한 붉은 색의 거울방이 관람객들의 눈을 현혹시킨다. 조은우 작가가 만든 ‘뇌파 그리고 폴리포닉’ 작품이다. 관람객들은 직접 뇌파기기를 착용하고 자신의 뇌파가 들려주는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심장 형태의 스피커에서는 각 관람객들의 뇌파가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며 울려 퍼진다. 조은우 작가는 AI 등 기계는 인간을 위한 중립적인 도구이며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각과 마음이라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다.

조은우 작가의 ‘뇌파 그리고 폴리포닉’ 작품. 붉은 거울방은 시각적으로도 강렬함을 준다. ⓒ 김은영/ ScienceTimes

조은우 작가의 ‘뇌파 그리고 폴리포닉’ 작품. 붉은 거울방은 시각적으로도 강렬함을 준다. ⓒ 김은영/ ScienceTimes

메이커들의 협업공간으로 탄생된 세운상가에서의 새로운 시도들

기술인들의 공간에 예술인과 청년 스타트업이 모인 세운상가는 여러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간의 협업을 효과적으로 보여준 프로젝트가 바로 ‘두카세트(DOCASSETTE)’이다. 두카세트는 세운상가 차산전력의 차광수 대표, 뮤지션 텐거(Tengger), 시각예술가 김양우, 디자이너 박주용 박사의 협업을 통해 개발된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이다.

두카세트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특수한 카세트플레이어. ⓒ 김은영/ ScienceTimes

두카세트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특수한 카세트플레이어. ⓒ 김은영/ ScienceTimes

이들은 현대인들이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에 있어 제동을 걸고 싶어 했다. 과거에는 누구나 음악을 끝까지 감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언제어디서나 원하는 부분만을 들을 수 있는 현대의 디지털 음악 시스템은 개인의 구미와 기호에 맞춰 매우 편리하게 만들어졌지만 정작 음악이 추구하는 메시지를 끝까지 들을 인내심을 길러주지는 않는다.

두카세트는 카세트테이프로만 재생이 가능하다. 오로지 재생과 정지 버튼만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음악을 끝까지 들어야 한다. 빨리 감기나 되감기, 녹음도 불가능하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카세트 플레이어 보다 더 고전적인 방식을 고집하는 아주 ‘특별한’ 카세트이다.

27일 많은 시민들이 새로운 메이커들의 협업 공간 세운상가에서 다양한 창작물과 행사를 즐겼다. ⓒ 김은영/ ScienceTimes

27일 많은 시민들이 새로운 메이커들의 협업 공간 세운상가에서 다양한 창작물과 행사를 즐겼다. ⓒ 김은영/ ScienceTimes

기술장인과 음악가, 청년 메이커가 만나 탄생한 이 프로젝트는 카세트테이프 음반만을 고집해오던 전자음악 듀오 텐거(TENGGER)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텐거는 “현대 청중들은 오래 듣는 끈기가 없어지고 있다. 미리듣기가 되는 초반 몇 초가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앞부분에 청중들을 사로잡을 좀 더 자극적인, 그런 음악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음악을 끝까지 감상하며 함께 생각하고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차광수 기술장인은 “이 곳에는 아직도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과 기술력을 가진 장인들이 많이 있다. 앞으로 청년 메이커들과 협력하고 교류하면서 좋은 제품이 만들어지고 이곳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메이커무브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희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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