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내러티브를 가진 ‘움짤’

아르코미술관 '아카이브 리뷰’ 전

2016.01.05 09:41 김연희 객원기자

‘아르코미술관 미디어프로젝트 : 아카이브 리뷰’가 아르코미술관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다. 1월 31일까지 열릴 이번 전시회에서는 6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특정 글자와 영상들의 재조합

전시장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조현아의 ‘오 매뉴얼 어터런스(O_manual utterrance)’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지워내다와 지워지다’에 대한 주제를 갖고 활동했다. 작품의 출발점도 ‘텍스트’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사용된 텍스트는 작가의 저서인 ‘거대한 스핑크스(Des Grand Sphinx)’ 중  ‘더 식스 오스(The Six Os)’ 부분을 발췌했다.

먼저 이 작품 속 텍스트에서 알파벳 ‘오(O)’자로 시작하는 단어를 모두 지워낸 후, 다시  ‘오(O)’자로 시작되는 단어를 찾아 재배열해서 새로운 싯구를 썼다. 그리고 그 단어를  방울 소리와 읊조리는 목소리가 섞인 사운드로 표현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단어들이 영상 속에서 수화로 뜻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텍스트 재배열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조현아의 ‘오 매뉴얼 어터런스(O_manual utterrance)’ ⓒ 아르코미술관

조현아의 ‘오 매뉴얼 어터런스(O_manual utterrance)’ ⓒ 아르코미술관

윤향로의 ‘퍼스트 임프레션(First Impressions)’은 익숙함이 재창조된 작품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영상인 ‘움짤’을 수집한 후, 그 이미지만 조합한 작품이다. 특징이라면 각기 익숙하고 연관성 없는 이미지에 새로운 내러티브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소설 ‘오만과 편견’의 이야기를 영상과 매칭했다. 때로는 애니메이션이, 때로는 오랜 된 영화 속 일부 장면이 흐른다. 익숙한 화면 속에 새로운 이야기가 덧입혀지면서 새로운 시각을 관람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마지막 문장이라는 뜻을 지닌 ‘결구’라는 작품의 작가는 무진형제이다. 이 작품은 터널이라는 공간 속에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여성이 나온다. 그런데 엉금엉금 기어 다니면서 일 하는 여성은 그만 길을 잃어버린다. 영상 속 여성은 길을 찾기 위해 후레쉬로 지도를 비추어 길을 확인하기도 하지만 결국 갈래 길에서 고민하는 모습도 보인다.

작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노동이란 무엇인지, 노동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의 노동이 본연의 목적을 잃은 것은 아닌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엽서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작품도 있다. 권혜원의 ‘어느 관광엽서의 일생’이다. 인터넷에서 1930년대 조선총독부의 엽서를 보고 이베이 옥션에서 중국인 수집가에서 구입한 작가는 이 엽서가 돌아다니게 된 경로가 궁금했다. 실제 이 엽서에는 조선총독부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실제 글이 담겨있다. 이 작품은 그 시점으로부터 현재 사라져버린 조선총독부의 자리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그 일대기를 추적한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사람이 퍼즐이 되고, 소리가 이미지로 변화되고

박준범의 ‘퍼즐 프로젝트(Puzzle Project)’는 시각의 독특성을 잘 보여준다. 2005년부터 시리즈로 진행하고 있는 퍼즐 프로젝트는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특정한 모양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과정을 기록했다. 그룹도 ‘8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 중년여성 집단’ 등으로 나누어져 퍼즐처럼 영상을 편집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카메라 기법도 독특하다. 위에서 카메라를 비추기 때문에 퍼즐을 맞추는 전체 집단도 퍼즐처럼 느껴지고 각기 나누어진 개별 그룹도 퍼즐처럼 보인다. 영상을 빨리 돌리기 때문에 긴박함마저 전달된다.

작가는 긴박한 문제를 어떻게 소통하면서 풀어가는가를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현대사회의 복잡한 인간들의 관계망을 시각적으로도 표현하고도 있다.

박준범의 ‘퍼즐 프로젝트(Puzzle Project)’ ⓒ아르코미술관

박준범의 ‘퍼즐 프로젝트(Puzzle Project)’ ⓒ아르코미술관

소리의 시각화를 보여주는 태싯그룹은 사실 아카이빙으로 보여주기 어렵다. 공연을 통해 작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공연실황을 통해 태싯그룹의 작품을 엿볼 수 있다. 총 5개의 공연실황 영상이 설치되어 있다. 그 중 2010년에 공연된 ‘스페이스(Space)’, 2013년에 행해진 ‘로스(Loss)’, 2014년의 무대에 오른 ‘오르간(Organ)‘은 ‘생명체로서의 소리의 인생’을 담은 작품이다. 관계를 맺고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에 만들어진 ‘시스템 1과 2는 (System 1∙2)’는 ‘사운드의 시각화’에 본격적으로 도전한 작품이다. 소리가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낸 과정을 통해 관람객은 소리가 가질 수 있는 이미지에 대해 상상을 할 수 있고, 자극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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