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상어로 붐비는 팔미라 환초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상어 보호를 위한 노력 진행

하와이에서 남쪽으로 사모아가 있는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중간 지점쯤에 한 무리의 섬들이 나타난다. 이름 하여 팔미라 환초(Palmyra atoll). 태평양 한 가운데 적도 부근에 위치한 팔미라 환초는 지리적으로 태평양의 배꼽이라 할 수 있다.

전쟁터에서 환경보전의 장소로   

팔미라 환초는 1798년 에드먼드 패닝이라는 미국 상선의 선장이 처음 발견하였고, 1802년 미 해군 함정 팔미라 호(USS Palmyra)가 이 환초에 좌초된 이후 배 이름을 따서 팔미라 환초란 이름이 붙었다. 1934년부터 1959년까지 미 해군이 주둔하였고, 1962년에는 태평양 상공에서 진행된 원자폭탄 실험 여파를 파악하는 관측소로 활용되었고, 2000년부터는 산호초 보전 등 과학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01년부터는 섬 주변 12해리까지 미국 국립야생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2009년에는 천연기념물로, 2011년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다.

팔미라 환초는 태평양 한 가운데 고립된 섬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와 미소 냉전시대에는 군사적으로 활용되었던 팔미라 환초가 21세기 들어오면서 이처럼 해양 환경 연구의 장소로 탈바꿈하였다. 현재 미국령으로 거주하는 원주민은 없고, 미국 연방정부에서 파견한 과학자 등이 일시적으로 머문다. 산타 바바라 소재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이 팔미라 환초에서 상어나 쥐가오리, 바다거북처럼 열대 해양생물을 연구한 결과가 2016년 6월 15일자 사이언스 데일리에 살렸다.

검은지느러미흉상어(blacktip reef shark). ⓒ 김웅서

검은지느러미흉상어(blacktip reef shark). ⓒ 김웅서

저녁이면 상어들로 붐벼

제2차 세계대전 때 팔미라 환초로 함정이 쉽게 드나들기 위해 깊이 파놓은 수로가 있다. 연구팀은 수로를 통해 환초를 들락거리는 해양생물을 조사하였다. 수중음향장비 소나(Sonar)와 수중 초음파 카메라를 상어들이 이동하는 곳에 설치하고, 해양 생물의 이동을 443시간동안 관찰한 것이다. 그랬더니 이 수로가 환초로 드나드는 상어들의 고속도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차들이 몰릴 때면 고속도로에 교통 체증이 생기는 것처럼, 관찰 결과 오후 7시에서 8시 사이에 상어들이 몰려들어 수로에 러시아워가 생겼다.

수중 초음파 카메라는 어두운 물속에서도 상어의 이미지를 광학 카메라보다 잘 얻을 수 있었다. 수중 초음파 카메라는 모두 1,000장이 넘는 상어 영상을 촬영하였다. 한 장에 잡힌 상어의 숫자는 최대 10마리였다. 이 이미지를 이용하여 과학자들은 상어가 움직이는 방향과 마릿수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곳 산호초에서 가장 흔한 상어는 흉상어 종류인 블랙팁흉상어(blacktip reef shark, 검은지느러미(흑기)흉상어)였다.

초음파 카메라는 수중, 특히 시야가 나쁜 곳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바닷물이 탁한 우리나라 서해안에서도 수중 작업을 할 때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전봉환 박사팀은 게를 닮은 ‘크랩스터(crabster)’라는 다관절 육족보행 수중로봇을 이용해 충남 마도해역에서 해저유물을 시험적으로 인양하는데 성공하였다. 조류가 빠른 곳에서 작업하였던 크랩스터에 달려있는 초음파 카메라가 펄에 묻혀있는 유물을 잘 찾아낸 덕분이었다.

상어는 전 세계적으로 숫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어, 최근 상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상어를 효율적, 과학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상어의 습성에 대한 정보가 많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수중 초음파 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상어에 대한 더욱 재미있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상어도 우리처럼 저녁에 퇴근하는 모양이다. 상어의 교통 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바닷속에 신호등이라도 설치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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